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놀라웠던 월드시리즈 1차전이 끝났다. 코리 클루버의 호투와 앤드류 밀러의 아슬아슬하지만 끝내 무실점으로 막은 투구, 그리고 시카고 컵스 타선의 답답한 침묵으로 요약된 1차전을 통해 향후 월드시리즈를 보는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클리블랜드는 2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6-0으로 승리하며 1차전을 가져갔다.

경기에서 가장 빛난 선수로 클리블랜드 선발 클루버, 불펜 밀러, 그리고 포수 로베르토 페레즈를 꼽을 수 있다.

ⓒAFPBBNews = News1
선발 클루버는 첫 3이닝의 아웃카운트 9개 중 8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괴력투로 6이닝 4피안타 무볼넷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88개의 공밖에 던지지 않아 여차하면 4차전이나 완전한 회복을 한 5차전 등판이 가능해졌다.

밀러는 7회 등판하자마자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으나 중견수 뜬공-삼진-삼진으로 벗어나는 롤러코스터 투구를 선보였다. 8회에도 2사 1,3루의 위기를 또 만들었지만 또 무실점으로 막았다.

9번타자로 나선 페레즈는 올 시즌 정규리그 61경기 3홈런을 때린 선수였지만 이날 2홈런을 때리며 영웅이 됐다. 하위타선에서 소위 ‘미친선수’가 나왔다는 점에서 클리블랜드가 아무래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7전4선승제로 진행되기에 최소 3경기, 최대 6경기 남은 월드시리즈의 향후 관전포인트는 어떻게 될까. 1차전의 모습을 보고 세 가지로 요약해 짚어본다.

▶혹사 중인 밀러의 상태, 1차전이 한계의 신호? 일시적 부진?

이날 밀러의 투구는 너무나도 불안했다. 비록 무사 1루에서 올라왔지만 평소같으면 가볍게 막았을 밀러다. 하지만 밀러는 볼넷-안타로 무사 만루의 위기를 스스로 만들고 말았다. 다행히 우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슬라이더를 활용해 중견수 뜬공-삼진-삼진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8회에도 또 제구력 불안을 드러내며 2사 1,3루의 위기에 봉착했다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내는 롤러코스터 투구를 선보였다.

그동안 밀러는 디비전시리즈부터 굉장한 혹사를 당해왔다. 디비전시리즈 3경기 중 2경기 등판, 챔피언십시리즈 5경기 중 4경기에 등판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나온 모든 투수 중 밀러만큼 자주 나온 선수는 없었다.

게다가 밀러가 나온 상황은 모두 팀이 꼭 막아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이닝이었다. 주자가 있는 경우가 허다했고 모두 중심타선을 상대했다. 그럼에도 밀러는 월드시리즈 1차전을 포함해 22이닝 무실점 34탈삼진으로 완벽하게 막아냈다(ALCS MVP 차지).

하지만 밀러도 인간이다. 가뜩이나 자주 나오고 자신이 나오는 타이밍이 마무리 투수처럼 딱 정해진 것도 아닌 것은 피로감을 과중시킨다. 게다가 자신이 나오는 순간은 가장 중요한 순간이기에 매경기 부담감을 가졌다. 이런 상태를 지속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번 월드시리즈 1차전을 2이닝 무실점으로 막긴 했지만 너무나도 불안했던 롤러코스터 투구는 밀러도 사람인지라 한계가 드러난 전초전으로 보기 충분하다. 물론 잠시의 부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향후 밀러가 부진하기라도 한다면 1차전이 그 신호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밀러 없는 클리블랜드 투수진은 생각할 수 없다. 밀러가 무너지면 곧 클리블랜드가 무너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연 1차전의 밀러 모습이 일시적 부진인지 아니면 그동안의 혹사에 따른 한계가 드러난 전초전이었는지 향후 밀러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봐야한다.

앤드류 밀러(왼쪽)와 로베르토 페레즈. ⓒAFPBBNews = News1
▶클리블랜드의 제한된 선발진, 클루버 말고 괜찮나

클리블랜드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선발진 운영을 클루버-트레버 바우어-조시 톰린 3인 체제로 운용되고 있다. 물론 ALCS 5차전 라이언 메리트라는 깜짝 신인이 나오긴 했지만 지속된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클루버는 이미 2014 사이영상 수상자로 검증됐던 선수. 하지만 바우어는 원래 그리 뛰어나지 않은데(정규시즌 12승 평균자책점 4.26) 드론을 가지고 놀다 손가락 부상을 당한 후 제대로 회복됐는지 의구심이 든다.

톰린 역시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잘 던지긴 했지만(10.2이닝 3실점) 6이닝 이상을 넘긴 적이 없다. 결국 클루버를 제외하곤 믿을 선발진이 부족한데 클루버가 나올 때 말고 과연 다른 경기는 강한 컵스 타선을 막아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컵스는 존 레스터가 1차전에서 5.2이닝 3실점으로 무너졌지만 평균자책점 1위 카일 헨드릭스나 제이크 아리에타, 존 래키와 같은 선발 투수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클리블랜드와 선발싸움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클루버는 이겼지만 나머지 투수들이 나올 때 클리블랜드가 얼마나 잘 버텨낼 수 있는지를 지켜봐야한다.

ⓒAFPBBNews = News1
▶1차전 9잔루-0득점 그친 컵스 타선, 부진 벗어날까

컵스의 타선은 정규시즌 메이저리그 전체팀 중 타선 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 1위의 팀이었다(38.7 2위 보스턴 33.9, 30위 오클랜드 4.0).

‘가을 사나이’ 메디슨 범가너를 포스트시즌에서 끝내 무너뜨린 것은 컵스 타선이었으며 배수의 진을 치고 나왔던 NLCS 6차전의 클레이튼 커쇼도 이겨냈다. NLCS 승리한 경기에서 최소 5득점 이상은 했던 컵스 타선은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는 9개의 잔루를 남기며 무득점에 그치고 말았다.

특히 7회 밀러를 상대로 무사 만루까지 만들고도 무득점에 그친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기회는 잘 만들고 놓친 답답했던 컵스 타선이 과연 언제쯤 적시타를 때려내고 반격하느냐가 관건이다. 그 시기가 늦어질수록 클리블랜드에게 유리할 것이며, 빨라질수록 컵스의 반격은 속도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