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기회만 달라. 놓치지 않을 것이다.’

한국 메이저리거 4명이 24일(이하 한국시각) 동시에 출격하면서 도합 27일 만에 빅리그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9일 기다린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부터 시작해 7일 기다린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8일 기다린 최지만(LA 에인절스), 3일 기다린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까지 이날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은 팀 내에서 맡은 자신의 역할을 십분 해내며 알찬 하루를 보냈다. 네 명의 선수가 기다린 총 27일의 시간은 참 길고도 길었다.

왼쪽부터 김현수, 최지만, 이대호 오승환. ⓒAFPBBNews = News1
김현수가 시작이었다. 박병호가 오전 2시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결장하면서 김현수는 이날 가장 먼저 나선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됐다. 김현수는 오전 8시 15분부터 미주리주 커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얄스 원정에 9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선발 출전은 10일, 대타 출전 후에는 9일 만이었다.

김현수는 오랜 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비장함이 가득한 모습으로 2회 1사 1,2루 기회에 첫 타석을 맞았다. 여기서 초구 패스트볼이 오면 무조건 치겠다는 노림수를 가졌던 김현수는 몸쪽 깊숙이 패스트볼이 들어왔음에도 특유의 유연한 대처 능력으로 몸쪽공을 밀어 중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때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며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첫 타점을 기록했다.

이후 두 번째 타석은 루킹삼진, 세 번째 타석은 1루 땅볼로 물러났던 김현수는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맞은 마지막 타석에서 1루 강습 타구를 만들어내며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김현수는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고 8회말 대수비 때 놀란 레이몰드와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쳤고 팀도 8-3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 지역지인 볼티모어 선도 “거의 기회가 없던 김현수가 빛났다”며 언급했을정도로 간절함과 비장함으로 열흘 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김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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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의 경기 2시간 후 시작된 이대호와 최지만의 맞대결도 인상적이었다. 이대호는 에인절스에서 좌완 선발 헥터 산티아고를 내면서 플래툰 시스템에 의해 8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최지만은 주전 1루수 C.J 크론을 대신해 1루수 맞대결이 성사됐다. 이대호는 일주일 만에, 최지만은 8일 만에 출전이었다.

최지만은 7회 사이영상 수상자이기도 한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깔끔한 중전 안타를 만들어내며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다. 그동안 볼넷만 얻어내고 메이저리그에서 좀처럼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최지만은 이날 안타를 통해 약 6년여간 마이너리그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드디어 보였다. 최지만은 이날 경기에서 2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활약했다.

이대호 역시 무난한 모습을 보였다. 이대호는 2회 찾아온 첫 타석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내며 만루로 기회를 이어갔다. 이때 팀은 후속타자의 희생플라이로 첫 득점까지 해내기도 했다. 4회에는 루킹 삼진을 당했고 7회초 세 번째 타석 때 애덤 린드와 대타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쳤다. 이대호는 1타수 무안타 1볼넷 1삼진이었다. 제한된 기회에 안타가 없어도 출루는 했다는 점에서 칭찬할만 했다.

마지막으로 나선건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 팀이 5-2로 리드를 잡은 7회말 선발 마이클 와카를 구원등판해 1이닝을 3K 무안타 완벽투로 막아냈다. 팀은 이후 6점이나 더 내며 11-2로 승리했고 오승환은 시즌 2호 홀드를 기록했다.

인상적인 투구였다. 첫 두 타자를 모두 연속 삼구삼진으로 잡아냈을때는 전율이 돋을 정도였다. 2연속 삼구삼진을 당하는 동안 총 세 번의 헛스윙이 나왔고 최고 구속은 93마일에 달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멋진 조합이었다.

윌 마이어스를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시킨 후 맷 켐프에게 초구 볼을 허용한 후, '루킹 스트라이크-헛스윙-헛스윙'으로 삼진을 잡아낸 것도 백미였다. 오승환의 엄청난 공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했던 타자인 켐프도 속수무책이었다. 3일전 등판에서 1이닝 2실점으로 부진한 투구를 떨친 완벽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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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날 출전한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이상을 해낼 수 있음이 드러났다. 4명의 선수 도합 27일이나 긴 시간을 기다려 잡은 기회에서 각자 역할을 해냈다. 한국 선수들은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흘려보내지 않았다. 각 팀들도 분명 이 메시지를 흘려듣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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