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시카고 컵스가 ‘지면 끝’인 경기에서 일단 살아났다.

벼랑 끝에서 탈출했지만 여전히 벼랑은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5차전 승리에 젖어있기에는 컵스는 아롤디스 채프먼에게 너무 무리한 투구를 시켰다는 불안함이 있다.

반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패배에도 앤드류 밀러에게 휴식을 챙겨줬다는 이점을 지녔다. 과연 컵스는 극도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 준 리버스스윕(1승3패 후 4승3패 역전)에 성공하며 108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클리블랜드는 홈에서 68년만에 우승을 할 수 있을까.

앤드류 밀러(왼쪽)와 아롤디스 채프먼. ⓒAFPBBNews = News1
컵스와 클리블랜드는 2일(이하 한국시각) 2016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6차전을 클리블랜드의 홈인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가진다.

컵스는 10월 31일 5차전에서 무려 71년만에 홈 리글리필드 월드시리즈 승리를 장식하며 1승3패의 시리즈를 2승3패로 바꿔놓았다.

이 5차전에서 컵스는 3-2 한점차 초접전의 승부에서 마무리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에게 8회부터 등판을 지시해 2.2이닝이나 맡기는 강수를 두며 끝내 승리를 지켜냈다(2.2이닝 무실점). 짜릿한 승리였고 컵스는 분명 이 경기에서 승리하며 일단 벼랑끝에서 탈출했다는 자신감과 안도감을 얻었다.

하지만 이 경기 승리는 도리어 6차전부터 컵스와 클리블랜드가 가장 중요할 때 쓸 수 있는 카드에 제한을 두느냐 아니냐를 갈라놓기도 했다.

컵스는 5차전에서 채프먼이 무려 2.2이닝에 42구를 던졌다. 이에 과연 6차전에 접전의 상황이 올 때 채프먼을 쓸 수 있을지 의문에 들게 한다. 이미 컵스는 지난달 23일 LA다저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부터 채프먼에게 1.2이닝을 맡기더니 월드시리즈 2차전 1.1이닝, 3차전 1이닝, 5차전 2.2이닝을 던지게 했다. 월드시리즈 5일간 3경기 5이닝 등판이며 정규시즌 이런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또한 모두 접전 상황에서 등판이었다는 점에서 그 피로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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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채프먼은 인간같지 않은 엄청난 구속을 보이는 투수지만 그 역시 인간이다. 다행히 5차전 후 하루 휴식을 취하긴 하지만 겨우 하루 휴식으로 5일간 3경기 5이닝 등판, 이틀전 42구 투구의 피로가 모두 가실 것으로 보긴 힘들다.

반면 클리블랜드는 5차전에서 비록 패했지만 팀내 핵심 불펜투수인 앤드류 밀러를 쓰지 않고 아꼈다. 밀러 역시 디비전시리즈부터 단 한경기도 1이닝+ 등판이 아닌 경우가 없을 정도로 혹사를 당했고 월드시리즈에서도 이미 1,3,4차전에 5.1이닝 1실점 등판을 했다. 하지만 4차전 드디어 홈런을 맞으며 포스트시즌 혹사 후유증이 나온 것으로 보이던 찰나에 5차전 팀이 패하게 되면서 나가지 않고 1일 이동일 휴식까지 연달아 이틀의 꿀맛 휴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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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의 존재감은 누가 선발로 나오고, 타선에서 어떤 ‘미친 선수’가 있는지보다 더 중요하다. 결국 모든 것이 비슷할 경우 양 팀의 승부는 한 두점차 접전으로 가게될 수밖에 없는데 이때 밀러 혹은 채프먼이 나오는 시기는 가장 수비적으로 중요한 순간이다. 즉 그 이닝만 막으면 승리에 가까워진다고 직감적으로 느끼는 시기. 이때 별탈 없이 막게 되면 정말 승리하게 되는 것을 지난 5번의 월드시리즈 경기는 보여줬다.

결국 밀러는 디비전시리즈부터 이어온 혹사를 10월 31일과 11월 1일 이틀의 휴식으로 6차전부터 털어낼 수 있느냐가 문제다. 반면 채프먼은 무려 42구를 던진 5차전의 후유증을 딛고 6차전에도 나설 수 있는가가 문제다. 두 선수가 무너지는 그 순간이 바로 소속팀이 우승컵을 내주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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