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보호망 확대해 관중 보호 방안 추진

2015년 정규리그 전반기 마감을 2주 앞둔 미국프로야구(MLB)의 화두 중 하나는 파울 보호망 확대다.

관중석으로 날아온 파울볼 또는 부러진 방망이에 맞아 다친 팬이 늘면서 보호망을 높이고 보호망 설치 지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언론을 중심으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의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경기에서 오클랜드 타자 브렛 로리의 부러진 방망이에 여성팬 토냐 카펜터가 머리를 맞아 생명에 위협을 받을 정도로 크게 다치면서 보호망 확장 논란에 불이 붙었다.

MLB 사무국과 노사 협정을 맺는 MLB 선수노조가 2007년과 2012년 두 차례나 노사 협약 때 보호망 확장을 요구했으나, 구단주들이 이를 외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MLB 사무국과 MLB 선수노조의 현 노사 협약은 2016년 끝난다.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보호망 확장은 노사 협약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구단주 모임에서 팬 안전과 사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30개 구장에는 흔히 백스톱으로 불리는 포수 뒤쪽 파울망을 제외하곤 보호망이 없다.

높이가 낮긴 하나 백스톱은 물론 양측 더그아웃부터 양쪽 파울 폴까지 보호망을 친 한국과 일본의 구장과는 다르다.

MLB 선수노조는 보호망을 한국과 일본처럼 파울 폴까지 쳐달라고 요청했다. 경기 중 자신들의 플레이로 관중이 다치는 것에 선수들은 큰 부담을 느낀다.

미국 언론은 최소한 보호망을 양측 더그아웃 위쪽 관중석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호망 확장에 돈을 써야 하는 구단주들은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낸다.

보호망을 설치하면 선수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더그아웃과 가까운 쪽 비싼 좌석의 프리미엄이 사라져 구단의 수익이 떨어지는 것도 구단주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새로 생기거나 재건축으로 새로 단장한 구장은 파울라인의 좌석을 종전보다 7%가량 앞당겨 선수와 팬의 거리를 좁혔다.

보호망이 생기면 안전하지만, 경기 관전 때 답답하다는 팬의 반응도 무시할 수 없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말 자체 조사를 통해 파울볼, 홈런, 부러진 방망이 등으로 한 해에만 1천750명이 다친다고 소개했다.

정규리그 경기 수가 2천430경기인 점을 고려하면, 3경기당 2명꼴로 다친다는 것이다.

에드윈 컴버라는 이가 만든 파울볼즈닷컴에 따르면, 관중석으로 날아오는 파울볼은 5만3천∼7만3천개에 달한다.

경기 전 타격 연습과 실전 경기를 포함해 최대 평균 30개의 파울볼이 관중석을 향한다는 통계로, 자칫 한눈을 팔다가는 얻어맞기 십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각 구단이 스마트폰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면서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으로 재생화면을 보고, 각종 먹을거리를 주문하다가 파울볼에 맞는 사례도 나온다.

팬그래프닷컴은 1913년 이래 미국 법원이 파울볼로 다친 관중에게 구단이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야구란 원래 그런 것'이라는 전통 시각에 기초한 판단으로, 팬들은 경기를 보다가 다칠 위험을 알고 야구장에 온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실제 각 구단도 입장권에 파울볼 등에 따른 부상의 위험을 적시하고 경기 중 전광판을 통해 자주 부상 위험을 알린다며 파울볼에 따른 배상 책임이 없다고 강변한다.

구단이 파울볼에 맞아 다친 관중에게 주는 것은 무료입장권과 구단 기념품 또는 수백 달러에 달하는 치료비 정도다.

최근 아이다호 주 대법원과 조지아 주 지방법원에서 파울볼에 맞아 다친 관중이 구단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도록 판결하기는 했으나 아직도 관중에게 부상 책임을 지라는 전통적인 사고가 지배적이다.

각 구단은 파울볼 부상자를 막고자 백스톱 쪽 보호망을 넓히는 작업에 착수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지난해 백스톱의 보호망의 높이를 9.1m로 둔 채 좌우 폭을 23m 넓혔다. 보호망의 폭은 46m로 길어졌다.

29일 지역 신문 댈러스 모니 뉴스는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이 현재 높이 8m, 너비 36m인 백스톱을 더 넓힐지를 연구 중이라고 소개했다.

뉴욕 양키스는 타격 연습 때에는 확장할 수 있는 보호망을 추가로 설치한 뒤 경기에서는 거둬들인다.

일찍부터 보호망 없는 구장을 사용한 메이저리그와 달리 외야를 제외하고 보호망이 관중석을 둘러싼 야구장을 쓰는 한국프로야구는 2000년대 초반부터 관전 편의를 위해 보호망의 높이를 낮춰왔다.

여성·가족 팬의 증가로 야구장이 메이저리그의 볼파크(Ball Park) 개념으로 바뀐 최근에는 팬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여러 좌석이 생겨났고, 선수와 가까운 보호망 없는 좌석 또는 보호망의 높이가 낮은 프리미엄 좌석이 인기리에 팔린다.

보호망의 높이를 낮춤에 따라 파울볼에 맞는 안전사고가 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KBO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집계한 자료를 보면, 한 해 야구장에서 다치는 관객의 수는 426∼504명으로 나왔다. 부상의 95% 가까이는 파울볼에 맞은 것이다.

KBO는 올해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야구장 관람을 위한 SAFE(Security, Attention, Fresh, Emergency) 운동을 펼쳐 팬들에게 야구장에 올 때 글러브를 지참해 달라고 강조한다.

또 각 구단에도 파울볼이 날아오면 경고음과 호루라기로 최대한 사고를 예방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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