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보트 사고로 사망했다. 향년 24세.

그의 사고에 메이저리그는 물론이거니와 세계가 슬퍼하고 있다. 물론 누군가의 사망은 가슴 깊이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호세 페르난데스의 인생 역경과 그에게 기대됐던 역할들을 모두 알고나면 그의 사망에 이토록 슬퍼하는 이유도 함께 찾을 수 있게 된다.

호세 페르난데스는 25일(현지시각) 오전 3시 45분경 미국 플로리다 해변가에서 부두 바위에 충돌한 보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보트 사고로 3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사망에 미국 전역이 슬퍼하고 있다. 당일 예정됐던 마이애미 말린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기는 당연히 취소됐다. 야스마니 토마스 등 그와 친했던 선수는 물론 쿠바 출신의 선수들 모두 깊은 슬픔에 빠졌다.

ⓒAFPBBNews = News1
▶먼저간 아버지… 3번의 망명 실패 끝 4번째 성공

호세 페르난데스의 죽음을 돌이켜보면 그의 사망은 너무나도 안타깝다. 일단 그가 쿠바에서 망명한 과정부터가 눈물난다. 호세 페르난데스는 3번의 미국 망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10대 시절 망명 실패로 감옥에 갇혀 살기도 했다. 아버지가 이미 2005년 미국 망명에 성공했지만 남은 아내, 호세 페르난데스, 그리고 여동생은 두고 왔기에 그들은 3번의 시도에도 포기할 수 없었다.

4번째 시도 끝에 마이애미가 아닌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 텍사스에 도착했다. 멕시코로 갈 때 이용한 것은 보트. 이때 어머니가 보트에 미끄러져 바다에 빠지면서 호세 페르난데스는 죽을 힘을 다해 다시 어머니를 살려내기도 했다. 2008년, 그가 고작 16세 때의 일이다.

힘겹게 미국에서 상봉한 가족들을 위해 16세의 호세 페르난데스는 자신 있었던 야구에 전념한다. 결국 미국 고교에서 최고의 유망주로 인정받은(고교 리그 13승 1패 평균자책점 2.35 노히트노런 2회) 호세 페르난데스는 수많은 대학들의 러브콜에도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행을 택한다.

▶1라운드 지명, 화려한 데뷔

행선지가 바로 자신이 3번이나 망명을 시도했던 마이애미였다. 쿠바에서 목숨을 걸고 가려고 했던 마이애미를 미국 정착 후에는 마이애미가 불러서 가게된 것이다.

2011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마이애미 입단한 호세 페르난데스는 2년만에 마이너리그를 졸업했다.

그리고 2013시즌 메이저리그 데뷔와 동시에 강속구와 마치 비디오게임같은 슬라이더 등으로 메이저리그를 정복했다. 12승6패 평균자책점 2.19로 신인왕 4위를 차지했던 류현진을 넘어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등극했다. 메이저리그는 기구한 스토리를 가진 호세 페르난데스의 거짓말 같은 활약에 환호했고 ‘20년은 활약할 선수’라며 큰 기대를 품었다.

ⓒAFPBBNews = News1
▶토미존 수술, 그리고 변함없는 복귀

등장과 동시에 팀의 에이스이자 메이저리그의 미래로 기대받았던 호세 페르난데스는 그러나 2014시즌 5월 초까지 등판 후 종적을 감춘다. 바로 팔꿈치 부상을 당하면서 토미존 수술을 받아야했기 때문.

약 1년의 재활이 필요했기에 이 젊은 에이스는 잠시 멈춤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괜찮아 보였다. 요즘 투수들에게 토미존 수술은 통과의례처럼 느껴지는데다 여전히 22세밖에 되지 않았었기 때문.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재활도 잘 진행됐다. 2015년 7월, 수술 후 약 14개월만에 돌아온 호세 페르난데스는 2015시즌 11경기 6승1패 평균자책점 2.92로 성공적인 복귀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건 2016시즌부터 시작될 전설적인 질주밖에 없어보였다.

▶사이영상 페이스였던 성적, 그리고 남겨둔 것들

올시즌 역시 호세 페르난데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시즌 중반에는 9경기에서 7승1패 평균자책점 1.18의 무시무시한 성적을 내면서 질주했고 지난 21일 워싱턴 내셔널스전까지 29경기 182.1이닝 16승8패 평균자책점 2.86 253삼진으로 가히 사이영상 페이스로 내달렸다.

실제로 팬그래프가 제공하는 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에서 6.2를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고 FIP(수비무관평균자책점)도 2.29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 승리, 이닝, 평균자책점 등은 그냥 상위권이지만 이같은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표들이 엄청나면서 호세 페르난데스는 실제로 보이는 것보다 더 뛰어난 시즌을 보냈음이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다음 등판 예정일에 거짓말 같이 사망했다. 사이영상이 눈앞에 있던 선수, 그리고 고작 24세이기에 향후 15년은 더 메이저리그 최정상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선수가 떠난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의 아내가 내년 1월 출산할 아이를 임신중이었다는 점이다. 페드난데스는 자신의 SNS 마지막 글로 임신한 아내의 사진을 올리며 아기와 함께 꾸릴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그의 힘겨웠던 미국 망명과 가족 상봉 스토리, 그리고 신인왕 직후 힘겨웠던 팔꿈치 수술, 이어진 성공적인 복귀와 임신한 아내까지 참으로 24세 인생에 파란만장했던 호세 페르난데스의 인생사를 되돌아보면 이번 죽음이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AFPBBNews = News1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