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김태우 캐스터와의 1편 인터뷰('본업은 캐스터, 전공은 MLB' 김태우, 캐스터계의 새지평을 열다[인터뷰 上])를 통해 해설자들이 인정하는 ‘MLB 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들었다면 2편에서는 15년 경력의 캐스터로 좋은 스포츠 방송이란 무엇이며 어느새 중견 캐스터가 된 김태우에 대해 돌아본다.

김형준 해설위원(왼쪽)과 김태우 캐스터, 송재우 해설위원
▶좋은 스포츠 방송이란 : 편집점을 알고 ‘함께’할 줄 아는 것

스포츠방송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하이라이트’를 만드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를 보는 사람도 많지만 하이라이트 영상만 포털사이트를 통해 보는 이들도 많다. 이때 캐스터와 해설자가 ‘편집점’을 잘 잡아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김태우 캐스터의 설명이다.

“한번은 편집팀이 편집을 하는데 정말 힘들어하더라고요. 왜 그런가 봤더니 어느 순간 멘트를 끊어줘야 그부분부터 편집해서 영상을 만드는데 쉴 새 없이 해설자와 캐스터가 떠들기만 한거죠. 억지로 하이라이트를 편집하면 말이 끊겨서 말하던중 영상이 재생되죠. 팬들이 하이라이트를 볼 때 그런 어색한 상황을 겪지 않게 방송을 하면서도 편집점을 잡아줘야합니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 해설자나 캐스터가 자신이 준비한 것을 많이 말하고 싶은 욕심때문인데요. 항상 전 100을 준비하면 10도 못쓰는데 50만 준비하고 30을 말하려다 편집점을 놓치는 경우가 나온다고 봐요. 그건 업계 관계자들도 알고 시청자들도 알죠.”

김태우 캐스터는 방송팀간의 ‘호흡’ 역시 좋은 스포츠 방송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요즘엔 많이 사라진 문화이긴 한데 제가 방송이 끝났다고 해서 집에 가는게 아니라 방송팀과 함께 라인을 정리하고, 기술팀 일이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다 함께 인사하고 집에 가야 그게 진짜 퇴근이라고 봐요. 방송을 위해 준비해주시는 스태프들도 모두 ‘한팀’이기 때문이죠. 이런 유대관계가 쌓여야 팀워크가 생기고 카메라팀과 PD, 해설자 등 모두가 다르게 일하지만 한몸처럼 알맞게 방송이 될 수 있죠”라고 말하는 김태우 캐스터는 “요즘에는 외주사에 방송을 맡기는 경우도 많아 이런 문화가 사라지지만 결국 스포츠 방송은 해설자와 캐스터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2005년 입사 당시만난 최희섭(당시 선수)과 이후 함께 해설도 한 김태우 캐스터
▶최악의 해설위원류는?… 바다건너 외국 PD와도 맞는 것이 ‘호흡’

좋았던 해설자 보다 안 좋았던 해설자와의 호흡에 대해서 물어봤다. 김태우 캐스터는 “제가 수많은 방송사를 거치고 프리랜서로도 일하면서 정말 많은 해설자를 만나봤다. 가장 답답한 류가 경기로도, 야구로도, 내용으로도 풀 수 없는 해설자다. 선수출신이면 경기나 내용 혹은 타자나 투수만으로, 비선수 출신이면 기록이나 내용으로 3시간을 풀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해설자는 결국 ‘준비 하지 않는 해설자’다. 오자마자 ‘오늘 선발이 누구죠?’라고 묻는 해설자도 있었다. 반면 10년을 해도 10년째 배울게 많은 해설자도 있다”고 했다.

“저는 경기전날 집에서 준비를 하고 또 경기직전 3시간전에 와서 또 준비를 하는데 전혀 준비가 안된 해설자의 경우 제가 준비한건 버릴 수밖에 없어요. 제가 준비한걸 드리면 자신이 준비한 듯 말하는 해설자도 있었죠. 다양합니다. 반면 제가 A를 얘기하면 자연스럽게 B로 받아주시고 제가 C로 마무리하면 방송이 참 깔끔해집니다. 같이 준비하고 많이 준비하면 캐스터와 해설자 사이에 좋은 방송이 되죠.”

워낙 방송 경험이 길다보니 김태우 캐스터는 재밌는 일화도 들려줬다. 추신수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거의 전경기를 중계하다보니 자연스레 중계화면을 송출하는 현지 PD와 호흡이 들어맞았다는 것.

“합이 맞으면 PD가 이 상황에서는 이 장면을 잡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기에 준비된 멘트를 A4 용지대로 읽어나갈 수 있어요. 멘트를 다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딱 제가 원하는 장면을 찍고 있는데 그런게 바로 당시 미국에서 송출하던 PD도 워낙 오래하다보니 합이 맞았던 거죠”라며 “어느날은 늘 하던대로 멘트를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제가 생각한 화면이 아니더라고요. 방송 끝나고 들으니 현지에서 원래 하던 PD가 몸이 아파 쉬어서 다른 PD가 했다고 하더군요. 비록 방송을 받아 송출하지만 그런 것도 PD와의 합이죠”라며 웃었다.

엑스포츠당시 중계화면
▶IB스포츠 팀장으로의 나, 캐스터로의 김태우

현재 IB스포츠의 팀장인 김태우 캐스터는 단순히 방송만 하는 것이 아닌 대외업무 등 많은 일을 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직 후배들이야 방송만 하면 되지만 저도 연차가 쌓이고 직책이 있다보니 대외업무도 해야 하고 콘텐츠 제휴, 보도자료 홍보 등 많은 일을 해야죠. 제가 원래 있던 엑스포츠에 계시던 팀장님들이나 간부분들과 함께 IB스포츠를 잘 만들어보자는 열의로 회사생활 중입니다”라고 말하는 김태우 캐스터의 눈빛은 빛났다.

“모두 제가 좋아하는 분들과 운 좋게 함께 회사에서 일하게 되다보니 정말 IB스포츠를 더 나은 채널,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으로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프로야구, 축구, 메이저리그, EPL 등 많이 보는 콘텐츠를 하지 않으니 오히려 거꾸로 가니 보인다는 김태우 캐스터다. “제가 입사하자마자 꿈꾸던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맡으면서 이게 얼마나 좋은건지 몰랐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고교야구, 아마 야구 등을 하고 퓨처스리그 중계를 하면서 주먹밥을 먹으며 하다보니 오히려 보이는게 더 많기도 해요. 차라리 처음부터 이렇게 천천히 걸어갔다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해요”라며 “지금 어린 캐스터들도 인기 종목을 하고 있다면 그 고마움과 기쁨을 알기 바래요. 저도 한때 30대 캐스터 중에서는 가장 잘하는 캐스터가 되야지 하는 목표가 있기도 했죠. 하지만 그런 시기가 지나고 프로야구, 대표팀 축구 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라고 했다.

“욕심을 내려놓기도 했죠. 저보다 선배 캐스터들도 류현진 중계나 손흥민 중계를 못한다고 해서 ‘저게 내껀데’하는 생각은 하시지 않을거예요. 저 역시 열정이 떨어졌다기보다 손흥민 경기도 중요하고 아마 야구 경기도 중요하다는걸 깨달았다는거죠. 모든 것이 소중하고 진심으로 중계하고 대하는 법을 알고 나니 더 편해졌어요. 제가 메이저리그, 월드컵, EPL 중계를 안한다고 해서 제가 스포츠 팬인 것이 달라지지는 않잖아요?”

IB 스포츠 소속의 김태우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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