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류현진(30)은 지난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2017 메이저리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1이닝 7피안타(2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그의 소속팀 다저스는 경기 내내 7점을 뽑아내며 7-2 완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시즌 2승(5패)에 성공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 ⓒAFPBBNews = News1
전체적으로 그의 마이애미전 투구를 평가하자면 커브를 상당히 많이 사용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직구 구위는 정상궤도까지 오르지 못한 것 같다. 공 끝이 무뎠고, 속구가 장타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피홈런은 모두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다 맞았다. 직구가 전반적으로 공 한 두 개씩 높게 들어왔다는 점도 아쉬웠다.

이날 류현진은 우타자에게 슬라이더와 커브는 물론 바깥쪽 서클 체인지업을 고루 사용했는데, 좌우 코너웍을 넓게 썼다는 것은 긍정적이었다. 이전까지는 한 쪽 방향으로 승부를 펼치다가 상대 타자 노림수에 당했었는데 이번엔 여러 구종으로 타격 타이밍을 빼앗았다.

물론 2회초 마이애미의 저스틴 보어가 때린 솔로포는 무척 아쉬웠다. 하지만 3회초 2사에서 크리스티안 옐리치에게 맞은 좌중월 솔로포는 결코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홈런을 맞는 과정에서 투심 패스트볼이 구사 됐기 때문.

이날 경기 79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이날 단 한 개의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했다. 앞서 언급한 옐리치가 솔로포를 때려냈던 바로 4구째 공이 시속 148km의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이전 칼럼에서도 나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투심 패스트볼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투심 패스트볼을 던져야 그의 주무기인 서클 체인지업의 위력도 한 층 배가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류현진의 투심 패스트볼을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드디어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그를 보게 돼 무척 반갑다. 비록 홈런을 내주는 장면이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유다.

서클 체인지업의 위력 증가가 투심 패스트볼의 구사에 달려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가는 두 구종의 구속 차이다. 체인지업은 기본적으로 속구 계열의 공이지만, 역회전이 걸리는 공이다. 공이 무척 빠른 투심 패스트볼보다 약 시속 15~20km 정도 차이를 보인다.

좌완 투수 입장에서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빠지는 두 구종(서클 체인지업, 투심 패스트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은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013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류현진은 이제 미국 무대에서 결코 낯선 투수가 아니다. 비록 최근 2시즌간은 부상으로 쉬었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도 이미 류현진을 향한 전력 분석이 이뤄질 대로 이뤄졌을 것이다.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 타자들이 모를 리 없다.

실제로 2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마이애미의 간판 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류현진이 던진 2개의 서클 체인지업을 모두 볼로 골라냈고, 2스트라이크 2볼에서 5구째 서클 체인지업을 큼지막한 2루타로 연결했다. 체인지업을 던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노려서 받아친 것이다.

이러한 타자들의 전략에 혼선을 줄 수 있는 공이 바로 투심 패스트볼이다. 류현진이 앞으로 투심과 체인지업을 섞어서 보여준다면 적어도 우타자들은 매 타석 전략을 짜기 쉽지 않을 것이다.

체인지업이 공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류현진 역시 잘 알고 있을 터. 하지만 올시즌 그가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을 높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와 직접 만난 것이 아니기에 확언할 수는 없지만, 직구 구위가 예전만 못하니 체인지업 의존도가 자연스레 높아진 것이다. 잘 할 수 있는 것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과하게 몰입한 모양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 ⓒAFPBBNews = News1
하지만 19일 경기에서는 체인지업 구사 비율이 크게 낮아졌다. 올시즌 그의 체인지업 구사 비율은 29%였다. 그러나 19일 경기에서는 그 비율이 18%(15개)로 크게 줄었다. 이 정도 구사 비율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 이상, 즉 20%를 넘긴다면 끝내 상대 노림수에 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본적으로 현재 류현진의 몸상태는 체인지업을 잘 던질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제 아무리 체인지업의 장인으로 통했다고 하나 어깨 수술을 이겨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회복 기간도 기간이지만 근육 가동범위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을 것이다. 체인지업은 어깨를 트는 것이 중요한데 바로 이 점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향후 체인지업 구사를 아예 포기하라는 주장은 결코 아니다. 불편하고 좋지 않을 수 있지만 계속 던져 나가면서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체인지업을 포기하는 것은 류현진만의 색깔이 없어지는 일이다. 위력은 여전히 떨어져 있지만 로케이션과 수싸움으로 이겨내야 한다.

우타자를 상대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았다면 좌타자 상대 모범답안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결국 핵심은 슬라이더와 커브 둘 중에 하나를 결정구로 고르는 일이 될 것이다.

슬라이더의 장점은 빠르게 휘는 것이고 커브는 느리지만 각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역시 상대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과 깊은 연관이 있다. 쉽게 설명해 슬라이더는 몸이 나가면서도 공을 때릴 수 있지만, 커브는 레그킥을 한 뒤 때려내야 한다.

두 구종을 모두 잘 쓸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지만,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두 구종을 모두 잘 쓰는 선수는 만난 적이 없다. 천하의 류현진이라 해도 애를 먹을 것 같다.

다만 경기 전 불펜 투구와 경기 초반의 상황을 지켜보고 때에 따라 알맞게 선택과 집중을 시도했으면 좋겠다. 일단은 매 경기마다 두 구종을 모두 구사해보고, 보다 더 각이 좋은 구종을 택해 비율을 크게 높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박명환 야구학교 코치.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박명환 스포츠한국 야구 칼럼니스트·해설위원/ 現 야구학교 코치, 2017 WBC JTBC 해설위원
정리=이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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