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 4년 연속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 사이영상 3회, MVP 1회에 빛나는 클레이튼 커쇼(27·LA 다저스)가 두들겨 맞고 있다. 특히 홈런을 15경기에서 11개나 허용했다. ‘현존 최고 투수’로 평가되는 커쇼는 왜 이렇게 많은 홈런을 맞는 것일까.

커쇼는 23일(한국시각) 시카고 컵스전에서 7이닝 동안 피홈런 2개를 포함한 4피안타 9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타선 역시 3안타 빈타에 허덕이며 커쇼를 돕지 못해 2-4로 패했다.

피홈런 2개를 내주며 커쇼의 올 시즌 피홈런 숫자는 11개가 됐다. 고작 15경기 100이닝을 던지면서 피홈런 11개를 내준 것은 지난해 29경기 198.1이닝을 던지며 맞은 9피홈런을 넘어섬과 동시에 커쇼의 한 시즌 최다 피홈런 16개에 벌써 근접하고 있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시즌 종료시에는 약 25개의 홈런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수치라면 한 시즌 피홈런 수치에서 10위권 안에 들 불명예의 기록이다.

대체 왜 이런 것일까. 일단 뜬공이 홈런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23일까지 뜬공이 홈런으로 연결된 비율이 무려 18%이다. 대략 5번의 뜬공이 나오면 한번은 홈런으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이는 메이저리그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104명 중 전체 4위로 높은 비율이며 당연히 상위 fWAR(대체선수이상의 승수) 70위권에 커쇼보다 높은 비율을 가진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커쇼의 통산 HR/FB비율이 7.2%임을 감안하며 현재의 18%는 거의 2.5배 이상 높은 비정상적인 기록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커쇼는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뜬공이 홈런으로 연결되고 있을까. 사실 그 이유는 본인 역시 알기 쉽지 않을 테지만 몇 가지로 추측은 해볼 수 있다.

단순히 ‘운’이 나빠서

첫 번째로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운’이 나빠서다. 커쇼는 전체 투수 중 WAR 전체 6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공이 나쁘지는 않다. 인플레이된 공이 안타로 연결된 비율을 뜻하는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가 2할9푼7리를 기록 중인데 이는 커쇼가 풀타임 선발을 시작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자신의 평균 BABIP(0.273)와도 약 2푼 이상 높다.

인플레이된 공이 안타로 연결되는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홈런 역시 증가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BABIP가 비정상적으로 높으면 ‘운’이 나쁜 것으로 치부되기에 이를 무시할 수 없다.

뻔한 볼이 되는 공이 늘고 있다… 구속은 문제없어

둘째로 예전만큼 코너 구석구석으로 꽂히는 공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의 볼이 된 공을 스윙한 횟수를 말하는 O-Contact%이 현재 46.9%인데 이는 통산 56.2%에 비해 10%가까이 낮다. 투수 입장에서는 볼이 된 공을 스윙한 횟수가 많을수록 좋은 타구를 내주지 않는데, 예전에 비해 이러한 비율이 낮아지다 보니 잘 맞은 타구를 많이 내줄 수밖에 없게 되는 것.

다시 말하면 올 시즌 커쇼의 공이 예전에 비해 볼이 됐을 때 아슬아슬하게 스트라이크존을 걸치기보다 좀 더 뻔하게 볼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코너를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공이 줄어드는 대신 뻔히 보이는 공의 비율이 늘게 되면 타자들은 방망이를 내지 않게 되고 소위 ‘좋은 공’이 들어왔을 때만 치게 되고 이렇게 되면 홈런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아진다.

올해 커쇼의 구속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커쇼는 2009년(평균 94마일) 이후 가장 빠른 패스트볼을 현재 뿌리고 있고(93.5마일) 고속 슬라이더나 커브볼 역시 MVP까지 따냈던 작년 시즌 구속과 0.5마일 내외로 거의 똑같다. 구속이 느려져서 뜬공이 홈런으로 많이 연결되는 것은 아닌 셈. 구위가 떨어진 것은 동의할 수 있지만 단순 구속이 떨어진 것은 동의하기 힘든 이유다.

커쇼 파훼법 나왔나? 혹은 커쇼의 방심?

세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타자들이 커쇼에 대한 공략법을 깨우쳤거나, 혹은 커쇼가 제대로 상대 타자에 대한 숙지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들어간 것일지도 모른다.


왼쪽상단부터 2012, 2013, 2014 오른쪽 하단이 최근 10경기 커쇼의 핫존

단적으로 ESPN의 핫존을 보면 알 수 있듯 커쇼는 지난 3년간과 다르게 최근 10경기에서 높은 공이 집중공략(빨간 부분)당하고 있다. 실제로 높은공에서 큰 약점을 보이지 않았던 커쇼가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을 9등분했을 때 중앙 상단에 들어오는 공의 피장타율이 무려 8할9푼5리를 보이고 있고 이는 데뷔 이후 같은 코스에서 고작 3할5푼9리의 피장타율을 보인 것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스트라이크존 위로 향하는 공이 상당히 밋밋하거나 혹은 타자들이 이 공에 대해 완벽하게 준비가 된 상태에서 들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23일 경기 후 "상대 타선이 커쇼를 공략하는 법을 찾은 것 같다"며 "모든 타자가 커쇼를 만나면 최선을 다한다. 매 경기 정규리그가 아니라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커쇼가 공략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23일 경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역전 2점 홈런을 때려낸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높은 공에 강점을 지닌 타자인데 비록 실투이긴 하지만 결정구로 던진 커브가 브라이언트가 딱 좋아하는 높은 위치에 들어오면서 홈런을 허용했다. 이는 분명 커쇼가 다소 상대 타자를 얕봤거나 혹은 제대로 숙지가 안됐기에 가능했던 홈런이다.

결국 문제는 피홈런이다. 여전히 세이버매트릭스적인 통계로 봤을 때 커쇼는 최정상급 투수다(WAR 투수 6위, xFIP 1위). 하지만 위와 같은 복합적인 요소가 겹치면서 피홈런이 비정상적으로 늘고 있고 커쇼 역시 23일 경기 후 “홈런을 얻어맞는 것 자체는 상관없다. 그러나 최근 홈런으로 실점하면서 경기를 내주는 상황이 많다고 느낀다”며 답답해했다.

우리가 아는 커쇼는 언제쯤 돌아올 수 있을까. 과연 비정상적인 피홈런 숫자는 언제쯤 정상궤도로 복귀해 시대를 지배하던 커쇼의 모습을 다시 보게 해줄지 팬들의 근심을 늘어가고 있다.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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