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리치 힐.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LA 다저스의 베테랑 좌완 투수 리치 힐(36)이 친정 컵스를 상대로 자신의 주무기인 커브를 과시하며, 이날 경기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LA 다저스는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2016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서 6-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다저스는 시리즈전적 2승1패로, 한 발 앞서나가는 데 성공했다. 이날 승리의 1등 공신은 단연 다저스의 선발 힐이었다.

이날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힐은 6이닝 2피안타 6탈삼짐 무실점 완벽투로, 컵스의 타선을 무력화 시켰다.

사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가장 주목을 받았던 투수는 단연 시카고 컵스의 우완 선발 투수 제이크 아리에타였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이자 올시즌 18승(8패)을 기록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 이에 비해 다저스의 선발 리치 힐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하지만 힐은 6회까지 실점을 내주지 않았고, 기대를 모았던 아리에타는 5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었다.

놀라운 반전의 중심에는 힐의 커브에 있었다. 지난 2005년 시카고 컵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올해로 12년차 빅리거인 힐은 커리어 내내 주무기로 커브를 주로 던져왔던 투수였다. 올시즌 기록까지 더해, 빅리그 통산 총 6862개의 공을 던진 그는 2751개의 커브를 던졌다. 이는 전체 투구수의 40%를 차지하는데. 직구와 더불어 그가 가장 믿었던 주무기는 바로 커브였다.

이 같은 ‘커브 편중’ 현상은 올시즌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힐은 올시즌 총 1811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는데, 이중 정확하게 900개가 커브였다. 사실상 자신이 던진 공의 절반이 커브였던 것.

이처럼 과한 커브 구사율 탓에 우려가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가 커브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만큼 커브에 대한 자신이 있었기 때문. 올시즌 그의 커브볼 피안타율은 1할8푼1리에 불과했던 것.

메이저리그 통산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7.2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힐은 이날 경기에서 낙차 큰 커브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컵스의 타선을 요리했다. 특히 2회초 애디슨 러셀과 4회초 호르헤 솔러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 커브를 결정구로 사용했을 정도로, 힐의 투구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게다가 젊은 피로 구성된 컵스 선수단의 다수가 그를 한 차례도 상대해보지 않았다는 점 역시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힐이 가장 최근 시카고 컵스를 상대했던 때는 지난 20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힐은 젊음으로 무장한 컵스 타선에게 생경함 그 자체였다.

오랜 기간 커브를 주무기로 사용하면서, 주무기를 갈고 닦았던 힐은 베테랑의 품격을 선보이며, 다저스의 시리즈 2승째를 이끌었다. 물론 개인 통산 첫 포스트시즌 선발승은 덤으로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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