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왼쪽)와 제프 배니스터 감독.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나 때문에 우리가 진 것인가? 그럼 글러브를 줄테니 (감독님이) 해봐라."

다소 충격적인 발언이 전해졌다.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가 화났다. 자신을 불러서 다그치고 언론에 대고 비난한 감독에 대해 추신수도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런 행동은 메이저리그이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추신수는 1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O.co 콜리세움에서 열린 2015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전에 출전해 4타수 1안타, 사구 1개를 기록했다. 팀은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문제는 8회말 수비였다. 4-2로 텍사스가 앞선 상황에서 벤 조프리스트의 우전안타가 나오자 추신수는 3루로 달리는 선행주자를 잡기 위해 컷오프를 하지 않고 그대로 3루로 던졌다. 그러나 이 송구는 다소 무리였고 조브리스트는 그 사이 2루로 내달렸다. 이때 송구 실책이 겹치면서 3루에 안착한 주자는 다시 홈으로 파고들었고 이는 결국 역전패의 서막이 되고 말았다.

제프 배니스터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몹시 화가 난 것으로 보인다. 추신수에 따르면 경기 종료 후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를 따로 불러 당시 플레이에 대해 다그쳤다. 분이 안풀렸는지 배니스터 감독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드시 커트맨에게 던져야 했지만 실수가 일어났고 이후 힘든 상황이 펼쳐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추신수도 가만 있지 않았다. 추신수는 현지 언론을 상대로 "커트맨에게 던져야 한다는 걸 이론적으로 안다. 그러나 실전에는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야구를 처음하는 게 아니다. 언제나 그럴 수 없다는걸 알아야 한다"고 되받아쳤다.

이어 "그럼 나 때문에 그 경기를 졌다는 것인가"라며 "글러브를 줄 테니 (감독님이) 직접 해봐라"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격앙된 감정은 곧 해소가 됐다. 배니스터 감독은 12일 경기를 앞두고 "나는 추신수가 한 모든 말을 믿는다. 그는 우리팀에서 가장 열정적인 선수다"라며 "우리 팀이 이길 때 추신수는 늘 행복해하고 지면 늘 더 잘하려고 하는 선수다. 그의 승리에 대한 열정을 안다"고 한발 빼면서 사태는 다소 진정됐다.

조용하고 순종적으로 알려진 한국 선수가 이처럼 감독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한국문화에서 선수가 감독에게 항의하는 것은 좀처럼 드문 일이다.

하지만 이같은 행동은 메이저리그에서는 꽤 흔한 일이다. 지난 2011년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단과 바비 발렌타인 감독은 일명 '치맥 사건'으로 대립각을 세운 끝에 발렌타인 감독이 경질되는 일까지 있었다.

플로리다 말린스(마이애미 말린스 전신) 시절에도 팀의 주축이었던 핸리 라미레즈(현 보스턴 레드삭스)가 감독에게 항명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감독에 대한 항명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은 메이저리그 선수 하나하나는 감독에 비해 최소 10배, 많으면 그 이상의 연봉을 받기 때문에 감독과 선수가 대립각을 세우면 일반적으로 선수보다는 감독이 더 큰 피해를 본다. 메이저리그는 국내처럼 감독의 야구가 아닌 프런트 중심의 야구를 하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고교 졸업 후 미국에서 넘어가 10여년 이상을 미국에서 야구를 했다. 자연스레 미국 야구의 문화가 몸에 밴 선수인 것. 게다가 팀내 최고 고액 연봉자 중 하나이며 클럽하우스 리더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기에 자신을 콕 집어 비난한 감독과 대립한 것은 자연스런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추신수가 감독을 무시하거나 깔보는 것은 아닐터. 그동안 추신수는 자신이 거쳐온 팀에서 감독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 역시 배니스터 감독과 화해하며 현재 시즌 초 예상과 달리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는 팀을 잘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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