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흔히들 한 선수가 잘할 때를 돌이켜보면 대부분 특정 순간을 거론한다. 예를 들어 데릭 지터는 포스트시즌에 특히 잘해 ‘미스터 노벰버(11월)’로 불렸고 클레이튼 커쇼는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209.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63을 기록한 천적으로 샌프란시스코 팬들에겐 악몽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마이크 트라웃(24·LA 에인절스)은 다르다. 트라웃에게는 천적혹은 특정 순간에만 잘하는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트라웃은 모든 무대에서 잘한다. 그렇기에 트라웃은 고작 빅리그 5년차임에도 위대하고 리빙 레전드(Living Legend)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몸 풀기도 완벽하게… 스프링캠프의 왕 트라웃

메이저리그에서는 흔히들 스프링캠프는 몸을 풀고 정규시즌을 준비하기 위한 발판 정도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스프링캠프 초반 각팀의 에이스급 선수들이 흔들리는 것은 화제조차 되지 못한다.

하지만 트라웃은 다르다. 트라웃은 스프링캠프마저 소홀히 하지 않는다. 아직 마이너리거였던 2010년에도 트라웃은 힘겹게 잡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기회에서 4경기에 출전해 7타수 4안타를 때려냈는데 그 4안타 중 단타는 하나도 없었다(2루타2, 3루타1, 홈런1).

이처럼 신인 시절에도 스프링캠프에서 뛰어났던 트라웃은 2012시즌 MVP 2위-신인왕-올스타-실버슬러거를 동시에 거머쥔 직후에는 조금 거만해질 법도 했다. 하지만 도리어 2013스프링캠프에서 23경기 타율 3할5푼 출루율 4할6푼6리 장타율 6할1푼7리로 자신과 ‘거만함’은 어울리지 않음을 보여줬다.

더 놀라운 것은 2013시즌 스프링캠프 성적은 고작 ‘빅리그 5년차’ 트라웃에게 세 번째 정도밖에 잘하지 않은 스프링캠프라는 점이다. 2014, 2015 스프링캠프에서는 모두 장타율 8할을 넘긴 트라웃은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는 22경기에서 타율 4할4푼1리를 때리고 출루율은 5할을 넘겼다. 어쩌면 트라웃은 '스프링캠프에서 잘하는 선수'라는 오명을 쓸지도 모르겠다.

통산 스프링캠프 성적 : 88경기 타율 0.384 출루율 0.462 장타율 0.708 14홈런 16도루


[2010년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에서 마주쳤던 이학주(오른쪽)와 트라웃]

도장 깨기의 끝판왕이었던 정규시즌의 트라웃

트라웃의 진정한 가치는 정규시즌 성적에 있다. 단순히 타이틀을 따낸 것만 정리해도 2012년에는 신인왕-MVP2위-올스타-실버슬러거에 이어 득점1위(129득점)-도루1위(49도루) 2013년에는 MVP2위-올스타-실버슬러거와 득점 1위(109득점)-볼넷1위(110볼넷), 2014년에는 MVP1위-올스타-실버슬러거와 득점1위(115득점)-타점1위(111타점)를 따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연소 2년 연속 20홈런-30도루, 아메리칸리그 최초의 25홈런-30도루-100볼넷의 주인공, 만22세 이전 통산 50홈런-70도루의 주인공 등 그가 써내려가고 있는 모든 기록은 전설적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팬그래프닷컴의 WAR(대체선수이상의 승수)에서도 2012년 이후 WAR에서 당연히 전체 1위(34.3)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물론 2위인 앤드루 맥쿠친(피츠버그 파이리츠, 25.4)보다도 거의 9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류현진이 지난 2년간 기록한 WAR 총합이 7.4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격차인지 새삼 알 수 있다.

트라웃의 지난 3년(2012~2014)의 fWAR 총합은 28.8. 이는 샌디 쿠팩스의 황금의 5년 중 가장 좋은 연속 3년(1963~1965)을 붙여도 25.3으로 트라웃에 미치지 못한다. 트라웃의 영광의 3년은 랜디 존슨이 사이영상 연속 4년 수상을 했던 기간 중 가장 좋은 연속 3년(1999~2001)을 붙인 29.7정도가 그나마 이길 수 있는 정도다. 트라웃의 정규시즌이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알 수 있는 수치다.

통산 정규시즌 성적 : 581경기 타율 0.306 출루율 0.397 장타율 0.559 124홈런 111도루

사상 최초 올스타전 2연속 MVP, 올스타전도 완벽

트라웃은 이벤트 경기인 올스타전조차 완벽하다. 트라웃은 자신의 첫 올스타전이었던 2012년에는 1타수 1안타 1볼넷 1도루로 완벽한 올스타전 데뷔의 서막을 알리더니 2013년에는 첫 장타(2루타)까지 뽑아냈다.

지난해에는 3루타에 2루타까지 뽑아내며 2타점 1득점의 맹활약으로 데릭 지터의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MVP를 받는 다소 '눈치 없는 활약'으로 MVP까지 올랐다. 올 시즌은 15일 경기에서 리드오프 홈런이라는 상징성에 3타수 1홈런 1볼넷 1타점 2득점의 활약으로 또 다시 MVP에 선정됐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2년 연속 올스타전 MVP가 된 순간이었다.

통산 올스타전 성적 : 4경기 타율 0.500 출루율 0.583 장타율 1.200 1홈런 1도루

'완벽한' 트라웃에게 그나마 가장 약점은 포스트시즌뿐이다. 지난 시즌 처녀 출전한 포스트시즌에서 3경기를 뛰며 12타수 1안타 3볼넷에 그친 것. 물론 1안타가 홈런이었다는 점에서 임팩트가 강렬했던 점은 있지만 12번의 기회에서 한 번의 안타는 트라웃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았다.

물론 고작 3경기 출전이기에 지나치게 표본이 적었던 점을 감안해야하기에 현재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팀 성적을 봤을 때 또 다시 포스트시즌이 유력한 올 시즌 가을이 ‘완벽주의자’ 트라웃에게 다시금 설욕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AFPBBNews = News1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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