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제 4월이다. 김현수는 계속 팀에 기여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힘겨운 시간이다” - 4월 23일

“김현수의 선발 제외가 나에게 가장 어려운 결정이다.” - 5월 10일

“모든 선수들이 플레이에 관여하도록 노력하지만 힘든 일이다. 힘들다. 변명이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다. 만치니가 매우 잘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타당한 이유다. 물론 김현수도 잘 할 수 있다. 지난해 3할 타율을 기록했다.” - 5월 15일

“김현수 기용? 이렇게 고민한 적 없었다.” - 5월 16일

연합뉴스 제공
매번 김현수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벅 쇼월터 볼티모어 오리올스 감독은 곤란하다는 듯 답한다. 그리고 매번 ‘어려운 결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어려운 결정의 끝에는 ‘김현수 제외’라는 결론만 도출된다.

감독으로서 최고의 성과인 22승 14패(아메리칸리그 전체 3위)라는 성적을 내고 있고 트레이 만치니라는 최고의 유망주에게 과감히 기회를 줘 ‘볼티모어의 미래’로 만들었는데 벅 쇼월터 감독이 잘못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저 쇼월터 감독 입장에서는 ‘립서비스’라도 김현수에게 희망을 주고, 행여 모를 주전 선수들의 부상때 김현수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게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쇼월터 감독은 분명 국내에서 미움을 사고 있다. 지난해 3할 타율을 기록했던 김현수를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자주 기용하겠다’고 해놓고 지금 보니 지난해보다 더 못한 대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우완투수가 나올 때 선발로 써줄거라고 믿었지만 이젠 우완투수일때도 김현수 대신 만치니가 나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쇼월터 감독에게도 타당한 근거가 있다. 일단 성적 자체가 김현수가 좋지 못하다.

만치니 : 25경기 85타석 타율 0.288 출루율 0.318 장타율 0.600 7홈런 20타점 WAR 0.4
김현수 : 18경기 53타석 타율 0.234 출루율 0.321 장타율 0.319 1홈런 3타점 WAR 0

물론 표본이 적고 김현수가 훨씬 기회를 적게 얻었다. 그러나 이는 변명일 뿐이다. 표본이 적고 기회를 적게 얻었기 때문에 김현수의 성적이 훨씬 좋을 수도 있다. 표본이 적었던 지난해 이맘때의 김현수의 타율이 무려 4할을 넘어섰던 것을 기억해야한다(2016년 5월 17일까지 타율 0.407).

게다가 만치니는 자신들이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직접 뽑은 선수며 고작 25세밖에 되지 않은 거포 유망주다. 크리스 데이비스 같은 볼티모어를 대표하는 선수가 충분한 재목인데 현재도 장타율이 6할일 정도로 잘하고 있으니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만치니. ⓒAFPBBNews = News1
반면 김현수는 올해면 계약이 만료다. 내년에 또 계약할지 안할지도 불확실하다. 또한 이미 대수비, 대주자 등으로서 가치는 크게 없다고 판단됐다. 국내에서는 좌투수를 상대로도 뛰어났지만(2014, 2015 KBO리그 좌투수 상대 타율 0.353) 볼티모어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다. 사실이든 아니든 팀에서 판단을 그렇게 내렸다는 것이 중요하다.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 대신 만치니를 쓰고 있고 만치니는 당장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팀은 단지 운 없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2위일뿐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전체 3위의 놀라운 승률(0.611)로 질주하고 있다. 볼티모어의 시즌 초 예상이 잘해봤자 2,3위라는 평가가 아메리칸리그 전체 2,3위 수준으로 만들어낸 것은 쇼월터 감독의 덕이 크다.

쇼월터 감독이 그동안 언론을 통해 ‘김현수 제외가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한 것은 분명 사실이긴 할 것이다. 자신 입장에서도 작년에 잘한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건 사실일 것. 그러나 합리적으로 일단 만치니를 쓰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성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쇼월터 감독이 할 일은 아직 신인이며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을 보내본적이 없는 만치니가 여름이 되면 체력이 떨어지고 또한 투수들의 공략을 당하게 되며 부진할 수도 있으니 그때를 대비해 예비자원들이 잘 준비하도록 다독이는 것이다.

김현수는 만치니가 부진하게 되면 쓸 수 있는 첫 번째 자원 중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고 지금은 못 써서 미안하지만 언론을 통해서라도 ‘난 너를 쓰려고 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이 같은 ‘립서비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김현수의 상황은 참 안타깝다. 그러나 쇼월터 감독은 팀을 위해 존재하는 감독이지 김현수를 위해 존재하는 감독은 아니다. 쇼월터는 ‘결과’로서 만치니를 쓰는 것이 옳고, 팀의 성적도 좋다는 것을 보이고 있다. 그속에 김현수는 현재 제외되어 있지만 분명 기회는 찾아올 것이며 그 찾아오는 기회에서 조금 더 공을 띄우고, 장타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야 현재의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다.

ⓒAFPBBNews = News1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