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매리너스로의 입단이 확정된 이대호(왼쪽)와 우용득 전 롯데 감독.사진=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DB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시애틀 매리너스로의 입단이 확정된 이대호(34)의 ‘은사’ 우용득(66) 전 롯데 감독이 이대호의 성공적인 미국 무대 적응을 확신했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4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SNS를 통해 이대호와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발표했다. 향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할 경우, 그는 1년 400만달러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일본시리즈 MVP까지 올랐던 그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오지만 스프링캠프에 초청된 만큼, 아직 실망할 단계는 아니다. 메이저리그 개막전 25인 로스터 진입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롯데 시절 이대호를 1군에 발탁한 스승 우용득 전 롯데 감독은 이대호의 이번 계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우 감독은 4일 전해진 이대호의 시애틀 입단을 크게 환영했다.

삼성 감독시절 경북고에서 투수로 뛰었던 이승엽(삼성)에게 타자 전향을 권유해 그의 ‘홈런 DNA’를 깨운 것으로 유명한 우용득 전감독은 지난 2001년 역시 투수 유망주였던 이대호를 타자로 전향시켜 오늘의 이대호를 만든 `은인'으로 불린다.

우 감독은 일단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이대호의 ‘마이너리그 계약’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마이너리그 계약은 일종의 테스트라고 생각한다. 현재 시애틀 구단 대주주가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다. 이미 일본 무대에서 뛴 이대호에 대한 정보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며 “스프링캠프도 초청됐고, 연봉 규모도 상당한 만큼 메이저리그 진입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지난 2001년 롯데 감독 재임 당시, 이대호의 유연한 스윙에 매료돼 다른 선수들이 질투를 느낄 정도로 그를 대형타자로 길러내는 데 힘을 쏟았던 우용득 전 감독은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했을 당시에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의 타격 폼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데뷔 시절부터 이대호를 지켜봤기에 그의 타격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뛰고 있던 이대호에게 “일본 무대의 특성에 자신을 맞추지 말고, 자신만의 스윙폼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라고 조언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무대에서는 이대호가 스윙폼을 개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우용득 전 감독은 이대호의 스윙폼에 대해 “일본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몸집이 큰 이대호는 스윙 역시 큰 편이다. 미국에서는 보다 빠른 배트 스피드가 요구된다”며 “물론 시애틀의 코치들이 지켜본 뒤 별도로 주문을 하겠지만, 빠른 적응을 원한다면 스윙의 전체적인 폭을 줄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우타자인 이대호는 타격을 준비할 때 종종 왼쪽 다리를 들어 무게 중심을 앞으로 옮기는 버릇, 일명 레그킥을 가지고 있는데 우 전 감독은 이러한 그의 고유 동작 역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전 감독은 “피츠버그 강정호의 경우 레그킥을 고치지 않고도 성공한 드문 사례지만, 일반적으로 강속구를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다리를 들게 되면 타격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을 것이다”며 “텍사스의 추신수 역시 초반에는 다리를 드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고친 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대호가 참고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일본과는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하는 입장인 이대호. 하지만 우용득 감독은 우려할 부분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는 “경험이 많은 노련한 선수다. 쾌활한 성격상 걱정은 없어 보인다”며 “게다가 단순히 금액만 놓고 보면 소프트뱅크에 남는 것이 좋았겠지만, 그것을 마다하고 미국을 선택한 것 아닌가. 자신감과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기에 미국 생활 역시 잘 버텨낼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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