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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처절했다.

이틀 전 경기에서 검게 그을린 얼굴에 트레이드마크인 양귀 헬멧이 아닌 한귀 헬멧을 착용하고 보호장구도 없이 결의에 찬 모습으로 타석에 나섰던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는 기습번트에 이어 그동안 하지도 않던 도루까지 하는 처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같이 처절함에도 왼손 선발투수가 나오자 팀은 매정하게 이틀 연속 선발에서 제외시켰다.

처절하고 간절했기에 더욱 안타까운 추신수다.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추신수의 입지에는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후반전 첫 경기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것. 상대 선발이 우완(콜린 맥휴)투수였음에도 제외된 추신수는 후반기 두 번째 경기가 돼서야 후반기 첫 출장을 할 수 있었다.

추신수의 각오가 남다르다는 것은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으로 알 수 있었다. 전반기보다 더 그을린 얼굴, 드문드문 난 수염, 트레이드마크 양귀 헬멧이 아닌 한귀 헬멧에 장갑을 제외하곤 보호장구도 완전히 뺀 채 타석에 들어선 추신수는 두 번째 타석에서는 평소에 잘하지 않던 기습번트까지 댔다.

기습번트로 출루하자 이번에는 도루까지 시도했다. 올 시즌 첫 도루 성공. 그야말로 후반기 첫 경기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들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분명 처절하고 간절한 마음가짐을 갖고 경기에 나섰음을 어필했다.

하지만 텍사스는 냉정했다. 20,21일 경기에서 모두 좌완 선발이 나오자 추신수를 벤치에 앉혔다. 그나마 21일 경기에서는 8회 대타로 나와 삼진을 당한 후 수비를 보다 1이닝도 채 수비를 보지 못하고 대수비 교체를 당했다.

이틀간의 선발 제외가 '좌완 상대 부진'이 이유였다면 이번 대수비 교체는 추신수의 수비력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경고일지 모른다.

물론 추신수와 제프 배니스터 감독의 사이가 결코 좋지 않은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달 11일 경기에서 추신수의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자 배니스터 감독은 경기 중 추신수를 불러 다그쳤다. 언론 인터뷰에도 추신수에 대해 탓하는 뉘앙스로 얘기하자 추신수는 "나 때문에 우리가 진 것인가? 그럼 글러브를 줄 테니 (감독님이) 해봐라"는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후 일은 잘 수습된 듯 했지만 당시 상황을 되새겨보면 베니스터 감독의 즉흥적 감정과 함께 초짜 감독이 이 같은 일을 했다는 것은 어쩌면 텍사스 수뇌부가 감독을 앞세워 추신수를 압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아무래도 추신수가 2년간 극도의 부진을 겪다보니 1억 3,000만 달러나 주고 데려온 수뇌부는 곤란할 수밖에 없고 선수에게 부담을 안길 수밖에 없는 것. 물론 고액연봉자에 대한 대우가 확실한 메이저리그 문화를 비쳐보면 다소 생소하기도 하다.

좌완투수 때 선발 제외와 함께 이례적인 대수비 교체는 분명히 선수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이 모든 1차 책임은 추신수에게 있다. FA직전 시즌이었던 2013년만큼은 아니라도 적당히만 했어도 이 정도까지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추신수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알기에 얼굴이 그을릴 정도로 올스타 휴식기동안 더 훈련을 하고 안하던 기습번트에 도루까지 하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발판을 마련해보려고 했던 것. 그럼에도 팀은 이런 추신수를 믿고 기용하기보다 더 압박을 해 궁지를 모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안타까운 시선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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