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5회말이었다.

캔자스시티 로얄스 선발 요다노 벤추라의 99마일짜리(약 160km) 강속구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3번 유격수 매니 마차도의 등으로 향했다. 마차도는 공에 맞은 후 곧바로 작정하고 달려갔다. 벤추라도 글러브를 바닥에 던지고 달려오는 마차도와 싸울 준비를 했다. 그리고 두 선수는 펀치를 주고 받았고 난투극이 됐다. 양 팀 선수들은 모두 튀어나와 난장판이 됐다. 대체 이 벤치클리어링은 왜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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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는 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얄스와의 홈경기에서 9-1 대승을 거뒀다. 이로서 볼티모어는 최근 6경기 5승 1패로 시즌 34승째로(23패)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고수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5회 벤치클리어링이었다. 난투극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작정하고 싸운 이 벤치클리어링의 문제의 발단은 2회말부터였다. 2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마차도는 벤추라와 상대했다. 벤추라는 마차도와 상대하자마자 상당히 적극적으로 몸쪽에 공을 붙였다. 그림 1을 통해 드러나듯 초구가 상당히 몸쪽으로 들어왔지만 2구째는 더 몸쪽으로 붙였다.

그림1. 2회 벤추라와 마차도의 승부. 상당히 몸쪽으로 공을 붙인 벤추라. MLB 게임데이
이에 마차도는 ‘그렇게 몸쪽으로 붙이지 말라’는 경고를 했다. 하지만 3구째도 몸쪽으로 또 들어왔고 이때 마차도는 잡아당겨 뜬공을 만들었다. 이 뜬공은 좌익수에게 잡혔고 마차도는 공이 뜬 사이 벤추라를 향해 몸쪽으로 던지는 것에 대해 신경질적으로 항의했다.

일단 이 상황은 아웃이 됐었기에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문제가 바로 마차도의 다음 타석인 5회였다. 김현수가 선두타자로 나와 1루 땅볼로 아웃된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차도와 벤추라가 다시 만났다. 이때 벤추라는 작정한듯 무려 99마일짜리(160km) 패스트볼을 마차도의 등에 꽂아 넣었다.

마차도는 엄청난 강속구에 고통을 호소하다 곧바로 마운드로 향해 달려갔고 벤추라도 기다렸다는 듯 서로 펀치를 주고받았다. 마차도의 라이트펀치가 먼저 벤추라의 안면에 작렬했다. 마치 론지 오더오와 호세 바티스타의 격투극을 연상케할 정도로 작정한 듯 펀치를 날린 두 선수에 양 팀 선수단은 모두 뛰쳐나와 벤치클리어링을 했다.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든 후 심판은 곧바로 두 선수에게 퇴장을 명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책임소지가 클까. 아무래도 벤추라가 지속적으로 몸 쪽으로 붙이다 결국 작정한듯 160km짜리 공을 마차도에게 꽂아 넣은 것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2회말 나온 몸쪽 공은 일반적인 몸쪽 공의 정도를 넘어선 수준이었다.

그러나 벤추라에게도 할 말은 있다. 이미 벤추라는 1회부터 제구력 난조로 4점이나 실점했다. 게다가 2회 마차도를 만나기전 홈런에 안타까지 허용한 상황. 스스로에게 상당히 실망했을 시점에 마차도에게 던진 몸쪽 공은 제구조차 되지 않는데 마차도의 예민한 반응까지 엎친데 덮친격이었을 가능성도 크다. 또한 마차도가 2회말 상황에서 항의했을때 서로 지나친 말이 오갔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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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구도 칭찬받기 힘든 상황이다. 두 선수의 전적 때문이기도 하다. 마차도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평가받지만 루키시절 상당히 이런 부분에 다혈질 적인 선수였다. 2014년에는 상대가 빈볼을 던지자 배트를 휘두르다 일부러 배트를 3루로 던져버리기도 한 적이 있다. ‘배트 고의 투척’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으로 마차도는 5경기 출전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벤추라도 다를 것 없다. 벤추라도 지난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 중 자신의 공에 투수 땅볼이 된 타자가 1루로 달려갈 때 심한 욕설을 퍼부어 벤치클리어링을 만든 적이 있다. 당시 벤추라는 7경기 출전정지를 당한 바 있다.

즉 두 선수 모두 벤치클리어링에 관해서는 화려한 전적이 있었고 그런 선수간에 제대로 붙은 난투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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