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추신수의 위상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인천국제공항=박대웅 기자] 이대호(34)가 동갑내기 절친 추신수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싶은 마음을 전했다.

이대호는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동안 친정팀 롯데의 애리조나 캠프에서 훈련을 이어가며 차분히 메이저리그 협상 과정을 지켜봤던 이대호는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가운데 결국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이 보장되지 않는 계약으로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 진입 시 1년 400만달러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대호에 앞서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가 메이저리그 계약을 처음 맺은 구단도 시애틀이라는 점이다.

이대호가 KBO리그에서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 일본 프로야구 일본시리즈 MVP 등에 오르며 먼 길을 돌아 시애틀과 계약을 맺었다면 추신수는 2000년 캐나다 에드먼튼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 직후 135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시애틀에서 프로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비록 스즈키 이치로와의 포지션 문제로 인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트 된 이후에서야 꽃을 피웠지만 추신수가 오늘날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궁극적인 출발점은 결국 시애틀이었다. 이대호 역시 입단 시기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밑바닥부터 다시 최선을 다한다면 시애틀을 비롯해 어느 팀에서든 가치를 인정받을 날이 온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대호는 귀국 직후 야구 팬들이 추신수와의 맞대결을 기대하는 부분에 대해 "뉴스에서 시애틀과 텍사스가 개막전을 한다는 것을 봤다"며 기대감을 전하면서도 현재 서로의 위치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했다.

부산 수영초 시절 추신수의 권유로 이대호가 야구 인생을 출발한 사실은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일화다. 이대호는 "사실 (추)신수 때문에 야구를 시작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난날을 돌이킨 뒤 "현재 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선수다"며 당장은 비교하기 어려운 관계임을 솔직히 밝혔다.

그러나 이대호는 "나는 이제 따라가는 위치에 있을 뿐이지만 반드시 따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전의를 다진 뒤 "미국에 있을 때 신수와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는데 미국에서 식사를 하며 회포를 풀고 조언도 구해볼 생각이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대호는 추신수 뿐 아니라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동반 선전을 응원하기도 했다. 그는 "(박)병호나 (강)정호 등 많은 한국인 선수들과 미국에서 함께하게 됐는데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자고 했다. 경기가 있을 때 함께 만나서 한국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외로움을 풀도록 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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