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때 그 이름만으로 먹튀와 부상 걱정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다소 관심에서 벗어나자 거짓말같이 잘하기 시작했다. 뉴욕 양키스 1선발이자 역대 아시아 선수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받고 있는 다나카 마사히로(28)는 2016시즌을 역사적인 시즌으로 장식했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경기를 끝으로 2016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모두 종료됐다. 자연스레 ‘통계의 스포츠’인 야구에서 시즌 후 최종 성적에 대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역대 아시아 투수 WAR 2위에 오른 다나카. ⓒAFPBBNews = News1
WAR, 대체선수 이상의 승수(Wins Above Replacement)인 이 기록은 현존하는 모든 야구 통계 중 가장 완성형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중간정도 선수의 '대체선수'에 비해 몇승을 더 팀에 안겨줬는지를 말하는 이 지표는 단순히 평균자책점, 승수 등을 벗어나 세부지표를 통한 세세한 분석으로 투수, 타자, 포지션 차이를 떠나 모두 동일선상에서 평가가 가능하다.

이 WAR에서 올 시즌 아시아 선수 중 가장 높은 지수를 찍은 것은 다나카 마사히로(199.2이닝 14승4패 평균자책점 3.07 탈삼진 165)다. 다나카 마사히로는 팬그래프 WAR에서 4.6을 기록, 메이저리그 투수 전체 11위이자 아시아 선수 1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2위인 마에다 켄타(LA다저스)의 3.3에 비해 1.3이나 높은 수치.

4.6의 WAR은 노모 히데오가 데뷔시즌이었던 1995년 기록했던 5.2 이후 가장 높은 WAR이기도 하다. 당시 노모 히데오는 13승6패 평균자책점 2.54, WAR 5.2로 신인왕과 사이영상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2012년 데뷔시즌의 다르빗슈 유(16승9패 평균자책점 3.90)가 기록한 WAR 4.6과 더불어 올시즌 다나카가 기록한 WAR 4.6이 아시아 투수 역대 단일시즌 WAR 공동 2위로 기록된다.

이외에 2001년 15승11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했던 박찬호(당시 LA다저스)는 WAR 4.3으로 공동 역대 3위다. 2010년 LA다저스에서 뛰던 구로다 히로키 역시 11승13패 평균자책점 3.39로 WAR 4.3을 기록한 바 있다.

이와쿠마 히사시가 시애틀 매리너스 진출 2년차인 2013년 기록한 WAR 3.9와 2년 연속 19승을 거뒀던 2006년의 왕첸밍(당시 뉴욕 양키스)의 WAR 3.8이 뒤를 잇는다. 이는 2014년 LA다저스에서 14승7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한 류현진의 WAR 3.8과 같은 수치다.

즉 다나카는 올 시즌 1995년 다나카 이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아시아 투수가 된 것이다.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다나카는 데뷔 당시 메이저리그에 공 한 개도 던져보지 않고 7년간 1억5500만달러라는 충격적인 계약을 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는 현재도 역대 26위, 투수 공동 9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14시즌 데뷔 첫해 엄청난 성적을 거뒀지만 곧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떠나야했다. 팔꿈치 수술이 예상됐지만 수술이 아닌 재활을 택했고 이후 꾸준히 ‘먹튀’와 언제 부상을 당할지 모르는 유리몸으로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올 시즌 뉴욕 양키스의 1선발로서 31경기나 선발로 나섰고 결국 200이닝에 0.1이닝만 모자란 이닝을 던지고 꾸준한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현재까지의 활약은 연간 2000만달러 이상을 받는 투수로서 전혀 아깝지 않다. 다나카는 양키스의 약한 전력에도 에이스로 버텨내며 제국의 마지막 자존심으로서 올시즌 은근히 역사적인 한해를 보낸 것이다.

역대 아시아 투수 WAR 1위인 노모(오른쪽)와 3위의 박찬호(왼쪽). ⓒAFPBBNews = News1
▶2016시즌 아시아 선수 WAR 순위(모든 기록은 팬그래프)
다나카 : 4.6
마에다 : 3.3
오승환 : 2.6
강정호, 이와쿠마 : 2.4
이치로 : 1.4
아오키 : 1.2
김현수 : 0.9
우에하라 : 0.6
이대호 : 0.3

▶아시아 투수 역대 단일시즌 WAR 탑5
노모 히데오(1995) : 5.2
다르빗슈 유(2011), 다나카 마사히로(2016) : 4.6
박찬호(2001), 구로다 히로키(2010) : 4.3
이와쿠마 히사시(2013) : 3.9
왕첸밍(2006), 류현진(2014) :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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