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신인답지 않은 신인,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자신을 향한 편견을 뚫고 아시아 선수들 가운데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개척하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4일(이하 한국시각) 강정호를 내셔널리그 이달의 신인으로 선정했다. 강정호의 이번 수상은 한국 야구에 있어 굉장한 업적 중 하나로 분류된다. 한국인 선수로는 지난 2003시즌 4월 시카고 컵스에서 활약하던 최희섭(KIA)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특히 같은 기간 동안 강정호의 기록은 2003시즌의 최희섭의 기록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전형적인 1루수 ‘거포’인 최희섭은 2003년 4월 타율 2할4푼1리에 5홈런 14타점 16득점을 기록해 이달의 신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강정호는 지난달에만 3할7푼9리의 타율과 3홈런 9타점 18득점을 올렸다. 홈런은 최희섭에 미치지 못했지만 대신 강정호는 4할에 달하는 타율을 자랑했다.

출루율(0.443)과 장타율(0.621)에서도 최희섭(출루율 0.436, 장타율 0.552)을 누르고 돋보이는 기록을 남긴 가운데 7월 중후반, 강정호는 6경기 연속 멀티히트 행진을 이어가며 ‘7월 맹타’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최희섭과 달리 강정호는 타격보다는 수비가 우선시되는 포지션인 유격수 혹은 3루수를 주로 맡았다. 매 이닝 마다 수비부담이 커 체력 소모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타격 성적이 우수하다는 점은 강정호의 매력을 한층 배가 시킨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내야 수비까지 준수했던 강정호를 외면할 수 없었다. 쟁쟁한 투수 후보들이었던 노아 신더가드(2승1패 평균자책점 1.32), 크리스 헤스턴(3승무패 평균자책점 1.57), 맷 위슬러(4승 무패 평균자책점 3.30) 등도 강정호의 7월 맹타에 비한다면 초라할 정도다.

사실 강정호는 입단 초기, 메이저리그 팬들의 기대보다는 우려를 많이 샀다. 그동안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아시아 유격수들이 줄줄이 실패만을 거두고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다.

KBO리그 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일본프로야구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마쓰이 가즈오, 니시오카 츠요시, 나카지마 히로유키 등은 자신감을 갖고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귀국길에 올라야했다.

2004시즌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0시즌까지 총 7시즌 동안 활약했던 마쓰이 만이 그나마 족적을 남겼을 정도다. 그러나 그 역시도 통산 타율 2할6푼7리 32홈런 211타점만을 남겼을 뿐이다. 데뷔 첫 시즌에도 2할7푼2리에 7홈런 44타점에 그쳐 ‘이달의 신인왕’과는 거리가 있었다.

일본 무대를 평정한 선수들조차 메이저리그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자, ‘아시아 유격수’를 향한 메이저리그의 편견은 깊어갔다.

강정호 역시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시즌 초였던 4월, 강정호는 13경기에만 출전했을 정도로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5월이 되자 상황이 급반전됐다. 23경기에 출전하며 3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2할9푼8리의 타율을 기록해 서서히 유격수 ‘거포’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비록 6월에는 타율이 2할2푼1리에 그쳐 5월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지만, 7월에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기존 붙박이 주전 선수들이 연이어 부상을 당한 것. 지난달 7일 3루수 조시 해리슨이 손가락 부상을 당한 데 이어 21일에는 유격수 조디 머서가 무릎을 크게 다쳤다. 피츠버그는 더 이상 유격수와 3루수가 모두 가능한 강정호를 벤치에 남겨 둘 수 없었다.

결국 강정호는 공수 양면에서 팀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며 ‘7월의 신인왕’에 올랐다. 시즌이 절반 이상 지난 가운데, 강정호는 ‘7월의 신인’을 넘어 강력한 ‘올해의 신인’ 후보로 급부상했다.

3일 현재 2할9푼4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강정호가 후반기 3할 타율에 진입해 현재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선두에 나선 피츠버그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다면 ‘올해의 신인상’ 수상 역시 전혀 불가능 한 일이 아니다.

강정호의 맹활약에 따라 과거 넥센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거포’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역시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강정호의 활약이 일종의 ‘성공 보증수표’가 된 셈. 이번 시즌을 끝으로 포스팅 진출 자격을 얻는 박병호는 이미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도 장타력을 인정받은 강정호 보다 훨씬 더 뛰어난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3일 현재 34개의 홈런을 쏘아 올려 홈런레이스에서도 선두로 나선 만큼,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없어 보인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했지만, 그 길을 성공으로 향하는 자신만의 길로 개척한 강정호. 올 시즌 종료 후 강정호의 길 위에 ‘올해의 신인상’이라는 꽃가루가 뿌려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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