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오전과 오후에 걸쳐 침통함에 잠긴 두 스포츠 선수를 차례로 만났다. 하지만 한 명은 뜨거운 박수를 받았고, 또 다른 한 명은 별다른 동정조차 받지 못했다. 전자는 주희정(40·은퇴), 후자는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주인공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김종문 부장판사)는 18일 강정호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강정호의 항소를 기각했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1심이 그대로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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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항소심 양형 심리 과정에서 원심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상황이 생겼다고 볼 수 없고, 범행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보면 1심의 형이 무겁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기각의 사유를 밝혔다.

강정호로서는 향후 일주일 내에 상고를 할 수 있고 대법원으로부터 벌금형으로의 감형을 마지막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결코 높지 않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복귀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

강정호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이미 그가 음주 운전만으로 ‘삼진 아웃 제도’에 걸렸을 뿐 아니라 지난해 12월에는 사고 후 도주에 이어 허위 진술 및 은폐를 시도하는 등 죄질이 너무나도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로서 매사에 더욱 모범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지만 그라운드를 벗어나서는 그 반대였다. ‘프로의 자격’을 갖추기는커녕 너무나도 뒤늦은 반성의 기미를 보인 뒤 메이저리그에서 활동 중인 야구선수라는 특수성을 앞세워 동정을 호소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여론의 공감을 당연히 얻을 수 없었다.

강정호의 선고공판에 앞서 논현동 KBL 센터에서는 프로농구의 대표적 스타 주희정의 은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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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희정은 여러 차례에 걸쳐 눈물을 쏟아냈다. 특히 그는 “내가 아내에게 ‘은퇴를 하면 농구를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적이 있지만 나 주희정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농구에 대한 열정을 놓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말로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농구에 대한 주희정의 진심을 읽을 수 있는 발언이었다.

무려 20년이나 프로 유니폼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농구공을 내려놓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은 듯했다. 말 그대로 농구에 미쳐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었다.

주희정은 농구계 최고의 노력파로 통한다. 어린 시절부터 힘들게 본인의 뒷바라지를 해온 할머니를 위해 이를 악물었고, 머리에는 오로지 농구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밥 먹고 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운동만 할 정도’라는 말이 결코 지나친 과장이 아닐 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했고, 노장 반열에 접어든 이후로도 야간이 되면 늘 체육관 불을 밝혔다.

주희정은 프로 선수의 직함을 달고 코트를 누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매순간 느끼고 있었다. 결코 현재에 안주하지 않았고, 끊임없이 자기 발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결국 KBL 사상 처음으로 1000경기를 소화하는 불멸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주희정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후배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조언 등을 전하며 마지막까지 프로의 자격과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비록 종목은 다르지만 강정호 역시 주희정이 보여준 프로 정신 및 절실함을 지금부터라도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한 보여주기 식의 반성은 곤란하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모두에게 진심이 전달될 때까지 노력에 노력을 더해야 한다.

사실 프로라면 누구나 절박함을 경험해봤고 강정호 역시 과거 그런 순간들이 있었겠지만 주희정은 20년의 프로 생활 내내 그러한 초심을 잃지 않았다. 어쩌면 가장 지키기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부터라도 강정호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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