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류현진(31)의 선택은 역시나 ‘퀄리파잉 오퍼(Qualifying Offer, 이하 QO)’ 수락이었다.

예견됐던 행보였지만 올시즌 QO를 제시받은 7인중 유일한 것은 물론 QO 역사상 6번째 수락이기에 분명 놀라움은 가시지 않는다.

QO를 수락한다는 것은 FA권리 행사를 1년 뒤로 미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FA재수인 셈이다.

류현진이 FA재수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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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등 외신은 13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7시까지 결정해야하는 퀄리파잉 오퍼 수락 여부에 류현진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류현진은 2019시즌도 다저스 유니폼읍 입고 뛰게 됐다. 기존 6년 3600만달러 계약으로 연봉 600만달러를 받던 류현진은 1년 1790만 달러(약 203억원)로 3배나 뛴 금액을 받고 다저스에서 뛰게 됐다.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QO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QO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와 정말로 받아들인 이유는 다르지 않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매력적인 1790만달러의 금액

기본적으로 QO를 받아들이는 것은 2019시즌도 ‘잘 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야 가능하다. 물론 모든 선수가 다음시즌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겨울을 난다.

하지만 류현진은 올시즌 3개월 이상을 부상으로 날리면서 아쉬움을 큰 시즌을 보냈다. 나올 때만큼은 완벽한 시즌을 보내고도(7승 3패 평균자책점 1.97) 뛰지 못한 날이 더 많았으니 ‘더 뛰었더라면 더 잘했을텐데’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1790만달러는 금액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기존 연봉의 3배인 1790만달러는 FA 연봉으로도 불가능한 금액이다.

다저스 내에서도 1790만달러의 금액은 전체 6위이자 선발 투수 3위의 연봉이다(커쇼 3100만달러, 리치 힐 1867만달러). 연봉이 그 선수의 입지와 활용도를 말해주는 메이저리그에서 팀내 선발투수 연봉 3위는 아무리 다저스가 선발진이 넘쳐나도(커쇼, 힐, 마에다 켄타, 알렉스 우드, 워커 뷸러, 훌리오 유리아스) 입지를 보장해줄 수 있는 금액이다.

▶LA에서의 안정감과 실제로 훨씬 나은 홈성적

류현진은 6년이나 LA에서 보냈고 LA는 미국 내 최고 한인타운을 가진 도시다. 날씨도 따뜻하고 생활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결혼까지 했기에 무리하게 새로운 도시를 찾아 이동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LA에서의 생활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았던 류현진이다.

또한 류현진은 실제로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매우 편안함을 느끼고 잘 던져왔다. 올시즌 홈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5, 원정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58로 불균형이 컸다.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도 홈에서 평균자책점 2.85, 원정에서 3.56으로 0.7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류현진이 다저스타디움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적응돼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 다저스타디움은 2018시즌 파크팩터 득점부문에서 30개 구장 중 26위(0.872)로 매우 낮았다. 투수가 투수친화구장을 버릴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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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미아에 대한 두려움, 바쁜 스캇 보라스

행여 QO를 거절하고 FA시장에 나갔다가 ‘FA미아’가 될 경우도 생각해봐야했다. 2018시즌을 앞두고 3루수 마이크 무스타커스는 호기롭게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했다. 3루수로 38홈런에 올스타 선정까지 최고의 시즌을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인 지명권을 내줘야한다는 부담감에 3월까지 계약하지 못했고 결국 무스타커스는 원소속팀 캔자스시티 로얄스와 1년 550만달러라는 굴욕적인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3분의1이 깎인 금액에 계약한 사례뿐만 아니라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했다 FA미아가 된 사례는 상당히 많다. 류현진 역시 그런 사례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게다가 FA가 돼서 팀을 늦게 찾는 것보다 하루빨리 거취를 결정한 후 아쉬웠던 2018시즌을 뒤로하고 새로운 2019시즌을 빠르게 준비하는 것이 선수 입장에서 낫다.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매우 바쁜 이유도 들 수 있다. 이번 FA에서 보라스는 브라이스 하퍼에 온신경을 쏟을 수 밖에 없다. 현재 하퍼는 4억달러 계약설이 나돌 정도로 메이저리그 역대 1위 계약을 노리고 있다.

하퍼 뿐만 아니라 류현진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평가받는 좌완 댈러스 카이클도 FA로 나왔는데 그 역시 보라스 고객이다.

또한 일본인 투수 대어로 손꼽히는 기구치 등도 류현진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보라스 입장에서는 대형 고객들에 신경쓰느라 류현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그럴 바에 류현진이 안정적으로 QO를 받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게 옳은 선택이었다.

QO는 어차피 생애 단 한번 밖에 받지 못하기에 2019시즌이 끝나면 류현진은 신인 보상권과 국제 유망주 계약금 일부를 줄 필요 없이 완전 무결한 FA자격을 얻게 된다. 차라리 2019시즌에 류현진이 완전한 FA로써 좋은 성적을 거둔 후 나온다면 'FA대박'을 노려볼 여지를 남겨두게 됐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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