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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국에서는 하위타순을 상대할 때는 잠시 ‘전력투구 스위치’를 꺼놔도 됐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매타자를 상대로 전력투구해야했고 늘 스위치를 켜놔야 했다. 하지만 늘 켜진 스위치에서도 높낮이는 있었다. 3회 2사 만루에서 보여준 류현진의 150km짜리 패스트볼 헛스윙 3구 삼진은 그야말로 ‘전력투구의 끝’을 보여준 이날 등판의 결정적 장면이었다.

류현진은 20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5시 5분 미국 디트로이트의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원정경기에서 5회까지 89구를 던지며 3피안타 4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로스 스트리플링에게 넘겼다. 평균자책점은 3.45까지 내려갔고 다저스도 6회초까지 득점하지 못해 승패 없이 물러났다. 다저스는 3-0으로 승리하며 6연승을 거뒀다.

이날 류현진은 전체적으로 불안한 투구를 했다. 5회까지 매이닝 주자를 출루시켰고 4회를 제외하곤 매번 선두타자를 루상에 보낸 후 급하게 불을 끄는 형식이었다.

롤러코스터를 탄 투구의 화룡정점은 3회였다. 류현진은 3회말 자코비 존스에게 챌린지에 의한 3루방면 안타를 내줬고 이후 볼넷 2번으로 만루의 위기에 놓였다. 그나마 2사까지 잡아놓은 상황이었지만 하필 만루에서 상대하는 타자는 ‘썩어도 준치’인 4번타자 미겔 카브레라였다. 올해 2할5푼7리의 타율로 부진할 뿐이지만 14시즌간 통산 타율이 3할1푼8리에 MVP, 트리플 크라운 등 완벽한 타자인 카브레라를 이기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초구 커브, 2루째 커터로 0-2의 유리한 카운트로 이끌더니 3구째를 바깥쪽 높은패스트볼로 헛스윙 3구삼진을 잡아냈다. 느린 커브, 적당히 빠른 커터에 이은 이날 가장 빨랐던 시속 150km짜리 속구로 이어지는 속도 변화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무대를 옮기며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을 ‘항상 스위치를 켜둬야 하는 것’으로 든다. KBO리그에서는 하위타순에서는 전력 투구를 하지 않아도 막을 수 있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러다간 그대로 장타를 맞기 때문이다. 늘 전력투구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더 지치고 부상 위험도도 따른다.

일각에서는 어깨부상 역시 늘 전력투구로, 더 세게 던지는 메이저리그에 있다 보니 나온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처럼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을 하기 힘든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은 그래도 스위치가 필요할 때 더 높은 단계를 가끔씩 켜곤 한다. 바로 이날 경기 3회 미겔 카브레라를 상대할 때처럼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여기면 자신이 가진 최대한을 쏟아내 던지고 그 결과 최고구속을 보이며 삼진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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