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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6회말 2-2 동점 1사 만루의 재역전 기회. 하필 타자가 ‘투수’ 류현진이었다. 웬만한 감독, 그리고 웬만한 투수라면 100% 대타 교체를 통해 점수를 노렸을 것이다.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 LA다저스 감독은 대타를 쓰지 않고 ‘타자’ 류현진을 고집했다. 이 한 장면만으로 얼마나 다저스 내에서 류현진이 인정받는지, 에이스를 향한 절대적 믿음이 무엇인지 새삼 알 수 있다.

류현진은 17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동안 94구를 던져 2실점(0자책) 7피안타 무볼넷 8탈삼진을 기록하고 2-2로 맞선 8회초를 앞두고 내려갔다. 동점에 강판됐기에 승패는 기록하지 못했다.

이날 류현진은 1회 2사 1,3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고 호투를 이어가던 류현진 6회 3루수 저스틴 터너의 실책으로 비롯된 위기에서 끝내 2실점을 했다. 실책으로 비롯된 실점이었기에 자책점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아쉬움이 컸다. 다행히 6회말 코디 벨린저가 동점 솔로포를 때려 패전은 면한 류현진은 7이닝동안 94구를 던져 2실점(0자책) 7피안타 무볼넷 8탈삼진을 기록하고 2-2로 맞선 8회초를 앞두고 내려갔다.

6회말 벨린저의 홈런 이후 매우 흥미로운 순간이 나왔다. 다저스는 벨린저의 홈런에 기세를 타 2루타-안타로 선발 투수 호세 퀸타나를 강판시켰다. 이후 1사 2,3루 기회에서 8번타자 타석때 다저스가 알렉스 버두고를 대타로 내자 컵스는 곧바로 고의사구를 명했다. 1사 만루가 됐고 컵스가 대타 버두고를 고의사구로 낸 이유는 곧바로 ‘투수’ 류현진의 타석이었기 때문에 병살타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물론 류현진은 일반적인 투수들보다 타격이 좋지만 그래도 ‘투수’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행여 병살타를 칠 경우 이 좋은 역전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충분히 대타를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그대로 류현진을 타석에 냈다. 류현진은 삼진에 그쳤고 후속타자도 득점에 실패해 역전에 실패했다. 이렇게만 보면 류현진을 바꾸지 않은 것은 실패였다.

그러나 다저스 입장에서는 류현진을 바꿀 수 없었다. 다른 이유를 차지하고 ‘에이스’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타를 내서 득점 기회를 노릴 수 있어도 류현진이 내려간 이후 이닝을 잘 막는다는 확신은 없다. 가뜩이나 불안한 불펜을 믿을 바에 차라리 6회까지 78구를 던진 류현진에게 1이닝이라도 더 맡기는 것이 이득이라고 봤던 것이다.

그만큼 류현진이 던진다면 최소 1이닝은 실점 없이 버틸 수 있다는 ‘에이스 면모’를 다저스는 믿은 것이다. 웬만한 투수라면 무조건 대타로 바꿀 상황임에도 다저스는 류현진이 에이스이기에, 더 막아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대타로 바꾸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류현진은 7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6회 동점 1사 만루에서 ‘타자’ 류현진을 믿었다는 것은 그만큼 다저스 내에서 류현진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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