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이대호(34)의 행선지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시애틀 매리너스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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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매리너스는 4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SNS를 통해 이대호를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영입했음을 알렸다. 마이너리그 계약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이 보장되지 않는 계약으로 한국 최고의 타자이자 일본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던 이대호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굉장한 충격이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할 경우 1년 400만달러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너리그 계약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이 전혀 보장되어있지 않다. 마이너리거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는 것이 다반사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할 경우 FA가 되거나 마이너리그에서 승격을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길고 길었던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입성기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지난시즌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일본시리즈 MVP에 오르며 팀의 2년 연속 일본 재패를 이끌었던 이대호는 시즌 종료 직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이대호는 지난해 12월 초에 열린 윈터미팅에 참석하는 등 열의를 보였지만 좀처럼 행선지는 나오지 않았다. 이후 1월 초 미국으로 건너가 개인훈련을 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다시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여전히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결국 이대호의 행선지는 시애틀로 결정됐다.

이대호를 영입한 시애틀은 그동안 '친아시아 구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시아 선수들의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 선수들이 시애틀을 통해 대거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일본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등용문이다. 2000년대 초반 사사키 가즈히로와 이치로(왼쪽)가 시애틀에서 활약했다. 최근에는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가 활약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현재 시애틀 구단의 대주주는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다. 지난 1992년, 지금은 고인이 된 야마우치 히로시 당시 대표가 개인 출자를 통해 인수에 성공하며 시애틀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04년, 닌텐도의 미국지사가 지분을 통합하며 1대 주주가 됐다.

사실 야마우치 대표가 1992년 이후 행보는 '친아시아 구단'의 행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본격적인 '친아시아'구단 거듭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다. 2000년 일본 프로야구의 대표적 마무리 투수인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를 영입하면서다. 이후 일본인 선수들이 봇물처럼 시애틀에 정착했다. 2001년에는 '타격기계' 이치로 스즈키를 영입했고 2002년엔 구원 투수 하세가와 시게토시까지 불러들였다.

이후에도 내야수 가와사키 무네노리(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를 영입하며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거부감을 없앴다. 올해는 외야수 아오키 노리치카까지 데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과의 궁합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이대호의 '동갑내기 친구'추신수가 메이저리그 계약을 처음 맺은 구단이 시애틀이었다. 추신수는 지난 2000년 캐나다 에드먼튼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직후 시애틀과 계약금 135만 달러의 계약을 맺으며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시애틀과 추신수의 궁합은 그리 좋지 않았다. 2005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지만 이치로와의 포지션 문제로 인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됐다.

시애틀은 한때 추신수(텍사스레인저스)의 소속팀이기도 했다. 하지만 악연이었다. ⓒAFPBBNews = News1
아울러 최지만(LA 에인절스)이 2010년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지만 빅리그 입성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시애틀이 '친아시아' 구단이긴 하지만 한국 선수와의 인연은 '악연'이었다. 과연 이대호는 시애틀과의 궁합을 잘 맞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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