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무려 열흘 만에 찾아온 선발 기회였다. 기회가 주어지자 비장한 모습으로 타석에 들어섰고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메이저리그 첫 타점에 멀티히트까지 신고하며 그 기회를 확 물었다.

김현수는 2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커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 9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을 1삼진을 기록했다. 8회말 대수비 놀란 레이몰드와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친 김현수였고 팀은 8-3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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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보스턴 레드삭스전 이후 열흘 만이자 8경기만의 선발 출전 기회였다. 자신이 선발로 나오지 못하는 열흘 사이 경쟁자로 분류됐던 조이 리카드는 3할2푼8리의 타율로 맹타행진을 이어가며 팀내 주전급 선수로 발돋움했고 백업 외야수 경쟁을 펼치는 놀란 레이몰드도 7할2푼7리의 무서운 장타율로 제 역할을 해냈다. 팀내 외야수 경쟁 제일 마지막 순번에 있는 김현수로서는 언젠간 찾아올 기회만을 믿고, 참고 기다려야했다.

결국 열흘 만에 찾아온 선발 기회는 기존 우익수 마크 트럼보가 휴식을 취하며 리카드가 우익수로 가면서 이뤄졌다. 물론 외야 다음 순번은 레이몰드지만 이날 경기는 우투수가 선발로 나왔기에 벅 쇼월터 감독은 좌타자 김현수에게 기회를 줬다.

비록 최하위 타순이었지만 2회 1사 1,2루 상황에서 맞은 첫 타석에서는 김현수에게 비장함이 느껴졌다. 다소 굳은 표정이었지만 자신에게 얼마 찾아오지 않을 기회임을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기에 반드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각오가 화면으로도 비춰졌다.

첫 타석은 완벽한 노림수를 가지고 들어갔다. 초구에 패스트볼이 들어오면 어떤 공이든 칠 마음을 먹고 간듯 김현수는 초구 패스트볼이 몸쪽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날 정도로 깊게 들어왔음에도 특유의 배드볼 히팅으로 중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살짝 밀렸지만 힘으로 만들어낸 정타였다.

이 안타를 통해 2루주자가 홈까지 밟으며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기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두 번째 타석은 루킹삼진, 세 번째 타석은 1루 땅볼로 물러났던 김현수는 8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맞은 마지막 타석에서 결국 멀티히트를 작성해냈다. 1구 너클커브가 볼로 들어오자 흘려보낸 김현수는 2구가 투심패스트볼로 들어오자 1루 강습타구를 만들어낸 것. 세 번째 타석에서는 1루 땅볼이었지만 네 번째 타석은 워낙 강한 타구였기에 1루수 에릭 호스머가 방어했지만 맞고 튕겨져 나가며 안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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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나빴더라면 호스머의 호수비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현수의 간절함은 호수비를 허락하지 않았다. 김현수에게는 네 번째 타석마저 무안타로 그친다면 ‘그저 1안타’ 정도를 기록한 경기로 기록될 뻔했다. 그것으로는 임팩트를 남기기 부족함을 자신도 알았다. 그렇기에 안타가 간절했고 끝내 멀티히트라는 결과물이 주어졌다.

간신히 찾아온 기회에서 김현수는 멀티히트로 분명한 임팩트를 남겼다. 물론 한경기 잘했다고해서 꾸준히 기회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통해 '우투수에게는 강하다'라는 인상을 심어주기라도 했다면 성공이다. 일단 김현수의 1차과제는 우투수때 좌타자 플래툰 기회라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와 같은 비장함과 간절함이 공존한다면 다시 찾아올 기회 역시 놓치지 않을 김현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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