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황재균(29)의 최근 행보를 보면 정말 메이저리그행에 대한 강한 열망이 느껴진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내년을 향한 담금질을 시작하면서 메이저리그 구단 앞에서 쇼케이스까지 벌이고 귀국했다.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황재균 측의 말을 종합해보면 황재균은 단순히 국내 FA계약을 위해 몸값을 올리는 행동이 아닌 진심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지난해 포스팅에서 무응찰을 받았던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의문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황재균에게 메이저리그 구단은 분명 오퍼를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건 황재균이 메이저리그를 가느냐 마느냐,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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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에 대한 관심, 그의 신분과 성장이 주는 효과

황재균은 지난달 22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쇼케이스를 가졌다. 이 쇼케이스에는 약 20여개 구단 관계자들이 찾아 황재균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 30개 구단이 메이저리그에 있는데 20여개 구단이라면 ‘거의 다’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물론 허수가 포함되어있을 것이며 여전히 생소한 한국 선수를 미국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였을 것이다.

작년만 해도 포스팅 무입찰의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의 관심이다. 이는 황재균의 신분변화와 함께 달라진 실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황재균은 당시 포스팅비를 지불해야하는 포스팅 신분이었지만 현재는 이적료 없이 영입할 수 있는 FA신분이다. 순전히 그에게만 돈을 주면 영입할 수 있는 신분이라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며 그를 영입하는데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이 나가거나 팀의 슬롯머니가 빠지는 불혜택도 없다.

또한 황재균은 2014시즌에는 타율과 출루율에서 성장을 보이더니(타율 0.321 출루율 0.388) 2015시즌에는 장타율(0.521)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2016시즌에는 이 두 성장을 합쳐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냈다(타율 0.335 출루율 0.394 장타율 0.570 27홈런 25도루). 성장하는 것이 뚜렷한 그의 가파른 상승세의 실력은 분명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황재균이 SNS에 올린 미국생활. 황재균 SNS
▶현실적으로 ML은 황재균에 어떤 조건을 제의할까

분명 황재균에게 메이저리그 구단의 제의는 올 것이다. 이는 확실하다. 중요한건 계약 조건이다. 제 아무리 FA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해도 황재균에게 거액 혹은 장기계약을 안기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황재균이 에릭 테임즈의 3년 1600만달러 이상을 받을 가능성은 ‘0’이다. 테임즈와 황재균은 테임즈가 아무리 한 살이 많아도 그 실력차는 분명하기 때문.

그럼 황재균이 김현수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맺었던 2년 700만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낼 수 있을까? 이 역시 가능성이 많지 않다.

김현수는 분명 타격면에서 황재균보다 더 나은 선수였다. 김현수는 자신이 뛴 기간 동안 KBO리그 볼넷 1위였고 통산 출루율이 4할6리였다(황재균 통산 출루율 0.350). 황재균은 김현수보다 파워는 더 갖췄을지 모르지만 정확성이나 출루율에서 아래로 볼 수밖에 없다. 맞추지 못하면 파워가 의미 없다는 것을 박병호의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

물론 황재균은 3루수비를 본다는 점에서 좌익수에 한정된 김현수보다 수비적인 면에서 효용성은 높다. 아무리 그래도 황재균이 김현수보다 한 살이 더 많은데 1년 더 늦게 도전 중이며, 김현수는 좌타자였다는 점 등을 볼 때 2년 700만달러 이상의 계약을 받기도 힘들어 보인다.

현실적으로 연 200만달러대 수준에 최대 2년에 옵션으로 1년 붙는 정도가 황재균이 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일 것으로 전문가들을 예측한다. 더 낮은 조건을 받을 수도 있다. 행여 황재균이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필수로 여긴다면 협상은 무조건 결렬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주전경쟁'이 아닌 25인 로스터에 들기 위한 생존경쟁을 해야하거나 처음부터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는 조건 등이 제시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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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100억 FA시대 속에서 황재균이 ML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만약 2년 500만달러의 계약이 왔다고 치자. 이정도면 나쁘지 않은 계약이다. 그러나 당장 황재균은 100억 FA시대가 열린 KBO리그에서의 안정성과 거액의 돈을 뿌리칠 수 있을까. 현재 황재균 정도면 100억원도 가능할지 모르고 최소 80억원 정도는 보장이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미국의 세금이나 생활비 등을 따지면 2년 500만달러는 더 손해일 수 있다. 그정도 돈은 한국에서도 더 번다. 말이 좋아 2년 500만달러지 현실적으로 이보다 훨씬 낮은 금액의 제의가 들어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연 그럴 때 황재균이 정말 꿈만을 쫓아 당장 현실적 이익을 포기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가장 클 것이다.

혹자는 ‘어차피 2년 정도 뛰다가 돌아와도 한국에서 더 많은 금액을 받는건 보장된거 아니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2년 후 황재균이 어떤 모습일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으로부터 2년전인 2014년 겨울만해도 류현진이 2015, 2016 두 시즌동안 단 한경기밖에 못 뛸지는 아무도 몰랐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대호의 경우 일본에서의 연 5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포기하고 2016 시즌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메이저리그서 기본 연봉은 10억원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쉽지 않은 한 시즌을 마친 현재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에 계속 도전한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현재 이대호가 원하는 조건을 맞춰줄 ML구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호도 1년정도는 돈을 포기하고 도전할 수 있었지만 또 한 번 ‘도전’만 생각하기엔 현실의 벽이 높다.

황재균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보장된 거액의 돈을 뿌리치고 이대호처럼 도전하느냐의 문제, 그리고 도전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는 현실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딱히 금액적 대우도 좋지 않고 경쟁에 마이너리그까지 가야될 수도 있는 조건밖에 줄 수 없을 메이저리그를 택할 수 있을까? 오로지 ‘도전’이라는 말로만 포장하기엔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황재균의 메이저리그 도전 여부는 황재균 스스로의 의지에 달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백의종군한다는 심정 없이는 쉽지 않을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그 어떤 선택도 황재균은 존중 받아 마땅하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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