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마이너리그 거부권. 메이저리그에 등록이 된 상황이라면 선수 동의 없이는 마이너리그에 내릴 수 없다는 이 조항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류현진이 2013시즌을 앞두고 LA다저스와 계약 당시 이 조항을 고집했고 받아들여졌던 것에 대해서 호평일색이었다.

그러나 윤석민의 볼티모어 오리올스 계약 때는 2년차부터 마이너리그 거부권 조항이 있었지만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진입 자체를 하지 못하면서 도리어 이 조항은 한번 메이저리그로 올리면 다시 내리기 힘든 독소조항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김현수는 윤석민 이후 마이너리그 거부권 조항을 받은 유일한 선수였다. 그리고 이 조항 덕분에 지난해 첫 시즌에 마이너리그로 가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후보로라도 버티다 3할 타율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 조항은 선수에게 득이 많은 조항이며 이 이득을 통해 류현진과 김현수는 현재 확실하게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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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아스 강등된 LAD선발진, 류현진과 유리아스의 다른 기회

다저스는 21일(이하 한국시각) 유망주 좌완 투수 훌리오 유리아스를 마이너리그 트리플A팀으로 강등시켰다. 유리아스는 21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2.1이닝 7피안타 3볼넷 7실점(6자책점)으로 부진을 겪은 바 있다.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40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유리아스의 마이너리그 강등은 다저스의 선발진 과포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 알렉스 우드, 리치 힐, 마에다 켄타, 브랜든 맥카시, 유리아스, 류현진까지 7명의 선발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에다는 주말 경기면 부상자명단에서 돌아오기에 다저스는 선발진 정리가 불가피했다. 7인 선발 로테이션을 유지하면 5명의 불펜으로만 시즌을 보내야하는데 이는 무리가 있기 때문.

이렇게 됐을 때 포화된 선발진 선수를 트레이드하거나 마이너리그에 보내거나 혹은 부상자명단에 올리는 방법이 있는데 세 번째 방법의 경우 그동안 다저스가 너무 자주 부상자명단을 활용해왔기에 메이저리그 사무국 차원의 1차경고가 들어간 상황이다. 트레이드를 하기에는 아직 시즌이 절반이상 남은데다 부상이 많은 선발선수들로 인해 섣불리 트레이드 하기도 애매하다.

결국 마이너리그 강등밖에 답이 없는데 유리아스를 제외하곤 모두 고액 연봉자들인 다저스 선발진이다. 그래도 연봉순으로 마이너리그를 보내기엔 불합리하기에 ‘부진하다’는 합리적 이유도 있어야했고 마침 유리아스가 부진하면서 적당한 명분도 생겼다.

그러나 과연 유리아스가 고액 연봉자였고 정상적인 선발진 상황이었다면 5경기 평균자책점 5.40의 성적이 정말 마이너리그까지 가야할 상황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차라리 4이닝 10실점으로 크게 무너졌던 당시에 류현진이 아예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는 것이 더 맞았을 수도 있다.

류현진은 6번중 4번을 부진해도 기회가 더 주어져 결국 지난 경기에서 5.1이닝 2실점을 기록한 반면 유리아스는 연속 3번을 잘하고(5.2이닝 1실점, 5이닝 4실점, 6.1이닝 1실점) 두 번 못했다고 마이너리그 강등이 된 것은 기회에서 불공평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류현진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고 유리아스는 아직 마이너리그에 내려보내도 되는 신인 선수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잔류에 분명 큰 도움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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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 이렇게 적은 출전 받은 선수가 드물다

김현수 역시 마이너리그 거부권의 혜택을 받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김현수는 23일 경기에서 대타로 나와 안타를 때려내면서 총 22경기에서 62타석에 들어섰다. 팀의 총 43경기에서 절반을 겨우 나온 것.

이 수치는 김현수처럼 개막전 로스터부터 포함돼 단 한 번도 부상자명단에 가지 않은 선수들 중에 보기 드문 출전 기록이다. 같은 지구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만 봐도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김현수와 같이 개막전 로스터에 있으면서 부상자 명단에 갔다오지 않은 선수 중 김현수보다 출전경기수와 타석수가 적은 선수는 없었다.

그나마 템파베이 레이스에는 외야수 피터 보저스가 대수비 전문으로 나오며 32경기 55타석에 들어선 것이 김현수와 상황이 비슷하다. 하지만 보저스는 대수비 전문 요원으로 김현수보다 타석은 적어도 10경기나 더 나왔다.

김현수처럼 메이저리그에 꾸준히 있으면서 경기에 적게 나오는 선수는 찾아보기 드물다. 김현수처럼 그리 뛰어나지 않은 성적(타율 0.236)에 제한된 역할(대수비, 대주자, 좌투수 상대 불가)이라면 마이너리그에 갔다 보완을 하고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

즉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었어도 과연 이처럼 메이저리그에 계속 있을 수 있었을까는 분명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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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취한 권리를 누리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렇다고 류현진과 김현수가 지나친 특권을 누렸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두 선수는 계약 당시 ‘마이너리그 거부권’이라는 조항을 위해 계약금에서 손실 혹은 다른 부분에서의 손실을 봤다.

류현진의 경우 이 조항을 강조하다 LA다저스와 마감시한 5분을 남기고 겨우 계약체결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두 선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라는 권리를 위해 포기한 것이있다.

즉, 두 선수가 계약을 잘했기에 현재의 권리를 정당하게 누리고 있는 것이다. 분명 두 선수의 현재 상황은 마이너리그에 갔을만한 상황임이 틀림없지만 마이너리그 거부권 조항 덕을 보고 있다.

취재차 만났던 한 마이너리그 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100경기 뛰는 것보다 메이저리그에서 1경기뛰는게 더 좋다”고 할 정도로 메이저리그에 있는 것은 큰 혜택이며 이를 두 선수는 처음 잘 맺은 계약 덕분에 누리고 있는 것이다.

선수가 언제나 잘할 수는 없다. 잘할 때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필요치도 않다. 바로 이렇게 다소 부진하고, 기회를 잡지 못할 때, 혹은 경쟁자에 비해 계약 조건으로라도 우위가 필요할 때 마이너리그 거부권 조항이 빛을 발한다.

한때 마이너리그 거부권 조항은 미움도 받았다. 그러나 ‘선수의 동의 없이 마이너리그로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야 말로 메이저리거에게는 계속해서 메이저리거로 남을 수 있음을 얘기하기에 새삼 뛰어나고, 놀라운 조항임을 알 수 있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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