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가히 코리 클루버와 앤드류 밀러 단 두 명만으로 이루어진 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선수는 나올 때마다 승리를 챙기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만 나왔다. 절대적으로 클루버와 밀러에게만 의존한 클리블랜드는 7차전 그 두 선수가 모두 무너지자 마치 무장해제 당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8회말 라자이 데이비스의 극적인 투런포 등을 터뜨리며 1-5로 뒤지던 경기를 6-6까지 따라잡았다. 하지만 10회초 수비를 앞두고 내린 비가 흐름을 끊었고 결국 비로 인해 우승을 놓치고 만 클리블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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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는 3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7차전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7-8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이날 경기에서 패하면서 클리블랜드는 1948년 이후 68년만에 우승을 노렸지만 ‘와후 추장의 저주’를 풀지 못했다. 반면 컵스는 1908년 순종 2년 이후 108년만에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스포츠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하지 못한 기록을 드디어 깼다.

분명 클리블랜드가 월드시리즈에 올만한 전력이었느냐를 묻는다면 차라리 아메리칸리그에서는 보스턴 레드삭스나 텍사스 레인저스가 더 어울린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클리블랜드는 핵심선수인 카라스코, 살라자르(현재 불펜), 브랜틀리 등이 모두 빠진 상황이었고 클루버와 밀러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큰 팀이기 때문.

밀러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팀이 가진 총 15경기(디비전시리즈 3경기, 챔피언십시리즈 5경기, 월드시리즈 7경기)중 10경기나 나섰다. 가장 적게 던진 것이 1.1이닝며 최대 2.2이닝까지 던지기도 했다. 게다가 밀러가 나오는 순간은 10경기 모두에서 가장 중요했던 승부처였다.

클루버 역시 디비전시리즈는 3차전만에 끝났기에 한경기만 등판했지만 챔피언십시리즈부터는 3일 휴식 후 등판인 1,4차전 등판을 감행했다. 월드시리즈에서는 1,4,7차전에 나서야했다. 선발투수가 클루버빼고 믿을만한 선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밀러는 7차전을 제외하고 17이닝 1실점(ERA 0.53)으로 완벽했고 클루버 역시 7차전전까지 포스트시즌 5경기 30.1이닝 평균자책점 0.89로 역시 최고였다. 두 선수가 잘하면 잘할수록 클리블랜드는 두 선수만 믿었다. 그러다보니 두 선수가 무너지는 순간은 곧 클리블랜드가 무너지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결국 7차전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나고 말았다. 선발 클루버가 1회 리드오프홈런을 맞으며 정신적으로 흔들렸고 결국 4이닝 4실점에 그치며 강판됐다. 클루버 다음으로 올라온 밀러 역시 그동안의 혹사를 이기지 못했는지 2.1이닝 2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그들도 결국 인간이었다. 최대 19경기까지 가능한 미국의 포스트시즌에서 그토록 혹사를 당하는데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7차전 두 선수가 무너지자 클리블랜드는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이제껏 침묵해왔던 타선이 제일을 했다. 5회초까지 1-5로 뒤지던 경기를 5회말 2점을 따라붙더니 3-6상황에서 맞은 8회말 아롤디스 채프먼을 두들겨 2사에서 무려 3점을 뽑아내며 6-6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라자이 데이비스의 동점 투런이 나오는 순간 프로그레시브필드는 최고의 함성이 나왔다.

클루버-밀러가 무너졌지만 클리블랜드는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자연이 클리블랜드 우승을 막았다. 10회초 수비를 앞두고 비가 내리며 20분가량 경기가 지연된 것. 9회초 구원등판해 잘 던지던 트래비스 쇼는 20분가량의 강제 휴식에 흐름을 잃었고 결국 10회초 수비에서 난타당하며 2실점으로 무너졌다.

만약 비가 컵스 수비전에 내렸다면 무너지는 것은 클리블랜드가 아닌 컵스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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