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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류현진은 ‘친구’ 강정호를 상대로만 특별한 공을 던졌다. 강정호는 첫 두 타석에서 이 공에 말려 무안타에 그쳤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는 끝내 안타를 만들어냈다. 류현진과 강정호의 맞대결은 서로가 서로를 향해 최선을 다했기에 더욱 빛났다.

류현진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11시 10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동안 105구를 던져 8피안타 무볼넷 2실점 10탈삼진 호투를 펼치고 팀이 6-2로 앞선 7회초를 끝내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1회 무사 1,3루의 위기에서 병살타로 1실점만 하고 막은 후 4회 조시 벨에게 솔로홈런을 내주며 실점한 류현진이다. 하지만 이외에 위기를 잘 넘겼고 타선도 4회 3득점 등 꾸준히 폭발해주며 류현진은 시즌 3승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날 경기가 특별했던 것은 강정호와의 맞대결 때문이었다. 동갑내기인 두 선수는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뛴 햇수가 5년째이지만 이번이 첫 대결이었다. 류현진은 2013시즌 진출 이후 올해로 메이저리그 7년차, 강정호는 2015년 진출 후 5년차다. 하필 강정호가 진출한 2015년 류현진은 어깨 수술로 1년을 통째로 쉬었다. 2016년에도 류현진은 한 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7년부터 류현진이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강정호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한해를 통째로 쉬었다. 2018년에도 류현진은 뛰었지만 강정호는 시즌 막판에야 돌아왔다. 단 한번도 메이저리그에서 마주한 적이 없었던 것.

드디어 마주한 두 선수의 대결에서 류현진은 강정호에게 3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첫 대결이었던 2회, 류현진은 1-2의 볼카운트에서 결정구였던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을 던져 강정호에게 헛스윙 삼진을 받아냈다. 이때 던진 4구째 체인지업은 76.5마일이었는데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의 체인지업 대부분이 80마일에서 83마일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독 이 공만 굉장히 느렸다. 패스트볼과는 거의 15마일차이였다.

두 번째 대결에서도 초구 볼을 준 이후 2구째 공은 바깥쪽 빠지는 체인지업을 던졌다. 이 공에 강정호는 방망이를 냈고 3루 땅볼에 그쳤다. 류현진의 이 2구째 체인지업도 77.3마일로 유독 다른 체인지업보다 구속이 낮았다.

이 승부 이후 이날 경기를 중계한 김선우 MBC 해설위원은 “한번 기회되면 류현진에게 유독 강정호에게만 다른 공을 던졌는지 물어봐야겠다”고 했고 허구연 위원은 “나중에 둘이서 밥먹으면 강정호가 ‘너 왜 나한테만 그런 공 던졌어’라고 말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이처럼 류현진은 첫 두타석에서 강정호를 잡기 위한 특별한 공으로 2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막았다. 하지만 세 번째 타석은 강정호가 말리지 않았다.

6회 세 번째 대결에서 무려 6구까지 가는 피말리는 승부를 펼첬다. 류현진은 속구-속구-속구-체인지업-체인지업으로 강정호를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6구째 커터가 낮게 들어오자 결국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류현진은 세 번의 대결 중 단 한번만 보여줬던 커터를 결정구로 활용했지만 강정호는 이를 놓치지 않으며 류현진 상대로 안타를 만들었다. 게다가 6회 류현진이 3,4번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고 있던 상황에서 강정호가 이를 안타로 만들었기에 더 의미 있었다.

결국 류현진이 7회를 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오며 이날 류현진과 강정호의 승부는 3타수 1안타 1삼진으로 끝났다. 류현진은 강정호를 잡기 위해 특별히 느린 체인지업을, 강정호는 두 번의 아픔을 딛고 끝내 안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흥미로웠던 동갑내기간의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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