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해 12월 중순, 메이저리그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새롭게 부임한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을 중심으로 한 LA다저스의 새로운 프런트진이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것.

일명 ‘맷 켐프 트레이드’와 ‘키스톤 교체 트레이드’가 일어난 지 어언 7개월. 물론 트레이드는 장기적으로 봐야하지만 트레이드 후 이미 전반기를 보냈기에 대략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경기 출전이 너무 적거나 아직 마이너리그에 있는 선수들은 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기에 트레이드 승패에선 제외했다.

▶‘키스톤 교체 트레이드’ - 완패

다저스 영입 : 하위 켄드릭(2루수), 지미 롤린스(유격수), 크리스 해처(불펜투수)
다저스 방출 : 디 고든(2루수), 댄 하렌(선발투수), 앤드류 히니(선발투수) 1,000만달러

지난해 다저스 내야 수비진은 한숨만 나왔다. 원래 수비가 안 좋은 유격수 핸리 라미레즈에 신인 2루수 디 고든이 지키는 키스톤은 준수한 수비를 가진 1루수 아드리안 곤살레스와 3루수 후안 유리베에게는 민폐였다.

이에 프리드먼 사장은 부임과 동시에 키스톤 콤비에 손을 댔다. 핸리 라미레즈는 자연히 FA로 풀려나가니 잡지 않았고 고든과 하렌, 1,000만달러를 들여 히니와 해처를 받아온 후 히니를 다시 LA 에인절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켄드릭을 얻어왔다. 롤린스는 유망주 투수 2명(톰 윈들, 잭 에플린)을 내주고 필라델피아 필리스로부터 받아왔다. 핸리 라미레즈-디 고든의 키스톤이 지미 롤린스-하위 켄드릭으로 순식간에 바뀐 것.

전반기 동안 이 트레이드에서 가장 파란을 일으킨 것은 고든이었다. 고든은 전반기 안타왕(122안타)에 오르며 타율 3할3푼8리에 33도루로 완벽한 리드오프가 됐다. 지난해를 모두 뛰어 올린 fWAR(대체선수이상의 승수)이 3.2였지만 전반기에 벌써 2.8을 해냈다. 심지어 문제로 지적됐던 수비(지난해 수비 WAR -1.3)마저 나아지며(전반기 수비 WAR 7.1) 프리드먼 사장에게 완벽한 어퍼컷을 날렸다.

1,000만달러의 연봉 보조를 하며 사실상 공짜로 보낸 하렌마저 전반기에 7승 평균자책점 3.20으로 나름 선방해내며 WAR 1을 기록했다. 류현진-브랜든 맥카시의 부상 이탈로 선발투수 고갈을 겪고 있는 다저스 입장에서는 배가 아플 수밖에 없는 활약.

잠시 스쳐가긴 했지만 켄드릭을 위해 데려왔던 유망주 히니마저 6월말 LA 에인절스로부터 콜업돼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1.32로 폭주 중이다. 그야말로 보낸 선수 하나하나가 모두 맹활약하고 있는 것.

디 고든 : 타율 0.338 출루율 0.359 장타율 0.413 33도루, 46득점, 최다안타 1위, 올스타
댄 하렌 : 111이닝 7승 5패 평균자책점 3.24 탈삼진79
앤드류 히니 : 27.1이닝 3승 평균자책점 1.32 탈삼진23

반면 다저스가 데려온 선수들은 아쉽다. 켄드릭이 그나마 팀의 중심타선에서 활약하며 2할9푼2리의 타율을 때려내고 있지만 장타율이 고작 4할1푼6리로 사실 중심타선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기대했던 수비에서는 -3.9WAR밖에 기록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고든이 기록했던 수비 WAR(-1.3)보다 더 못하고 있다.

