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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길준영 기자] 오승환(36)은 과연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반등할 수 있을까.

오승환은 7일(한국시간) 텍사스와 1+1년 최대 925만달러(약 100억원), 보장금액 300만달러(약 32억원) 계약에 합의하면서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36)와 한손밥을 먹게 됐다. 한국인 야수와 투수가 한 팀에서 뛰는 것은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이다.

오승환의 계약 규모는 예상보다는 크지 않다. 3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와 지난 시즌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오승환은 지난해 62경기 59.1이닝 1승 6패 7홀드 20세이브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했다.

그러나 팀 내 입지는 나쁘지 않다. 텍사스 불펜은 지난해 평균자책점 아메리칸리그 14위(4.76)에 그쳤다. 마무리투수 샘 다이슨은 7차례의 세이브 기회에서 4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시즌 중 트레이드됐다.

이후 맷 부시와 알렉스 클라우디오가 돌아가며 마무리투수를 맡았다. 부시와 클라우디오는 17홀드 21세이브를 합작했지만 동시에 9개의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오승환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개막전 마무리투수를 노려볼 수 있다.

관건은 오승환이 데뷔시즌의 기량을 회복할 수 있느냐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첫해 76경기 79.2이닝 6승 3패 14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하며 엄청난 활약을 했다.

오승환은 지난 2년간 지명타자가 없는 내셔널리그(NL)에서 뛰었다. 반면 텍사스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AL)다. 지명타자가 있는 만큼 AL이 좀 더 득점이 많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지난 2년간 불펜 평균자책점은 오히려 NL이 더 높았다.

구장 변수도 있다. 오승환이 2년간 홈구장으로 쓴 부시스타디움은 중립에 가까운 투수친화구장이다. 반면 새롭게 홈구장으로 써야하는 글로브 라이프 파크 인 알링턴은 대표적인 타자친화구장이다.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의 오승환 스프레이차트. Baseballsavant 제공
지난 시즌 오승환의 성적이 나빠진 원인 중 하나가 피홈런 증가라는 것을 생각하면 타자친화구장으로 옮긴 것은 큰 변수다. 실제로 지난 시즌 오승환의 스프레이차트를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 대입하면 피홈런이 3개가 늘어난다.

물론 오승환이 홈구장에서만 출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직접적으로 대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또 글로브 라이프 파크는 자세히 살펴보면 타자친화구장이긴 하지만 홈런보다는 3루타가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텍사스로 이적한 것은 분명 오승환에게 좋은 환경변화는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오승환은 지난 시즌 평균구속(93.5마일→92.9마일)이 조금 감소하긴 했지만 직구 구위(헛스윙률 14.4%→14.3%)는 여전히 좋았다. 문제는 ‘언히터블’에 가까웠던 슬라이더가 맞아나가기 시작(헛스윙률 27.5%→15.3%)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오히려 리그를 옮긴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AL에는 오승환을 처음 만나는 타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타자들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슬라이더의 위력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오승환의 이중키킹 투구폼은 타자들이 곧바로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위력을 발휘했던 독특한 투구폼 + 슬라이더 조합이 다시 한 번 오승환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면 좋았던 2016년의 모습을 되찾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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