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류현진의 올시즌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1.1마일. 반면 오타니 쇼헤이는 평균 97.7마일(팬브룩스 베이스볼 자료)이다. 메이저리그 평균구속이 93마일 쯤이라고 봤을 때 류현진은 평균이하, 오타니는 평균이상의 패스트볼 구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17일(이하 한국시각)과 18일 흥미로운 차이가 일어났다. 류현진은 91마일짜리 패스트볼로 단 한 번도 피안타를 허용하지 않았고 헛스윙 삼진만 4개를 잡아내며 6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다.

반면 오타니는 평균 97마일을 넘는 패스트볼을 여러번 던졌음에도 1회 2개의 안타(홈런 포함), 2회 2개의 안타 모두 패스트볼이 맞아나가며 2이닝 3실점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좌절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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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야구에서 구속은 매우 중요하다. 제구가 안될 때 구위로 위기상황을 빠져나올 수 있다. 구위가 되는 투수는 제구가 필요치 않은 경우도 있지만 구위가 되지 않는 투수에게 제구는 필수다.

오타니는 지난 두 번의 등판에서는 패스트볼과 스플리터 조합으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하지만 18일 보스턴 레드삭스 타자들을 상대로는 패스트볼이 일직선으로 날아오며 스트라이크존 안에 던졌고 보스턴 타자들은 쉽게 쳐나갔다.

보스턴 타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2이닝만에 66개의 공을 던지게 할 정도로 최대한 공을 많이 봤고 그러자 오타니는 조급한 마음과 제구가 되지 않는 패스트볼로 인해 결정적 안타를 여럿 허용했다. 100마일에 달하는 패스트볼 구위는 뻔히 알고 던지기에 보스턴 타자들에게 어렵지 않았다.

반면 17일 류현진이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상대하며 던진 90마일 언저리의 패스트볼은 오타니의 그것과 7~10마일은 차이가 났지만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에 꽂히는 것은 물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조합으로 매우 뛰어났다. 류현진은 이날 6이닝동안 9탈삼진을 잡았는데 5개의 삼진이 패스트볼이 결정구로 들어간 것이었고 그중 4개는 90마일언저리대 패스트볼에 샌디에이고 타자들이 헛스윙 삼진이라는 굴욕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 오타니와 류현진의 사례를 통해서 구속도 중요하지만 구속보다 중요한 것은 제구와 조합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오타니가 상대한 보스턴 타자들과 류현진이 상대한 샌디에이고 타자간의 능력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2이닝 3실점 1탈삼진과 6이닝 2실점 9탈삼진의 차이는 그 능력 차이보다 더 컸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날 경기를 통해 시즌 세 번째 등판동안 류현진의 패스트볼은 16타수 무안타 타율 0이라는 최고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이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평균 이하 구속의 패스트볼이 지속적으로 타율 0을 유지하리라고는 볼 수 없다. 류현진 역시 구속이 부족하면 더 날카로운 제구로 메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타니 역시 이날 부진이 메이저리그 진출 후 맞은 첫 시련이었다고 해서 언제나 2이닝 3실점을 클래스의 투수는 아니다. 그러나 보스턴전을 통해 확실히 구속보다 어디에 공을 갖다넣느냐와 볼카운트 승부를 어떻게 끌고가는지에 대해 통렬히 인지했을 것이기에 향후 개선을 어떻게 할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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