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FA까지 1년이 남았던 프랜차이즈 스타 닐 워커가 트레이드됐다. 워커의 이적은 피츠버그 파이리츠 입장에서는 강정호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조시 해리슨이 주전 2루수로서 자리잡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뉴욕 포스트, 폭스 스포츠, MLB.com 등 외신은 10일(이하 한국시각) 피츠버그와 뉴욕 메츠가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메츠는 2루수 워커를 얻고 피츠버그는 선발투수 존 니스를 받는 1대1 트레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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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스타간의 맞트레이드

'만능 2루수' 벤 조브리스트를 시카고 컵스에게 빼앗긴 후(4년 5,600만달러) 다니엘 머피(FA)가 떠난 2루수 자리를 놓고 고심하던 메츠는 좌완 선발 니스를 주고 워커를 데려오면서 선발진 과포화와 2루수 부족을 동시에 해결했다.

피츠버그 입장에서는 A.J 버넷이 은퇴하며 헐거워진 선발에 좌완 선발 니스로 깊이를 더했다. 니스는 올 시즌 176.2이닝을 던지면서 9승10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했지만 최근 4년 동안 평균자책점 3.65에 연간 평균 174이닝을 덩지는 괜찮은 선발 투수였다.

내년 시즌이 끝나고 FA가 되는 워커를 잡기 위한 자금력 확보가 쉽지 않은 피츠버그는 그의 트레이드 적기를 이번 윈터미팅이라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워커가 올 시즌 지난 4년간 가장 낮은 OPS(0.756)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정점을 찍기까지 기다리지 않은 것은 아쉽다.

하지만 니스가 2017년 1,000만달러, 2018년 1,100만달러의 팀옵션이 있어 괜찮은 활약을 보이면 3년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피츠버그의 구미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양 팀은 나름 7시즌 이상 자신들의 팀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입지를 다진 선수를 맞트레이드하는 흔치 않은 결단을 내렸다.

유니폼을 바꿔입은 워커(왼쪽)와 니스. ⓒAFPBBNews = News1
▶강정호, 워커 트레이드에 결정적 요인

피츠버그가 워커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워커를 잡을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대체자원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워커를 남은 1년이라도 더 쓰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강정호가 올 시즌을 통해 주전 3루수로서 완벽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던점이 이번 트레이드에 숨겨진 포인트다.

강정호의 포스팅 낙찰 팀이 피츠버그인 것이 알려졌던 2014년 겨울에는 의구심이 따라붙었다. 이미 2루수 워커에 3루수 해리슨, 유격수 조디 머서가 굳건한 상황에서 강정호가 필요할지 의심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워커가 FA까지 2년밖에 남지 않았고 재계약이 힘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해리슨의 꾸준한 활약도에 대한 의구심은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영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우려대로 워커는 재계약이 힘들어졌고 해리슨은 2014년의 엄청난 활약(bWAR 5.3)에 비해 2015년은 부족했다(bWAR 1.8). 하지만 강정호가 풀타임 3루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면서 자연스레 내야는 풍족해졌다.

결국 피츠버그는 워커를 트레이드시키고 해리슨을 2루로 보내면서 복잡했던 내야 교통정리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다소 수비가 불안한 '유격수' 강정호를 고집하기보다 수비도 평균이고 타격도 좋은 '3루수' 강정호에게 내년 시즌을 모두 맡기고, 어차피 최소 2018시즌까지 써야하는(4년 2,730만달러 재계약) 해리슨에게도 더 이상 멀티플레이어 인생(지난 2년간 네 포지션 전전)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 이롭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이 모두 강정호라는 신입이 3루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면 일어나기 힘든 연쇄이동이며 이번 트레이드는 피츠버그가 강정호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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