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물론 허황될 수도, LA를 떠난다는 것도, 다저스가 아닌 유니폼을 입는 것이 말이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할 때다.

올해도 그랬지만 내년에도 류현진(30·LA다저스)의 입지에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는 포스트시즌 로스터 제외에서 드러난다. 어쩌면 내년이 더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류현진은 2018 시즌 이후 생애 첫 FA자격을 얻게 된다. FA대박이 절실하고 그렇다면 안정적으로 자신을 믿고 써줄 팀이 필요하다. 류현진은 귀국 인터뷰에서 "FA가 기대된다. FA로이드가 되겠다"며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저스에 남을 경우 선발 자리조차 보장받지 못할 류현진이 나서서 트레이드를 요청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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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자원·좌완 넘치는 다저스, 또 선발 영입 노릴 수도

다저스가 선발 자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시작으로 올 시즌 잠재력을 폭발시킨 알렉스 우드, 나올 때만큼은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는 리치 힐과 브랜든 맥카시, 저렴한 연봉에 다저스에 흔치 않은 우완인 마에다 켄타에 류현진, 그리고 시즌 중 트레이드로 영입됐던 다르빗슈 유까지 총 8명이 선발 5자리를 놓고 경쟁했었다.

다르빗슈는 FA로 떠났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계약은 2018시즌에도 유효하다. 여기에 부상에서 돌아올 초특급 유망주 훌리오 유리아스, 원래는 선발 자원인 롱릴리프 로스 스트리플링, 2017시즌 상위 싱글A부터 트리플A까지 3계단을 상승하며 특급 유망주가 된 워커 뷸러까지 마이너리그 혹은 메이저리그 불펜에도 선발 자원은 다양하다.

여기에 부상으로 2017시즌을 통으로 날렸지만 1800만달러에 달하는 연봉으로 2018시즌 팀내 연봉 3위인 스캇 캐즈미어까지 류현진을 빼도 언급되는 선발 자원은 9명이다. 많아도 너무 많은 지경. 게다가 좌완 자원도 커쇼, 힐, 우드, 유리아스, 캐즈미어, 류현진으로 지나치게 많다.

이번 FA시장에서 다저스가 조용히 넘어간다는 보장은 없다. 당장 다르빗슈와 재계약설도 돌고 있고 고등학교시절부터 스카우팅을 해온 오타니 쇼헤이에도 관심을 보내고 있다. 제이크 아리에타, 덕 피스터 등도 물망에 올라있다. 워낙 돈이 많은 다저스가 다시금 우승에 도전한다면 FA시장에 가만히 있을리 없다는 것이 현지의 예측이다.

▶냉정히 5선발 경쟁을 해야하는 류현진의 입지

류현진 입지의 현실은 ‘포스트시즌 로스터 제외’로 알 수 있다. 후반기 평균자책점 3.17의 호투를 펼쳤음에도 아예 포스트시즌에 등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류현진은 그래도 26번째 선수는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월드시리즈에서 투수 자원 교체가 된 것은 류현진이 아닌 브랜든 맥카시였다. 이것이 냉정한 류현진의 현실이었다.

2018시즌이라고 다를까. 더 상황이 나빠질 경우의 수가 많다. 당장 류현진은 1년밖에 계약이 남지 않은데 반해 나머지 선수들은 더 오래 팀과 함께할 선수들이다. 맥카시도 내년이면 계약 종료지만 783만달러를 받을 류현진보다 많은 1150만달러를 받을 선수로 더 비싼 선수이기에 같은 상황이면 맥카시에게 기회가 더 돌아갈 수 있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류현진은 쏠쏠한 예비 5선발정도다. 5선발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올해는 ‘부상 복귀 시즌’이라는 명분으로 126.2이닝 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내년에도 과연 정상적인 선발투수들만큼의 이닝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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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미 2017시즌 류현진이 경험했듯 수많은 선발 자원들과 시즌 내내 경쟁하고 한경기 한경기가 ‘선발 잔류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순간을 또 겪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경기만 부진하면 바로 다른 경쟁자가 버티고 있는 다저스에서의 정신적 고통은 류현진만 알 것이다.

▶중하위권팀 중하위 선발감은 되는 류현진, 편안하게 던지자

안타까운 것은 다저스 선발진이 너무나도 강하고 그렇다보니 류현진 정도의 선수가 5선발 경쟁도 겨우 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다저스 선발진은 2017시즌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 FIP(수비무관평균자책점)도 3위인 3.74로 뛰어났다.

류현진이 기록한 3.77의 평균자책점은 120이닝이상 던진 115명중 39위로 상위 30%수준은 됐다. 게다가 류현진은 부상전에는 2013년 신인왕 투표 4위, 2014년 150이닝 던진 선수 중 FIP 7위 등의 ‘보여준 것이 있는 선수’였다. 당시 현지에서는 ‘2선발같은 3선발’이라며 커쇼-잭 그레인키에 밀려 3선발인 류현진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물론 부상 복귀 시즌에서 그만큼의 모습은 보여주진 못했지만 투수에게 치명적인 어깨부상을 당했음에도 2017시즌 이정도의 희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내년 더 나아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만약 류현진이 중하위권팀에 간다면 충분히 3,4선발 정도의 역할은 맡을 수 있다. 이정도 역할이라면 한경기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고 선발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도 줄어들 수 있다. 자신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구단이라면 류현진은 더 편하게 FA직전 시즌을 보낼 수 있다.

현재 류현진은 트레이드가 될 경우 FA가 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사실상 트레이드 거부권과 다름없는 이 조항은 선수 본인이 철회한다면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장애물이다. 물론 우승권팀을 자진해서 떠난다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당장 1년이 아닌 FA계약이라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앞둔 류현진에게 더 큰 미래를 그린다면 새로운 팀을 찾는 것이 선발로 얼마나 기회를 줄지도 모를 다저스에 있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냉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다저스 수뇌부는 류현진을 간절하게 영입했던 그들이 아니다. 팀내에서 자신의 위치는 풀시즌을 보냈음에도 ‘포스트시즌 로스터 제외’라는 냉정함으로 돌아왔다.

물론 문제는 다저스가 류현진을 보내줄 것 인가다. 류현진은 내년 시즌 연봉 800만달러도 되지 않는 저렴한 선수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싼값의 예비자원을 타팀에 보내기 꺼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타팀 입장에서는 싼값에 괜찮은 선발을 영입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볼 수도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꼭 다저스를 고집할 필요 없이 구단에 먼저라도 트레이드 요청을 해서 일생일대 가장 중요할 FA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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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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