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ML 개막후 32경기 : 타율 0.316 출루율 0.383 장타율 0.453
최근 12경기 : 타율 0.189 출루율 0.268 장타율 0.297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개막 이후 5월 중순까지 출전했던 첫 32경기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수비는 둘째 치고 아무리 KBO리그에서 40홈런 이상을 때린 타격 능력이 있다할지라도 과연 메이저리그에서 그 능력이 계속 유효할지 의문을 품는 이가 더이상 없게 맹타를 휘둘렀다. 신인왕 후보로 언급되는 이 아시아 타자를 상대로 별 고민 없이 다가선 투수는 그야말로 '두들겨' 맞았다.

그러나 강정호에게 더 이상 같은 방법으로 다가서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정호의 약점을 찾아내 집요하게 공략하기 시작했다. 아직 그 공략에 대한 해법을 준비하지 못한 강정호는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고 물리는 공략 상황 속에 이제 강정호가 반격할 차례다.

시즌 첫 32경기까지만 해도 강정호는 패스트볼과 커브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배리 본즈'급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첫 32경기 패스트볼 상대 성적 : 타율 0.536 장타율 0.785
첫 32경기 커브볼 상대 성적 : 타율 0.500 장타율 1.000

패스트볼에 약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던 강정호의 레그킥에 대한 우려는 배리 본즈급 패스트볼 상대 타율에 쏙 들어갔다. 이같은 엄청난 성적 이면에도 강정호에겐 약점은 있었다. 바로 싱커를 상대로 한 성적이었다.

첫 32경기 싱커 상대 성적 : 타율 0.191 장타율 0.238
최근 12경기 싱커 상대 성적 : 타율 0.091 장타율 0.091

처음에는 싱커를 상대로 부진한 성적은 크게 지적되지 않았다. 패스트볼과 커브볼을 상대로 무지막지하게 잘해내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강정호가 5월 신인왕 후보군에 속할 정도로 맹활약하자 메이저리거 투수들은 반격을 개시한다. 바로 싱커 비율을 확연히 높인 것.

강정호는 첫 32경기 107타수 동안 108구(타수당 1.0구)의 싱커를 봤지만 이후 12경기 41타수에서 1.5배 상승한 62구(타수당 1.5구)를 마주치게 된 것. 물론 투수들의 성향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급격하게 싱커의 비율이 높아지자 강정호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강정호도 최근 미국 현지 통계사이트인 인스타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와 미국 야구의 차이에 대해 "KBO리그에도 일본리그처럼 싱커나 체인지업을 많이 구사하는 투수는 많지만 공의 움직임은 다르다"면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훨씬 많은 움직임이 있다"며 싱커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강정호의 패스트볼과 커브볼을 상대로 한 비정상적인 호타는 최근 12경기에서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최근 12경기 패스트볼 상대 타율 0.273, 커브볼 상대 타율 0). 어쩌면 강정호의 뜨거웠던 타격감이 조금은 식는 것도 최근 12경기에서 2할의 타율도 때려내지 못하는 큰 원인 중에 하나다. 또한 강정호를 쉽게 생각하고 별 고민 없이 던지는 투수가 줄어든 것도 최근 빈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투수들이 강정호를 상대로 생각하고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정호가 존 안에 들어온 몸쪽 공(첫 32경기 20타수 7안타 타율 0.350)을 잘 공략한 것에 비해 밀어치는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점(올 시즌 총 37안타 중 밀어친 안타 4안타)을 간파하자 급격하게 바깥쪽 공을 많이 던지기 시작했다.

첫 32경기 우타자 스트라이크존 9등분에서 왼쪽 3곳 총 57구(12.84%), 최근 12경기 총 15구(8.67%)
첫 32경기 우타자 스트라이크존 9등분에서 오른쪽 3곳 63구(14.19%), 최근 12경기 총 27구(15.61%)
* %는 스트라이크존 9등분, 바깥쪽 16등분에 던진 비율

바깥쪽 승부와 함께 투수들이 싱커로 집중공략하면서 강정호의 타율은 3할3푼을 넘다가 어느새 2할8푼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 역시 강정호가 이겨야내야 하는 과제다. 처음엔 멋모르고 덤비던 투수들이 혼쭐을 내줬으니 이제 공부하고 나오는 투수들을 넘기 위해 한수 더 공부해야하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더 이상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초짜'로 무시할 상대가 아닌 분석해야만 상대할 수 있는 타자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최근 클린트 허들 감독이 "이전에는 한국에서 온 선수라고 하던 다른 팀들도 이젠 강정호의 이름을 알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석하려고 한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엔 자신의 능력을 한껏 보여줬다가 이제 약점을 간파 당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을 다시 보완하다보면 강정호는 어느새 어엿한 메이저리거가 되어있을 것이다. 잠깐의 고비는 풀타임 메이저리거들에게 늘 찾아오는 법이다.

기록 : 브룩스 베이스볼 참고, 사진= ⓒAFPBBNews = News1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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