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메이저리그 25인 엔트리 진입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인천국제공항=박대웅 기자] 쉽지 않은 경쟁이 예고돼있다. 하지만 이대호(34)는 25인 엔트리 진입과 함께 메이저리거로 발돋움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이대호는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동안 친정팀인 롯데의 애리조나 캠프에서 훈련을 이어가며 차분히 메이저리그 협상 과정을 지켜봤던 이대호는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가운데 결국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이 보장되지 않는 계약으로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 진입 시 1년 400만 달러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왔던 세계 최고의 무대에 발을 내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만큼 이대호는 편견과 우려를 잠재울 활약을 펼치겠다는 뜻을 전했다.

25인 로스터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선수들 사이에서 하루 빨리 존재감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대호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고 있는 1루수 자원으로는 애덤 린드, 헤수스 몬테로 등이 있다. 지명타자로는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넬슨 크루즈가 버티고 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 힘든 게 사실.

린드는 리그 11년 차의 베테랑으로서 통산 타율 2할7푼4리 166홈런 606타점을 기록했으며, 2015시즌 역시 밀워키에서 타율 2할7푼7리 20홈런 87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뒤 지난달 10일 트레이드를 통해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다. 좌완투수에게 약점을 보인다는 점 때문에 미국 언론에서는 이대호가 린드와 플래툰으로 기용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린드가 주전 자리를 보장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을 때 실질적으로는 몬테로가 생존 경쟁을 펼칠 더욱 유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뉴욕 양키스 최고의 유망주로 꼽혀왔던 몬테로는 마이너리그에서와 달리 메이저리그에서는 본인의 기량을 충분히 꽃피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대호는 “계약을 할 때에는 마이너리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시애틀에서는 우타자 1루수를 원했는데 애덤 린드가 좌투수에 약해서 경쟁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 충분히 경쟁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해 괜찮다고 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늘 정상의 자리에 있었지만 이대호는 밑바닥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도전에 무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어차피 25인 엔트리에 들지 못하면 모든 계약이 마이너리그 계약일 뿐이다. 새롭게 시작하면 될 일이고, 오히려 홀가분함도 있다. 경쟁 속에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될 뿐이다”며 1년 동안 본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를 위해 이대호는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준비를 했다. 살이 홀쭉하게 빠진 채 모습을 드러낸 그는 “팀이 원하는 부분도 있고, 더 날렵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 또한 부상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미국에서 나를 두고 ‘느리다’, ‘뚱뚱하다’는 말을 하는데 1루 수비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전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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