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월드시리즈 티켓값이 폭등하고 있다. 평균 티켓값은 342만원 수준이며 최대 2800만원, 서서보는 입석이 최소 260만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카고 컵스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올드팬들은 이 티켓을 없어서 못 구하고 있다. 108년을, 68년을 기다렸는데, 그리고 앞으로 이런 순간이 다시 올 수 있을지 그 누구도 모르는데 돈은 이럴 때 쓰려고 버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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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스와 클리블랜드의 2016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는 1,2,6,7차전은 클리블랜드 홈구장인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리고 3,4,5차전은 컵스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다. 오는 26일(이하 한국시각)부터 열리는 이번 월드시리즈는 무려 108년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컵스와 68년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클리블랜드의 오랜 숙원 둘 중에 하나는 깨진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컵스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1908년. 대한제국 순종 2년때이며 윤봉길 의사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보는데 3세대를 넘어, 4번째 세대의 반을 넘은 108년전이다. 1909년에 태어난 컵스 팬의 경우 모두 우승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을 것이며 1909년생의 자손이 30년마다 아이를 낳았다고 가장해도 2016년 현재, 증손자가 고등학생의 나이일 것이다.

클리블랜드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해다. 올해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68주년이다. 은하철도 999의 주제곡을 부른 가수 김국환씨가 1948년생이며 추억의 팝송스타 올리비아 뉴튼존 역시 이때 태어났다.

한국 역시 야구, 축구 등 프로스포츠가 생긴지 30년이 넘어가면서 한 집안 대대로 한 팀을 응원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은 100여년전부터 있었던 팀들이 많기에 집안 대대로 한팀을 응원하는 문화가 흔하다. 만약 당신이 컵스 혹은 클리블랜드 팬이라면 증조할아버지나 할머니는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던 우승을 자신이 대신해서라도 그 순간을 목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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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연유로 엄청난 티켓값은 중요치 않다. 미국 ESPN은 24일 티켓 예매 사이트 스텁허브를 통해 판매를 시작한 리글리 필드 월드시리즈 3,4,5차전 티켓 평균 가격이 3000달러(약 342만원)를 넘는다고 전했다.

1루측 좌석은 평소에도 인기 있는 자리인데, 5차전 4연석은 장당 1만7950달러(약 2048만원)에 판매되기까지 했다. 3,4차전 컵스 더그아웃 바로 뒤에 있는 2자리 가격은 1만6000달러(약 1825만원)까지 치솟았다. 스텁허브에서 판매된 가장 비싼 티켓은 클리블랜드 홈인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릴 7차전 컵스 더그아웃 바로 뒤편 4연석으로 장당 2만4500달러(약 2795만원)에 달했다.

가장 싸다고 알려진 3차전 입석도 2275달러(약 259만원)를 지불해야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SK감독이자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2005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불펜 코치였던 이만수는 예전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88년만에 화이트삭스가 우승하는데 한 할머니 팬이 몇천만원을 써서 경기장에 왔다고 한다. 그 할머니 팬은 ‘화이트삭스 팬이었던 아버지가 끝내 우승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내가 대신해서라도 왔다’고 말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그 누구라도 평균 350만원정도, 최대 2800만원 수준의 티켓값이 비싸지 않겠는가. 하지만 무려 108년(68년)을 기다린 사람들에게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순간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돈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그들에게는 사재를 털어서라도 월드시리즈를 현장에서 봐야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티켓값이 폭등하는 이유, 그리고 끝을 가늠키 힘든 깊은 사연과 역사는 메이저리그가 왜 세계 최고일 수밖에 없는지를 반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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