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최근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에 대한 팀의 대우가 달라졌다. 클린업 트리오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4번 타자로 8경기 연속 선발 출전시키며 마쓰이 히데키와 추신수 이후 아시아 중심타자의 맥을 잇고 있는 모양새다. 여전히 조디 머서와의 주전경쟁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고 있지만 어쩌면 강정호는 이미 주전을 꿰찼을지도 모른다.

강정호가 주전을 꿰찬 증거는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단적으로 최근의 출전횟수만 놓고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최근 팀 10경기 모두 출전 9선발, 1대타
최근 팀 44경기 중 40경기 출전, 35선발, 5대타

이는 같은 기간에 강정호의 출전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조시 해리슨(3루수/외야수), 그레고리 폴랑코(우익수), 조디 머서(유격수)의 출전 기회와 비슷한 수치다

해리슨 :
최근 팀 10경기 중 10경기 모두 선발
최근 팀 44경기 중 41경기 39선발

폴랑코 :
최근 팀 10경기 중 9경기 출전 6선발
최근 팀 44경기 중 43경기 출전 33선발

머서 :
최근 팀 10경기 중 9경기 출전 9선발
최근 팀 44경기 중 38경기 출전 33선발

강정호가 뜨면서 3명의 선수는 모두 영향을 받았다. 강정호가 유격수로 나설 때는 머서가 빠지고, 강정호가 3루수로 나오면 해리슨이 우익수로 가고, 연쇄적으로 폴랑코는 우익수에서 제외되고 경기 후반 대수비로 출전했다.

출전기록을 통해 알 수 있듯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우익수 폴랑코다. 원래는 유력한 주전 우익수 후보였지만 해리슨이 외야수까지 가능하게 되면서 출전기회가 줄어들었다. 사실 타격에서는 머서(타율 0.215 출루율 0.267 장타율 0.288)가 폴랑코(타율 0.241 출루율 0.300 장타율 0.345)에 비해 더 부진하지만 포지션의 중요도상 외야보다는 유격수가 더 높은 평가를 받기에 머서보다 폴랑코가 타격을 받고 있다.

부동의 4번타자로 예상됐던 2루수 닐 워커 역시 타격 부진(타율 0.255 출루율 0.311 장타율 0.377)속에 부상도 겹쳐 해리슨이 가끔 2루를 맡기도 한다.


강정호의 주전 등극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머서(왼쪽)와 해리슨

강정호는 최근 10경기 모두 출전한 것은 물론 5월 3일 이후 44경기에서도 다른 선수들과 전혀 다를 것 없는 출전기회를 보장받았다. 게다가 최근 8경기에서는 4번타자로까지 기용돼 홈런도 때려냈으니 이미 주전으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굳이 클린트 허들 감독이 기자회견을 열어 '강정호가 주전이다'라고 공표할 것이 아니라면 이미 강정호는 주전을 꿰찬 것이다.

문제 아닌 문제는 강정호가 주전을 꿰찬 것이 유격수가 아닌 3루수라는 점이다. 강정호는 한국에서 풀타임 유격수로 활약했고 유격수로서의 자부심 역시 강한 선수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후에는 3루수로 28경기, 유격수로 20경기밖에 나오지 못했다. 또한 강정호는 유격수로 출전하게 되면 타격에 굉장히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강정호 3루수 출전시 : 타율 0.304 출루율 0.402 장타율 0.457 3홈런 14타점
강정호 유격수 출전시 : 타율 0.250 출루율 0.290 장타율 0.344 1홈런 9타점

비록 적은 표본이지만 확실히 수비부담이 더 심한 유격수에서 강정호는 머서와 다를 바 없는 타격을 보이고 있고 팀 입장에서는 차라리 이럴바에 유격수 수비가 좀 더 나은 머서를 유격수로 쓰고 3루수로 나올 시에는 중심타선 이상의 타격을 보여주는 강정호를 3루로 쓰는 것이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세이버매트릭스 지표인 수비 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에서도 머서는 100타석 이상 나온 유격수 41명 중 13위(3.2)의 상위권에 올라있고, 강정호는 27위(0.5)에 머물러 있다.

UZR/150(150경기에 출전했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수준 선수보다 얼마나 실점을 막아냈나를 보여주는 지표)에서도 현재까지 머서는 18위(0.4), 강정호는 35위(-13.8)로 통계적으로도 아직 머서에 비해 유격수 수비가 부족하다.

그러나 3루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강정호는 3루수로서는 UZR/150에서 전체 43명 중 14위(7.6)이며 수비 WAR역시 17위(1.1)에 해당한다. 통계적으로 유격수로서는 다소 낙제점인 강정호의 수비는 3루수로서는 중상위권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3루수로서 출전 기회가 최근 늘고 있다. 강정호는 4번타자로 출전하는 8경기 내내 3루수로 연속 선발출전을 했고 이는 곧 최근 수비에 나선 21경기에서 3루수로 16경기에 출전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서히 '유격수' 강정호보다는 '3루수' 강정호의 모습이 눈에 익고 있다. 이미 주전을 꿰찬 강정호의 입지와 함께 팀 사정, 본인의 능력 등 여러 가지가 복합된 상황 때문이다. 어느새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으로 우뚝 섰다. 이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마이너리그에 내려갈 수도 있다는 예상을 완벽하게 깬 입지다. 강정호는 어엿한 메이저리그라는 '지상 최대의 쇼'의 일원이다.

사진= ⓒAFPBBNews = News1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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