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 "박병호, MLB 진출 수월해질 것"

MLB구단 20여곳 목동구장 방문, 스트레스 푸는 방법까지 조사

'KBO산 1호 메이저리거 야수'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인상적인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메이저리그에 먼저 건너간 강정호의 활약이 박병호의 빅리그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은 불문가지다.

강정호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필드에서 계속된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방문경기에서 5번 타자 유격수로 출전해 선제 솔로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폭발했다.

전날 결승 솔로 홈런에 이어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홈런을 쏘아 올린 강정호는 이제 메이저리그 첫해 두자릿수 홈런에 단 3개만을 남겨놨다. 타율 역시 0.295로 3할 진입을 눈앞에 뒀다.

이처럼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첫해부터 뛰어난 성적을 올리면서 넥센 히어로즈 시절 강정호와 함께 중심타선을 이뤘던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올해 초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때부터 박병호를 보기 위해 텍사스 레인저스, 시카고 컵스 등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넥센 캠프를 찾았고, 시즌 중에는 벌써 메이저리그 구단 20여 곳의 스카우트가 넥센의 홈 구장인 목동구장을 찾아 박병호를 지켜봤다.

일부 구단은 박병호의 가족관계, 성격, 클럽하우스에서 팀원들과의 관계, 술이나 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 박병호가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는지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염경엽 감독도 강정호의 활약을 두고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염 감독은 "강정호는 단순히 개인의 성적을 넘어 한국프로야구의 수준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사실 나로서는 힘들다. 강정호가 잘할수록 박병호가 미국에 진출할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푸념하듯 말했다.

염 감독은 "강정호가 잘해주면서 KBO 타자들에 대한 평가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면서 "일본도 스즈키 이치로, 마쓰이 히데키가 미국에 진출해 활약하기 전까지는 메이저리그가 투수에 국한해 선수를 데려갔다"며 강정호가 이치로, 마쓰이처럼 한국프로야구 출신 야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데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넥센 홈 경기에는 거의 매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온다. 이미 지난해 강정호를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강정호의 앞 타석인 박병호를 자주 봐왔던 터라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생소한 타자가 아니다.

당시에 박병호의 타고난 힘과 군더더기 없는 타격 자세에 호평을 아끼지 않았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이제는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박병호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올 시즌을 마치고 구단의 동의를 얻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박병호 자신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넥센 구단도 박병호에게 일찍부터 3루수 수비 훈련을 받게 함은 물론 내부적으로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대비하고 있다.

박병호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박병호는 올해 정확성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박병호는 올 시즌 타율 0.346(5위), 홈런 32개(1위), 타점 90개(공동 1위), 득점 85개(1위), 장타율 0.691(2위), 최다안타 122개(1위)를 기록 중이다.

홈런과 타점에서 모두 1위이면서도 타율에서도 상위권에 자리 잡을 정도로 박병호는 올해 풀스윙을 자제하고 공을 정확하게 맞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강정호가 빠져나가면서 상대 투수들이 정면 승부를 피한 데 따른 변화였다.

경위야 어떻든 박병호의 이러한 변화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변화가 심한 공에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넥센 시절 강정호는 투수들이 박병호와의 승부를 피할 수 없도록 뒤를 든든하게 받쳐줬다. 강정호가 이제는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순조롭게 입성할 수 있도록 길을 잘 닦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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