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를 밟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강정호를 늘 유쾌하게 환영하며 맞는 피츠버그 선수들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윤지원 기자] '해적왕' 강정호(33·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놀라울 정도로 빠른 미국프로야구(이하 MLB) 적응에 현지 언론도 놀란 눈치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인 MLB닷컴은 15일(이하 한국시각) '강정호와 피츠버그는 서로 완벽한 궁합임을 증명하고 있다(New ballgame: Kang, Bucs proving perfect fit)'는 제목의 기사에서 메이저리그에 빠르게 적응한 강정호와 소속팀 피츠버그를 조명했다.

피츠버그의 클린트 허들 감독은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다면 남을 대접하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단지 그 '황금룰'을 지켰을 뿐이다"며 "내가 강정호였다면 나는 어떻게 대접받길 원했을까 생각해봤다"라며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강정호를 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MLB닷컴은 강정호가 지난 2월 중순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서 열렸던 피츠버그의 스프링캠프에 도착했을 때 그를 신비감에 둘러싸인 인물이라고 묘사하며 두 가지 의문점을 제시했었다. 첫 번째 의문은 '그가 안타를 때려낼 수 있을까'와 두 번째 의문은 '그가 적응할 수 있을까'였다.

KBO리그를 평정하고 미국으로 건너온 강정호 역시 자신감은 있었지만 어떠한 시즌을 보낼 지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 역시 이번 시즌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미국에서의 첫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나를 향한)신비감? 나 역시 (미국 무대에 대한) 신비감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스프링캠프로부터 약 7개월이 지난 현재, 강정호를 향한 현지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강정호는 15일 현재 2할9푼(411타수 119안타)의 타율과 15홈런, 58타점, 60득점을 기록하며 미국 무대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MLB닷컴은 "강정호는 잘 적응했을 뿐만 아니라 예상보다 뛰어난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며 "그는 어느덧 내셔널리그 신인왕 경쟁자 중 한 명으로 거듭났고, 미국 야구 문화에 빠르게 녹아들면서 피츠버그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어 MLB닷컴은 강정호의 적응을 도운 피츠버그의 비결을 상세히 밝혔다.

▶ 강정호가 안타를 때려낼 수 있을까(Will he hit)?

강정호는 앞서 마이너리그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다른 한국인 타자들과 다르게 곧장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새로운 방식에 대한 우려는 강정호와 한국 팬 뿐 아니라 피츠버그 구단도 마찬가지였다. 강정호가 KBO 최고의 선수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과연 강정호는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강정호 영입에 앞서 피츠버그는 강정호에 대해 다방면으로 알아봤다. 강정호와 관련한 영상을 보고 '강정호 안티'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그의 2014년 KBO리의 성적(타율 3할5푼6리-40홈런)이 메이저리그에서 어떻게 변환될 지 모델을 설정한 뒤 강정호와 4년 1,1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활약과 팀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결국 강정호는 선발로 나와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 있었고 현재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4.2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팀내에서 '해적 선장' 앤드류 맥커친 다음으로 스탈링 마르테와 동률을 이룬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적인 활약에 대한 강정호의 답변은 한결같다. 강정호는 "야구는 어디에서 하든지 간에 상관없이 다 똑같다"는 것이다.

▶ 강정호가 적응할 수 있을까(Will he fit in)?

미국과 한국의 삶은 다르다. 언어의 장벽, 음식, 클럽하우스에서의 적응, 멀리 떨어진 고향. 강정호는 낯선 분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피츠버그 구단은 강정호의 에이전트인 앨런 네로와 긴밀하게 협력해 강정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 노력했다. 강정호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할까 '역지사지'로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정호가 문화적으로 편하게 적응하는 데에 제일 중요한 것은 통역이라고 결론내렸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신인 선수는 팀에서 붙여준 통역을 그대로 쓰지만 강정호는 통역 김휘경 씨를 선택하는 과정부터 개입했다. 김씨는 강정호가 미국 미디어와 인터뷰를 할 때는 물론이고 팀 동료 및 코치진과의 대화 등 매 순간 강정호의 옆을 지켰다.

허들 감독 역시 김씨의 역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며 어느새 `끈끈한 동료'로 여기고 있다.

"김휘경 씨는 강정호뿐만 아니라 나도 신뢰하는 사람이다. 그는 우리 '해적단'이다(He's a Pirate)."

PNC파크의 라커룸에서 강정호와 통역 사이 라커를 쓰는 동료 숀 로드리게스는 "강정호의 성격은 다른 선수들과 비슷하다. 그는 편안해 보이고 농담하는 것을 좋아한다. 재미있는 순간을 즐기지만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안다"고 말했다.

▶ 가족과도 같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는 허들 감독의 아들, 크리스찬에게도 환영받는다. 스프링캠프에서 강정호가 홀로 앉아 있을 때, 이 10살짜리 소년은 '언어가 어떻든 간에' 강정호와 대화할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얼마 뒤, 강정호는 크리스찬이 제일 좋아하는 선수가 되었고 그들은 경기 전 '아이패드'로 같이 게임을 하는 사이가 될 정도로 친해졌다.

이미 팀 내에 로드리게스와 같은 라틴 아메리카계 선수들 덕분에 스페인어를 조금 할 수 있게 됐다는 허들 감독은 강정호 덕분에 몇몇 한국 문장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강정호는 팀 동료에 대해서도 "모두 대단하고, 행복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라며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다"고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사실 경기 안팎으로 외국인 선수의 적응을 돕기 위한 동료, 감독, 심지어 감독 아들의 관심과 애정이 빚어내는 화기애애한 '적응 모드'가 지금과 같이 자연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게다가 피츠버그는 이런 방식의 외국 선수 적응에 선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은 "강정호가 힘든 적응기간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모두의 노력이었다"라며 "그러나 결국 그것은 모두 강정호가 한 것이다. 그것은 진실로 놀라운 일이다"고 말했다. 팀에 성공적으로 녹아들어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내고, 동료애와 가족애를 공유하는 모든 성과를 내는 것은 결국 강정호 자신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말이다.

한국 야구팬들은 새로운 메이저리그의 한국 스타에 열광적인 반응과 응원을 보내고 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 선수들이 잘 되면 같이 기쁘고, 현지에서 인정받으면 같이 행복하다. 중계 화면으로 잡히는 현지 피츠버그 팬이 흔드는 태극기와 직접 만든 'King Kang' 응원 플랜카드 하나에도 같이 기쁘고 고마운 한국 팬들이다. 그래서인지 강정호의 빠른 적응을 위해 세세하게 신경 써 준 구단측이 더욱 고맙다.

그러나 이 모든 관심과 성원은 주위에서 제공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선수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강정호가 보내고 있는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은 본인이 견인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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