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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오랫동안 기다렸던 이대호(34)의 행보가 결정됐다. 바로 시애틀 매리너스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4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SNS를 통해 이대호를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영입했음을 알렸다. 마이너리그 계약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이 보장되지 않는 계약으로 한국 최고의 타자이자 일본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던 이대호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굉장한 충격이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할 경우 1년 400만달러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너리그 계약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이 전혀 보장되어있지 않다. 마이너리거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는 것이 다반사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할 경우 FA가 되거나 마이너리그에서 승격을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 2년간 소프트뱅크에서 뛰며 일본시리즈 MVP로 활약했던 이대호는 시즌이 끝나고 FA(자유계약)을 선언, 미국 진출에 도전했다. 박병호와 김현수가 미네소타와 볼티모어로 팀을 하나 둘 옮겼지만, 이대호의 계약 소식은 없었다.

하지만 2월이 지나면서 몇몇 구단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력한 행선지로는 세인트루이스, 휴스턴, 그리고 시애틀이 꼽혔다. 그리고 이대호의 최종 행선지는 시애틀이었다. 계약기간은 1년이며 옵션 포함 최대 400만달러(한화 약 47억원)의 금액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대호는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한 한국선수로는 최초의 사례가 됐다.

미국 워싱턴 주에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는 지난 1977년에 창단된 팀으로 지난 1995년, 1997년, 2001년까지 3번의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야구팬들에게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캔 그리피 주니어의 팀이자 메이저리그 10년 연속 200안타라는 대기록을 세운 이치로 스즈키가 뛰었던 팀으로 잘 알려져있다.

한국인으로는 추신수가 지난 2005년부터 2006년까지 두 시즌을 뛴 적이 있고 현재 팀 주전 외야수로 노리 아오키가 뛰고 있다. 아시아 선수들에 호의적인 팀이 바로 시애틀이다. 하지만 이대호의 목적지를 시애틀로 생각했던 팬들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시애틀이 이대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대호가 뛸 수 있는 포지션은 1루수와 지명타자가 있다. 우선 시애틀이 속한 아메리칸 리그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다. 이대호의 수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는 팀이다. 하지만 보여지는 팀 상황으로 본다면 1루수 자리와 지명타자 모두 빈틈이 없다.

지난 시즌, 시애틀은 1루수 자리를 놓고 시즌 내내 골치가 아팠다. 2015시즌, 모두 146경기에 출전한 주전 1루수 로건 모리슨은 타율2할2푼5리 출루율 3할2리 장타율 3할8푼2리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렇게 시애틀은 모리슨을 탬파베이로 보냈고 대신 밀워키에서 1루수 애덤 린드를 데려왔다.

린드는 메이저리그 통산 10시즌동안 타율2할7푼4리 166홈런 606타점을 기록했다. 2016시즌이 끝나고 FA(자유계약)가 되는 선수임에도 시애틀은 투수 유망주 3명을 주고 데려왔다. 또한 유망주 헤수스 몬테로를 백업 자원으로 점찍었고 지난 23일에는 1루 투입이 가능한 가비 산체스, 볼티모어에서 뛰고 있던 스티브 클레벤저도 데려왔다.

지명타자는 더더욱 쉽지 않다. 작년 후반기 내내 지명타자로 뛰었던 넬슨 크루즈가 주전 지명타자로 확실하게 버티고 있다. 그는 볼티모어에서 뛰었던 2014시즌에 40개의 홈런을 쳐냈고 시애틀로 자리를 옮긴 2015시즌 역시 44개의 홈런을 쳐냈다.

현실적으로 이대호가 주전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뛰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빈틈은 있다. 린드는 2012년에 93경기, 2013년에 143경기, 2014년에 다시 96경기만을 소화하며 내구성에서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망주 헤수스 몬테로 역시 부상과 난조가 겹치면서 최근 3년간 2011년 데뷔 시즌(15홈런 62타점) 이상의 활약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일본에서 뛰기 시작한 지난 2012년부터 지난 해까지 4년 내내 14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2004년 KBO리그 롯데시절부터 포함하면 12년 연속 120경기 이상 출전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안정감에 있어서는 두 선수에 비해 더 나을 수 있다. 거기에 장타력이 추가가 된다면 이대호의 출전 횟수는 더욱 많아질 수 있다.

게다가 시애틀은 카일 시거, 로빈슨 카노, 아오키, 세스 스미스까지 좌타자가 너무 많다. 우타자에서 그나마 믿고 쓸만한 자원은 넬슨 크루즈 뿐이다. 우타자가 필요한 시애틀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에서 활약하며 정교함과 장타력을 두루 갖춘 이대호를 기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확실한 주전은 아니지만, 기복이 없고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이대호는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다. 시애틀 역시 어떻게든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으로 올 시즌, 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팀 선수층을 두텁게 했다. 결국 이대호가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에서처럼 실력으로 증명하는 방법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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