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거포에다 구단지원까지 업은 박병호는 '파란불'

손아섭·황재균은 소속구단의 반대에다 실력검증도 '글쎄'

일본서도 이치로 성공으로 진출 러시 이뤘으나 잇딴 실패로 거품 걷혀

강정호(28)가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대성공을 거두자 국내 프로야구 야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이미 메이저리그행이 기정사실로 된 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거포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에 이어 최근 손아섭(27)과 황재균(28·이상 롯데 자이언츠)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손아섭과 황재균이 구단의 허락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면 또 한 명의 메이저리그 진출 후보인 김현수(27·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구단의 오퍼만 적당하면 자유롭게 미국 무대를 두드릴 수 있다.

올해에 그 어느 때보다 메이저리그 진출설이 많이 나오는 것은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야수 출신으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한 강정호의 성공과 관련이 깊다.

강정호는 시즌 타율 0.287에 15홈런으로 데뷔 첫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지난해까지 그와 함께 부대끼면서 뛰었던 국내 선수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처지는 제각각이다.

박병호는 KBO 역대 최초로 4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오른,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거포다. 박병호가 기록한 2년 연속 50홈런 역시 KBO 최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박병호를 짧게 관찰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팀 동료였던 강정호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하면서 박병호 역시 리스트에 올리고 주의 깊게 관찰해왔다.

여기에 박병호는 소속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넥센 구단은 지난해 강정호에 이어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공언한 상태다.

박병호의 에이전트인 앨런 네로는 바로 넥센 구단이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때 다리를 놓아줬던 바로 그 에이전트다.

박병호가 이미 국내 프로야구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어느 정도 확신을 안겨줬다면 손아섭과 황재균은 다소 물음표가 따르는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두 선수는 소속 구단인 롯데가 최대한 잔류를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또 한 시즌에 한 구단당 1명만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신청할 수 있기에 롯데 구단으로서는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손아섭과 황재균, 두 선수 중에 1명만 포스팅을 허락한다면 다른 선수가 받을 상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두 선수 모두 포스팅을 막자니 팬들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롯데 구단으로서는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더 근본적으로는 두 선수가 과연 포스팅에 나서서 메이저리그행을 누구나 수긍할만한 금액을 얻어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송재우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1~2년 보고 판단한 게 아니다. 여기에 강정호의 활약이 플러스가 되면서 어느 정도 신뢰를 하게 됐다면 손아섭은 물론 국내에서 3할 이상을 치긴 했지만 메이저리그 선수와 대입했을 때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손아섭은 코너 외야수인데, 메이저리그에서 코너 외야수는 반드시 장타를 쳐줘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무조건 3할을 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손아섭이 과연 그런 믿음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황재균도 유격수 최초로 40홈런을 쳐낸 강정호 정도의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송 위원은 "물론 100만 달러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메이저리그에 가서 실력으로 검증받겠다고 하면 그런 도전은 충분히 환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지난해 김광현, 양현종 때처럼 선수들이 미국 현지나 국내 에이전트들로부터 부풀려진 정보를 접하고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타격 기계' 스즈키 이치로,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가 성공을 거둔 이후 많은 일본프로야구 야수들이 그 혜택을 입었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9년 동안 뛰었던 후쿠도메 고스케는 2008년 시카고 컵스와 4년간 4천800만 달러의 파격적인 조건에 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치로, 마쓰이의 후광 효과를 제대로 누린 것이다.

하지만 후쿠도메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쿠도메는 2011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된 뒤 결국 이듬해 방출당했다. 후쿠도메를 비롯해 이치로, 마쓰이의 활약을 발판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 선수들의 실패가 이어지면서 거품은 빠르게 걷혔다.

송 위원 역시 이러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거품이 빠진 뒤 다른 선수들의 몸값은 바닥을 쳤다"며 "자칫하면 우리도 일본의 사례를 답습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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