가장 문제는 롤린스다. 선두타자와 수비 좋은 유격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MVP출신의 이 노장은 2할1푼3리의 타율에 출루율이 2할6푼6리로 말 그대로 ‘망했다’. 그나마 수비에서 약간의 역할(수비 WAR 0.3)을 해주고 있지만 2할1푼을 치는 유격수라면 더 엄청난 수비를 해줘야 상쇄가 된다. 다저스 내에서 한 타석이라도 들어선 총 34명의 타자(투수 포함) 중 타자로서 WAR이 -0.3으로 최하위인 것은 한심스럽기 그지없는 성적이다.

불펜투수 해처마저 충격적이다. 나름 셋업맨 그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고 데려왔지만 27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6.38로 무너졌다. 6월에는 부상까지 당하며 팀에서 이탈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있으나 마나한 그의 활약은 마이애미의 완벽한 트레이드 승리로 손을 들어주는데 굳히기와 다름없다. 게다가 롤린스와 켄드릭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돼 설욕의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하위 켄드릭 : 타율 0.292 출루율 0.343 장타율 0.416 7홈런 37타점
지미 롤린스 : 타율 0.213 출루율 0.266 장타율 0.338 8홈런 29타점 7도루
크리스 해처 : 18.1이닝 1승 4패 평균자책점 6.38 탈삼진19

▶‘맷 켐프 트레이드’ - 승리

다저스 영입 : 야스마니 그랜달(포수)
다저스 방출 : 맷 켐프(외야수), 팀 페더로위츠(포수), 3,100만달러

키스톤 교체 트레이드는 완벽하게 실패했지만 맷 켐프 트레이드는 현재까지 명백한 승리로 기울고 있다.

일단 켐프를 3,100만달러나 얹혀주며 보낸건 성공적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 입장에서 켐프는 출루율이 3할도 되지 못하고(0.291) 장타율도 4할이 안 된다(0.382). 파워라도 있을 줄 알았지만 고작 8홈런에 그치고 있다.

이미 심각한 문제였던 수비는 여전히 심각하고(수비 WAR -13.7) WAR은 -0.6이다. 샌디에이고 입장에서 그나마 위안은 올해는 다저스에게 1,800만달러를 보조 받아 켐프에게 고작 325만달러만 줘도 된다는 점이다. 물론 내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7,300만달러를 더 샌디에이고는 줘야하는 상황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또한 그랜달의 자리를 메워줄 백업포수를 기대했던 페더로위츠는 영입과 동시에 장기부상으로 이탈하며 언제 돌아올지 여전히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맷 켐프 : 타율 0.250 출루율 0.291 장타율 0.382 8홈런 47타점 8도루

반면 다저스는 그랜달이 제대로 터지면서 라이벌인 샌디에이고에게 제대로 펀치를 한방 날렸다. 뛰어난 포구능력을 보고 데려온 것으로 알려진 그랜달이 타격에서 재능을 만개(타율 0.282 출루율 0.401 장타율 0.526 14홈런 36타점)한 것. 게다가 그랜달은 자신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이유인 프레이밍(볼을 포구를 통해 스트라이크로 만든 능력)에서도 메이저리그 전반기 2위(12.5, 1위 피츠버그 프란시스코 서벨리 14.0)에 오르며 완벽했다.

벌써 WAR 2.7을 기록, 자신의 한 시즌 최다 WAR이었던 2012년의 2.4를 넘어선 그랜달은 생애 첫 올스타까지 선정되며 최고의 시즌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게다가 그랜달은 2019년이 되야 FA가 될 정도로 여전히 서비스타임도 많이 남아있다.

야스마니 그랜달 : 타율 0.282 출루율 0.401 장타율 0.526 14홈런 36타점, 올스타

지난해 12월을 흔든 두건의 대형트레이드. 한건은 패배했고 한건은 승리했다. 그러나 승리에 비해 패배가 너무나도 크기에 둘을 같은 승리와 패배로 둘 수는 없어 보인다. 일단 이 트레이드는 물론 지구 1위로 전반기를 마치긴 했지만 지난해만 못한 다저스의 전력을 가져가는데 치명타를 날렸다. 과연 오는 31일 마감되는 트레이드기한까지 다저스는 어떤 트레이드로 지난 트레이드를 설욕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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