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경기를 못 뛰는 게 후회스럽다. 앉아있는 자체가 싫었다. (우선순위는)출전기회다. 많이 뛰고 싶다.”

돌아온 이대호(34)는 메이저리그 잔류에 대해 확답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잔류를 위한 분명한 조건은 내걸었다. 바로 ‘출전기회’.

워낙 2016시즌동안 플래툰과 대타로만 출전하며 경기에 나갈 기회를 많이 가져가지 못했기에 억울함이 쌓인 것이다. 결국 이대호는 금액도 금액이지만 자신을 주전으로 대우해줄 팀이라면 메이저리그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대호를 주전으로 활용할만한 팀이 어디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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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서 귀국한 이대호는 시즌 종료 후 한달간 미국에서 더 지내다 이제 돌아왔다. 이대호는 이제 휴식을 가진 후 미국 잔류냐 일본 혹은 한국 복귀냐를 두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소속팀 시애틀 매리너스는 이대호가 잔류했으면 하는 모양새다. 이대호는 “시즌 종료 후 스캇 서비스 감독이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지역 언론 등에서도 ‘이대호가 잔류한다면 내년 좌타 신인 댄 보겔백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내년시즌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주전을 원한다. 보겔백과 또 다시 경쟁하며 플래툰 경쟁을 해야 한다면 이대호는 시애틀에 또 다시 있어야할 이유를 못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는 주전을 확보했던 2004년이후 지난해까지 단 한 차례도 주전으로 뛰지 못한 적이 없었다. 2004년부터 13시즌동안 한국-일본-미국을 거치며 120경기 이하로 나온 것이 올해가 처음(104경기 출전)이었다. 주전이 아닌 것에 대한 어색함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대호다.

그러나 두 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메이저리그에서 주전 1루수로 뛸 수 있다. 첫째 실력, 둘째 소속팀에서 1루수 자리가 비었는가.

▶이대호가 ML서 보여준 실력, 확신보다는 의문

일단 실력에서는 이대호는 분명 한국과 일본에서는 최고였다. 하지만 분명 미국 데뷔시즌에서 나쁘지 활약을 했지만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는지는 보기에 따라 애매하다.

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로 볼 때 0.3을 기록한 이대호는 100타석 이상 들어선 올시즌 메이저리그 1루수 중 WAR 36위를 기록했다. 35명이나 자신보다 높은 선수가 많았던 것. 메이저리그가 총 30개팀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생각해봐야한다.

WAR뿐만 아니라 공격지표인 wRC+(조정 득점생산력)에서도 103을 기록했는데 이는 33위의 기록이었다. 14개의 홈런숫자도 33위, 타율(0.253)은 30위, 출루율(0.312)은 36위, 장타율은 32위였다. 가중 출루율(wOBA)도 3할1푼8리로 3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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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100타석이상 들어선 58명의 1루수중 30위 중반대 정도의 선수였음이 대부분의 기록이 말해준다. 물론 출전기회가 제한적이었고 중요한 순간에 임팩트가 강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58명의 선수 중 사연 없는 선수는 없고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찾아보면 다 장점이 있고 사정이 있다.

결국 이대호는 총 30개팀이 존재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성적으로만 보면 플래툰에 적용받을 수밖에 없었음이 기록은 말해준다.

▶2017시즌 1루수 구하는 팀은?… 주전보장해줄 팀은 제한적

결국 중요한건 월드시리즈 종료 후 FA시장이 열리고 트레이드도 활발히 진행될 메이저리그에 이대호를 위한 자리가 있느냐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1루수 중 규정타석(503타석) 이상을 들어선 선수는 23명이었다. 이 23명의 선수는 잔류 혹은 이동을 한다 할지라도 웬만하면 내년에도 주전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나머지 7자리 정도를 노려봐야하는데 1루수가 대체적으로 약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뉴욕 메츠, 필라델피아 필리스, 마이애미 말린스)나 피츠버그 파이리츠, 콜로라도 로키스 혹은 아메리칸리그의 탬파베이 레이스, 그리고 서부지구 팀들(텍사스 레인저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오클랜드 에슬레틱스, 그리고 현 소속팀인 시애틀 매리너스) 정도가 후보군이 될 수 있다.

물론 아메리칸리그 팀에서 지명타자로 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올 시즌 메이저리그 지명타자의 평균 장타율이 4할8푼이었는데 반해 이대호는 4할2푼8리에 그쳤고 wRC+도 지명타자 리그 평균 115였는데 이대호는 103이었다. 결국 1루수로 승부를 봐야만 할 가능성이 높다. 3루수는 수비력으로 인해 아예 꿈도 꿀 수 없다.

탬파베이나 오클랜드, 필라델피아 등은 리빌딩 팀이기에 FA로 1루수를 수급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피츠버그는 특급 유망주인 조시 벨이 있다.

메츠나 휴스턴, 텍사스 정도가 이대호를 노려준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 팀들은 컨덴더 팀들이기에 트레이드나 자체 유망주 혹은 FA를 통해 고가의 1루수를 수급할 가능성이 높다. 1루수 중에서는 FA 최대어로 에드윈 엔카나시온이 있고, 제임스 론니, 애덤 린드, 미치 모어랜드 등 나름 명성을 가진 1루수들도 있다. 이대호가 이들보다 얼마나 더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우타라는 점과 얼마나 더 ‘싸게’ 부르느냐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사이 언급한 팀들을 제외하고 다른 팀들에서도 트레이드등의 변수로 인해 1루수를 구하거나 혹은 구하다가 더 이상 안 구할 가능성은 매우 유동적이다. 게다가 이대호는 내년이면 만 35세의 노장이다. 한 살 한 살에 매우 민감한 메이저리그에서 지난 시즌 보장연봉 100만달러를 받은 30위권 밖의 1루수에게 주전을 보장해줄 수 있는 팀은 분명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연합뉴스 제공
1루수 포지션은 지명타자, 혹은 수비가 부족해진 3루수, 포수 등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포지션이다보니 확실하게 타격에서의 장점이 없는 이상 자리를 따내기란 쉽지 않다.

결국 올 시즌과 같은 역할인 플래툰 1루수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호가 현실적으로 주전을 보장받을 팀은 쉽게 찾기는 힘든 현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대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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