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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류현진(30·LA 다저스)의 시즌 6승 도전이 또다시 무산되고 말았다. 무너진 경기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크다.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4.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류현진은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4회까지는 득점권 위기가 단 한 차례밖에 없었을 만큼 전반적인 투구 내용이 깔끔했다.

그러나 투구수 관리에서는 아쉬움을 남기면서 승리 요건을 거머쥐기 직전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다. 5회 2사 후 투수 스트라스버그에게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준 것이 뼈아팠으며, 결국 다음타자 트레이 터너에게도 볼넷을 던지면서 투구수가 98개에 육박했다. 이에 앞서 위터스에게도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지만 타자의 끈질긴 커트로 11개의 공을 던져야 했다. 5회에만 투구수가 30개에 달했다.

물론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에게 스스로 위기를 진화할 기회를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판단은 냉정했다. 로스 스트리플링을 곧장 마운드에 세우며 류현진에게 승리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류현진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결정이기도 했다.

올시즌 류현진은 투구수가 늘어날수록 흔들리는 경향이 짙었다. 투구수 26~50구 구간에서는 피안타율 1할7푼9리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51~75구에서는 3할8리, 76~100구에서는 3할5리로 수치가 높은 편이다. 출루율과 장타율 역시 26~50구에서는 각각 2할대의 뛰어난 기록을 남겼지만 이후 급격하게 수치가 치솟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같은 기록은 로버츠 감독에게 불안감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 평소에도 빠른 투수 교체 타이밍을 가져가는 로버츠 감독이기 때문에 선발 투수가 한계 투구수 근처에서 흔들릴 경우 성향이 그만큼 강하게 드러날 뿐이다. 오히려 이같은 불안 요소를 잠재울 필요가 있었지만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도 투수에게 첫 볼넷을 내준 뒤 또 한 번 추가 볼넷을 기록하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또한 전성기 시절에는 이닝이터의 역할도 나름 책임질 수 있었지만 현재의 류현진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기도 하다. 어깨, 팔꿈치 수술로 긴 재활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선수가 계속해서 던지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코칭스태프가 적절한 선에서 끊어줄 필요가 있다. 류현진은 올시즌 100구 이상을 던진 경기가 단 5차례 뿐이며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난 경우도 없었다. 구단 차원에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류현진 입장에서는 당장의 1승이 소중할 수 있지만 다저스는 사실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굳힌 상태이기 때문에 선수를 무리시킬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경기를 위해 힘을 비축시켜 놓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류현진이 5회 연속 볼넷을 내준 상황을 아쉬워하면서도 체인지업을 비롯해 전체적인 투구 내용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또한 “류현진은 내게 위닝 피처”라는 표현을 사용할 만큼 신뢰를 드러냈고, 포스트시즌 선발 여부에 대한 확답은 없었지만 15~17개의 아웃카운트를 기대할 수 있는 투수임을 강조했다.

투구수 관리는 구단 뿐 아니라 류현진에게도 남은 기간 계속해서 이어질 하나의 중요 숙제다. 구단은 투구수를 어떻게 조절해주느냐, 류현진은 투구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져가느냐의 차이가 있지만 결국 류현진이 효율성을 높인다면 선수와 구단 양쪽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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