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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더블헤더라는 규정이 참 반갑기도, 때로는 참 얄궂다.

하루에 두경기나 연속해서 열리는 탓에 그날 컨디션이 좋으면 무한정으로 기록을 상승시킬 수 있는 반면에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그동안 잘했던 것을 한 번에 잃게 된다.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사례가 바로 더블헤더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강정호는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2016 MLB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더블헤더 2경기에 모두 5번 3루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1차전 4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 2차전 5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총 9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에 그쳤다. 팀은 더블헤더를 2승 싹쓸이했지만 강정호는 울고 만 것이다.

이로서 강정호의 시즌타율은 이날 전까지 2할7푼에서 무려 8리나 떨어진 2할6푼2리가 됐다. 하루 만에 무려 8리나 떨어진 것. 9월 11일 경기를 통해 2할6푼3리가 됐었는데 무려 하루 만에 일주일전 타율로 회귀한 것이다.

더블헤더는 우천이나 경기장 사정 등으로 경기가 미뤄졌을 때 야구에서 하루에 두 경기를 치르는 제도다. 여타 단체 구기종목에서 찾아보기 힘든 야구만의 특별한 룰이다.

강정호의 사례만 보면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에게 더블헤더가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더블헤더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만약 더블헤더를 치르는 그날 유달리 컨디션이 좋다면 하루에 2배의 이득을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더블헤더의 장점이다.

바로 오승환이 그런 긍정적 사례다. 오승환은 지난 7월 21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홈 더블헤더 경기에서 두 경기 모두 9회에 등판해 두 경기 각각 1이닝 무실점 2탈삼진 세이브를 기록하며 총 2이닝 무실점 4탈삼진 2세이브를 기록했다.

팀 사정에 따라 며칠 동안 세이브를 올리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이날의 경우 운도 맞았고 오승환이 그날 컨디션도 좋았기에 하루에 무려 세이브 두 개를 적립했다. 이때가 고작 마무리투수로서 시즌 3,4세이브를 올린 때였기에 오승환은 벤치에 더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었고 현재까지 마무리투수 보직을 이어가는데 큰 영향을 준 하루였다.

강정호와 오승환의 사례를 통해 더블헤더가 열리는 그날 선수의 컨디션, 팀의 상황 등을 통해 한 선수가 얼마나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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