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드디어 그가 왔다. ‘괴물’, ‘홈런왕’, ‘야구 역사상 가장 큰 계약을 따낸 사나이’ 등 수많은 수식어를 가진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뉴양키스타디움에 안착했다. 스탠튼은 "내 야구 인생에서 새로운 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양키스 입단 소감을 밝혔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새로운 구단주 데릭 지터가 구단주 취임 후 팀의 첫 리빌딩 행보가 마침 팀내 최고 선수이자 고액 연봉자였던 스탠튼을 자신이 선수시절 몸바쳤던 양키스에 보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마이애미가 3000만달러의 연봉 보조를 해주지만 여전히 10년간 2억6500만달러의 계약이 남은 스탠튼은 당장 애런 저지, 개리 산체스, 디디 그레고리우스 등 젊고 유능한 자원이 많은 양키스에게 축복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알렉스 로드리게스, 마크 테세이라 등에서 드러났듯 전성기 이후 팀 리빌딩에 걸림돌이 되는 재앙이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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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스는 12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진행 중인 미국 플로리다 주 레이크 부에나 비스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스탠튼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스탠튼을 데려온 대가로 양키스는 마이애미에 주전 2루수 스탈린 카스트로와 유망주 호르헤 구스만, 호세 데버스를 내줬다. 마이애미는 스탠튼의 잔여 계약 10년 2억9500만달러 중 3000만달러를 보전한다.

스탠튼은 등장과 동시에 괴물 같은 파워를 보유해 메이저리그의 이목을 끈 선수. 데뷔 첫해인 2010년 100경기만 뛰고도 22홈런을 때렸고 2017년까지 262홈런을 때렸는데 같은 8년동안 스탠튼 보다 많은 홈런을 때려낸 내셔널리그 선수는 없었다.

올해는 59홈런 132타점으로 홈런왕-타점왕-MVP를 석권한 스탠튼은 2015시즌을 앞두고 2015시즌부터 2027시즌까지 무려 13년간 3억2500만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어 야구 역사상 가장 고액의 계약을 맺은 선수가 됐다. 지금까지도 3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낸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계약이 흥미로운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최근 마이애미 말린스 구단을 인수한 데릭 지터 신임 구단주가 양키스에서 평생을 몸담고 명예의 전당까지 예약한 ‘양키맨’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번 트레이드는 철저히 비즈니스로 진행됐지만 하필 지터가 구단주이고 양키스가 대상팀이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스탠튼은 축복? : 리빌딩 완성한 양키스와 궤도 맞는 영입

2009년 월드시리즈 우승, 그리고 2012년까지의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양키스는 ‘양키스 다웠다’. 하지만 2013년부터 2016시즌까지 4년간 지구 3-2-2-4위에 그치는 리빌딩 시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2017시즌 애런 저지를 중심으로 포수 개리 산체스, 1루수 그렉 버드, 선발 투수 루이스 서베리노 등 자체 생산 유망주들이 잠재력을 폭발시키면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7차전까지 진출했지만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돌풍에 막혔다.

저지, 산체스, 버드, 서베리노 등은 아직 5년 이상은 양키스와 함께할 선수들. 여기에 최고의 불펜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 최고의 셋업맨 데이비드 로버트슨, 준수한 프론트 선발인 다나카 마사히로, 트레이드로 데려온 에이스급 투수 소니 그레이, 검은 지터로 불리는 디디 그레고리우스 등 투타에 핵심 선수들이 여전히 건재하다.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12일(한국시각)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렇게 팀이 완성되는 시기에 스탠튼이라는 확실한 거포를 데려왔다는 점은 약점이었던 지명타자 혹은 외야수에 4번타자감을 데려왔기에 최고의 보강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내년 양키스의 타선은 1번 브렛 가드너-2번 저지 3번 스탠튼-4번 산체스와 같은 최강 라인업 구축이 가능하다. 스탠튼이 내년이면 28세시즌을 보낸다는 점에서 전성기까지도 꽤 남았기에 저지와의 중심타선은 오래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스탠튼은 재앙? : A로드, 테세이라 사례 잊었나

앞서 2012년까지 포스트시즌을 밥먹듯 나가던 양키스가 2016시즌까지 부진했음을 언급했다. 실제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2013시즌부터 3-2-2-4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은 고작 1회에 그쳤고 그나마 한 번도 와일드카드에서 곧바로 지며 탈락했었다(2015시즌).

4년간의 암흑기가 있었던 것은 누가 뭐래도 장기 계약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양키스는 4년간 2할2푼2리의 타율에 그친 마크 테세이라에게 9125만달러를 지급했고 역시 4년간 타율 2할3푼7리에 49홈런에 그친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약 9500만달러를 지급했다.

마이애미의 구단주로 스탠튼을 양키스에 보낸 지터 역시 같은 기간 냉정하게 양키스에겐 재앙이었다. 지터는 2013, 2014년 2년동안 2900만달러를 받았는데 이때 2년간 홈런 5개, 타율 2할5푼을 기록한게 전부였다.

양키스의 재앙이 됐던 마크 테세이라(왼쪽)와 알렉스 로드리게스. ⓒAFPBBNews = News1
즉 양키스는 이미 선수의 현재 모습만 보고 초장기계약을 했다가 그 선수들의 말년에 심각한 부진과 이에 따른 지나치게 불필요한 연봉 지출로 4년이나 암흑같은 시간을 보낸 바 있다.

스탠튼도 알렉스 로드리게스, 마크 테세이라 등과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내년이면 28세시즌인 스탠튼은 아직 10년의 계약이 남았다. 물론 3년 후 옵트아웃(계약 중 선수 의지에 의한 계약파기와 FA자격 획득) 조항이 있지만 행사할지 안할지 모르는데다 좋게 봐도 첫 5년 정도는 잘한다고 봐도, 32세 이후인 5년간은 악몽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미 스탠튼은 부상이 잦아 8년간 140경기 이상을 소화한 적도 고작 3번뿐이며 나이가 들어 파워가 줄게 되면 그 어떤 장점도 없을 유형의 선수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마크 테세이라도, 그리고 지터도 당시에는 정말 뛰어난 선수였기에 장기계약을 맺었지만 약물의 시대가 종언되자 나이를 먹으면 기량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증명됐고 스탠튼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당장의 승리’를 바라보는 양키스 입장에서는 최고의 계약일지 모르지만 이후 심각한 후유증을 보였던 2013~2016년을 생각하면 스탠튼 계약은 미래를 현재에 당겨쓰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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