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결국 어깨수술을 피하지 못했다. 이제 걱정해야 할 건 선수 생명이다. '언제 돌아올 수 있을까'가 아니라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LA다저스는 21일(이하 한국시각) 구단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류현진(28)이 결국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는다고 밝혔다. 시즌 아웃이 확정된 셈이다.

LA다저스는 정확한 재활 기간과 부상 정도에 대해선 함구했다. 수술 전에는 부상 정도를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일단 비밀로 부치는 것인지 알기 힘들다. 투수에게 어깨 수술이란 커리어 자체를 놓고 봐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초미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어깨 관절 와순 마모라면 선수생명 위험할 수도

CBS 스포츠의 존 헤이먼 기자가 가장 먼저 제기한 어깨 관절 와순 마모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어깨 관절 와순 마모는 야구 선수의 부상 중 가장 심각하다. 케리 우드, 페드로 마르티네즈 등을 수술한 바 있는 앤서리 로메오 박사가 "어깨 부상 중 관절 와순 마모는 가장 흔한 경력 종료(Career-Ending) 부상"이라고 단언할 정도로 중대한 부상이다.

수술 후 복귀까지 1년여가 걸리고 복귀해도 구속 저하가 불가피하다. 뉴욕 양키스의 사실상 1선발인 마이클 피네다(12일 현재 5승, 평균자책점 2.72)의 2011년 직구 평균 구속은 94.2마일이었다. 그는 관절 와순 마모 부상 후 재활에만 두 시즌이 걸려 지난해에야 겨우 복귀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1.9마일로 부상 전보다 약 2~3마일이나 떨어졌다.

수술한 뒤 돌아오기만 해도 다행이다. 야구 사상 최고의 재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은 마크 프라이어(2003년 올스타)는 재기에 실패하면서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또 올스타 6회 수상을 했던 커트 실링도 이 부상 이후 은퇴해야 했다.


그나마 어깨 관절 와순 마모를 이겨내고 돌아온 마이클 피네다(왼쪽)와 못 이기고 은퇴한 마크 프라이어

일단 정확한 발표가 없어 알기 힘들지만 어깨 부상 자체가 작은 수술이라도 투수에게 1년 안팎의 재활을 필요로 하는 데다 돌아오더라도 구속 하락 등 많은 후유증을 남기기에 류현진에게 수술은 큰 여파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더 세게, 더 많이, 덜 쉬고 던진 류현진

고교시절 토미존 수술을 받았음에도 국내에서 2006년부터 7년간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후 질주를 택했다. 보다 강하고 수준 높은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강하게 던져야 했다. 한국에선 '스위치'를 껐다 켜는 게 가능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선 공 하나 하나에 전력투구를 해야 했다. 한국에서와 달리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또한 '4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새로운 환경 아래서 덜 쉬고 더 많이 던져야 했다. 평균자책점 기록을 보면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부담감을 느꼈는지 알 수 있다. 그의 평균자책점은 4일 휴식 후 3.51, 5일 휴식 후 3.20, 6일 이상 휴식 후 2.48이다. 류현진 역시 "확실히 4일 휴식은 피곤하다. 5일 이상 쉬면 편하다"고 말한 바 있다.

예전보다 덜 쉬는 상태에서 더 세게, 더 많이 던져야 했던 환경은 올해 1월 초부터 시즌을 준비하면서 다소 무리로 다가왔고 결국 류현진의 어깨는 이를 버텨내지 못했다.

다저스, 왜 숨기나

류현진이 입은 부상은 과연 뭘까. 과연 한해 선수단 연봉으로만 2,000억원 이상을 쓰는 팀의 의료진이 그의 병명을 모르는 게 가능할까? 아직도 모든 게 의문 투성이다. 다저스는 어떻게 해서든 류현진의 상태를 숨기는 데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

어깨수술을 받게 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에서도 정확한 재활 기간과 수술 정도 등을 밝히지 않아 도리어 의혹만 더 쌓이게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갖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류현진의 상태를 정말 몰라서 '일단 열고 보자'는 식으로 어깨수술에 들어간다면 이 또한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투수의 어깨를 함부로 여는 건 말도 안 된다'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당연히 다저스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최악의 경우 선수생명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다저스는 이제라도 류현진이 처한 상황을 사실대로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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