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대다수에겐 기분 좋은 금요일이 강정호(30·피츠버그 파이리츠)에겐 악몽으로 변했다.

벌금형이라도 감지덕지였던 처벌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강화됐다. 이제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과연 강정호가 미국의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느냐다. 만약 비자발급이 되지 않는다면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선수 생활은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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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는 3일 강정호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은 벌금 1500만원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벌금형 선고로는 더 이상 형벌이 경고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오히려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받은 배경은 강정호의 음주운전이 이번이 세 번째이기 때문. 재판부는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았는데도 또 음주운전을 하면 특별히 가중해서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그는 두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각각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미국 출국에는 문제없지만… 비자발급이 문제

기본적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범죄자가 해외로 출국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특별히 입국금지명령이 내려져있지 않은 이상 개인 여행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강정호가 단순히 여행으로 미국을 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강정호는 야구선수로서 ‘일’을 하기 위해 가는 것이고 자연스레 ‘취업비자’가 필요하다.

미국에서 메이저리거에게 발급하는 일반적 비자는 ‘P비자’다. 운동선수들에게 흔히 발급되는 이 비자가 없으면 미국 내에서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식 경기에 나올 수 없는 것.

즉, 현재 강정호가 미국에 출국한다고 해도 팀 훈련이나 연습경기 등을 참가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경기에는 못 나간다. 그렇다면 훈련에 나설 이유가 없다. 결국 비자 발급을 받아야만 메이저리거로서 활동할 수 있다.

▶갈리는 법조계 분위기 “집유가 정상참작” vs “엄격해져”

스포츠한국은 변호사들에게 강정호 사건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공통된 의견 두 가지가 있었다. 먼저 검찰의 1500만원 구형보다 재판부에서 더 센 ‘집행유예’를 내렸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

한 변호사는 “사례가 없는 경우는 아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검찰에서도 분명 기준이 있기에 구형을 한 것인데 이를 넘어서는 처벌을 내렸다는 것은 재판부에서 이번 사건을 매우 중대하고 악질로 여겼다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또 다른 법조인은 “매우, 매우, 매우 이례적”라며 매우라는 말을 반복할 정도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두 번째로 공통된 의견은 ‘비자발급 여부를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판단은 미국에서 한다. 미국에서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어떤 상황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비자 발급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긍정적으로 보는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집행유예라는 것이 정상참작을 했기에 미국 측에서도 이를 감안할 것”이라며 또한 “메이저리거라는 신분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특별한 직업이다”라며 ‘메이저리거’라는 신분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취업비자 발급이 쉽지 않다고 보는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집행유예라도 범죄자인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기준이 올라간 상황이다. 강정호의 경우가 어쩌면 좋은 본보기가 될 수도 있다”면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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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범죄 경력때문에 미국 비자 못 받은 축구선수

2015년 EPL 축구팀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미국에 프리시즌 참가를 위해 왔을 때 미드필더 티오테는 함께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티오테가 과거 범죄 이력(위조 운전 면허증)이 있었기에 미국에서 비자발급을 허가하지 않았던 것. 이처럼 운동선수 범죄자에 대해 이미 비자 발급을 하지 않았던 사례도 있기에 단언하기 힘들다.

▶외신 역시 ‘쉽지 않다’는 비자 발급

미국의 지역 매체인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는 강정호 공판 직후 속보로 이 소식을 타진하면서 “미 국무부 직원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전력이 있는 사람이 비자 발급에 적합한지 판단하기 위해 대사관 직원이 의료 검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매체는 "국무부 직원은 '개개인의 비자 발급 케이스까지 이야기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강정호의 비자 발급 여부에 대해 아무것도 단언할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결국 피츠버그 구단 차원에서 비자발급을 위해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피츠버그가 신원을 보장하고 향후 알코올 치료프로그램 이수 등 강정호의 개선을 위한 확약을 보증해주는 것은 기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렇다고 해서 미국에서 강정호에게 취업비자를 허용할지는 알 수 없다.

만약 비자발급이 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강정호의 계약은 해지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메이저리그 선수생활은 끝이다. 분명한 것은 이 모든 일의 원인은 강정호 스스로 만든 일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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