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류현진(30·LA다저스)이 달라졌다.

6월 초까지만해도 평균자책점이 4.42로 예전의 ‘2선발 같은 3선발’의 위치로의 회귀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8, 두 경기 연속 7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단숨에 평균자책점이 3.53까지 내려간 것은 물론 다르빗슈 유의 영입에도 입지에 흔들임이 없어졌다.

과연 최근 6경기 사이에 류현진은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그리고 이미 포스트시즌 경쟁은 따 놓은 당상인 LA다저스에서 4선발 체재로 운영되는 포스트시즌에서 생존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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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는 커브, 슬라이더 비중 늘렸다

류현진은 6월 18일(이하 한국시각) 신시내티 원정부터 지난 8월 7일 뉴욕 메츠전까지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8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6월 18일 경기전까지만 해도 평균자책점은 4.42였지만 6경기만에 평균자책점이 거의 1점대 하락했다(3.53).

최근 6경기와 그전 11경기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원래 류현진은 슬라이더를 1.67%, 커브는 15.59%의 비율로 던졌다. 하지만 최근 6경기에서는 슬라이더 5.95%, 커브 19.70%로 각각 비율을 4%가량 늘렸다. 두 구종의 구속은 다를바 없지만 움직임에 차이가 있기 때문.

지난 6경기에서 슬라이더의 버티컬 무브먼트(Vertical Movement, 종 움직임)는 -1.96, 호라이즌 무브먼트(Horizon Movement, 횡 움직임) -1.30이었다.

이는 부진했던 11경기에서 보인 종으로 -3.39, 횡으로 -0.95와는 큰 차이. 즉 슬라이더가 밑으로 덜 떨어지는 대신 더 많이 옆으로 휘었다고 보면 된다.

커브 역시 기존 종으로 -8.02, 횡으로 -5.32에서 최근 6경기는 종으로 -8.10, 횡으로 -5.96으로 같은 낙차로 떨어져도 좀 더 오른쪽으로 휘면서 떨어져 위력이 더했다. 이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확연히 좋아졌고 쉽게 아웃카운트를 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이전 11경기에서 6할6푼7리에 달했던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최근 6경기에서는 1할1푼1리로 크게 감소했다. 또한 슬라이더는 스윙당 헛스윙 비율이 기존 12%대였지만 최근에는 20%대로 크게 상승했고 커브 역시 기존 42%대에서 47%까지 확 상승했다. 그만큼 타자들이 치기 어려운 공이 된 것이다.

▶골칫거리 패스트볼의 대반전

올 시즌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지던 패스트볼 역시 이전 11경기에서는 90.23마일이었지만 최근 6경기에서는 91.26마일로 1마일 상승해 훨씬 탄력을 받았다.

구속이 빨라지면서 패스트볼 장타율은 기존 8할1푼5리에서 4할7푼5리로 뚝 떨어졌다. 패스트볼 헛스윙률도 18%대에서 25%대로 확 상승했다.

그전까지 무려 10개의 피홈런을 허용하던 패스트볼이 고작 하나의 홈런만 허용하다보니 문제가 됐던 피홈런 숫자가 줄면서 자연스레 실점이 줄고 호투가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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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다른 투수가 되는 류현진에 대한 기대

류현진은 그동안 후반기에 꾸준히 강해왔다. 4시즌간 전반기에 평균자책점이 3.62였지만 후반기는 2.73으로 거의 1점대 가량 낮아졌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무려 0.2나 낮아져왔다(전반기 1.296 후반기 1.073).

특히 류현진이 모든 달 중에 8월이 가장 평균자책점이 낮은 달(2.13)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나설 8월의 3경기 내외가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다.

당장 후반기에 10이닝 이상 던진 다저스의 투수 8명(불펜 포함)중 류현진은 평균자책점 0.95로 가장 뛰어난 호투를 했다. WHIP도 0.79로 선발 투수 중 최고 수치.

팀 전체에서 가장 승수가 적은(4승) 선발일지는 몰라도 후반기의 모습만 놓고 보면 류현진이 가장 뛰어난 선수임은 틀림없다. 후반기에 더 나은 류현진임을 감안하면 이 모습을 이어갈 확률도 크기에 더욱 기대된다.

▶포스트시즌 4선발 가능할까?

포스트시즌은 휴식일이 보장되기에 4선발 체재로 운영된다. 일단 부동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1선발인 것은 당연하며 3개월 쓰기 위해 영입한 다르빗슈 유 역시 남은 기간 동안 큰 부진을 하지 않는 이상 아까워서라도 포스트시즌 선발 자리가 보장될 것이다.

남은건 2자리. 현재 13승1패 평균자책점 2.23으로 전반기동안 1선발 역할을 해온 알렉스 우드가 일단 첫 번째 후보다. 최근 후반기에서 평균자책점에서 4.26으로 다소 흔들리지만 그동안 해온 것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가장 앞서있다.

결국 리치 힐, 마에다 켄타, 브랜든 맥카시, 류현진이 남은 한자리를 놓고 다툴 가능성이 높다. 가장 평균자책점이 높은 선수가 3.84인 맥카시일 정도로 모두 뛰어난 상황에서 결국 남은 2달간의 활약으로 포스트시즌 선발 구도가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이 최근 6경기에서 보여준 활약만 이어가 다른 경쟁자들과 동일한 선상에 서게 된다면 포스트시즌 선발로 낙점될 가능성이 좀 더 높다.

우완 선발 브랜든 맥카시는 메이저경력 12년동안 포스트시즌 경험이 아예 없고 마에다 켄타는 지난 시즌 처음 등장한 포스트시즌에서 3경기 평균자책점 6.75로 실망스러웠다. 리치 힐도 포스트시즌 4경기 평균자책점 4.50이다. 반면 류현진은 포스트시즌 3경기 평균자책점 2.81로 팀 내 최고인 상황. 경험을 우선시 한다면 류현진이 앞선다.

물론 다르빗슈가 영입됐을 당시만 해도 류현진은 선발경쟁에서 물러날 1순위였다. 하지만 지난 2경기에서 연속 7이닝 무실점의 호투와 가파른 후반기 상승세로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행복한 고민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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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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