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또 1이닝 이상 등판을 했다. 아무리 믿음이 간다해도 이렇게 내보내서는 곤란하다. 마무리 투수는 팀내에서 가장 보호받고 규칙적이어야 하는 선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활용하는 현 상황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오승환은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서 8회말 1사 후 등판해 1.2이닝 무실점 4탈삼진을 기록하며 시즌 11세이브를 올렸다.

6-4로 앞선 8회 1사에서 등판한 오승환은 무려 1.2이닝 세이브를 올렸다. 분명 위력적이었다. 총 5타자를 상대로 삼진만 4개를 만들어냈으니 왜 마이크 매서니 감독이 오승환을 이토록 활용하는지 알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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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무리 투수를 이런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현재 상황이 포스트시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운영이지만 아직 정규시즌 중이다.

물론 세인트루이스의 사정이 급한 것은 맞다. 현재 세인트루이스는 62승58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이자 총 2장이 주어지는 세 개 지구 우승팀 외 와일드카드에서 턱걸이로 2위를 기록 중이다. 마이애미 말린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뉴욕 메츠까지 총 세 팀이 세인트루이스에 2.5게임차내로 추격 중이다.

하지만 시즌은 길게봐야 한다. 아직도 세인트루이스에게는 40경기 이상이 남아있다. 이제 시즌 후반으로 들어서고 있는 단계다. 게다가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가장 혹사당하고 있는 불펜 중 하나다.

이날 경기를 통해 오승환은 총 61.1이닝을 던졌다. 메이저리그에서 오승환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불펜투수는 단 2명뿐이다. 59경기 출전은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2위다. 많은 경기에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는 선수 중 마무리 투수는 오승환 뿐이다.

현대야구에서 마무리 투수는 가장 소중히 보호받고 그 역할이 확실한 선수다. 그만큼 마무리 투수는 규칙적이어야만 한다. 마무리 투수가 받는 상상 초월 정신적 압박과 ‘팀의 마지막 투수’라는 사명감은 이러한 규칙성과 보호없이 힘들다.

오승환(왼쪽)과 마이크 매시니 감독. ⓒAFPBBNews = News1
하지만 이날 경기를 통해 오승환은 8월에만 들어 총 6번의 등판에서 벌써 1이닝 이상 투구가 3번이나 됐다. 이미 오승환은 지난 8월 3일 신시내티 레즈 원정에서 1이닝 이상 등판을 했다가 역전 끝내기 스리런을 맞으며 1이닝 이상을 던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몸소 증명했다.

그럼에도 세인트루이스는 계속해서 오승환에게 1이닝 이상을 던지고 있다. 물론 그만큼 오승환을 믿기에, 그리고 세인트루이스 불펜 상황이 좋지 않기에 이렇게 활용하는 것은 십분이해가된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식으로 오승환을 쓰다간 조만간 탈이 날 수 밖에 없다. 알파고처럼 늘 ‘1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이지만 오승환도 결국엔 사람이며 그가 던지고 있는 무대는 세계 최고라 불리는 메이저리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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