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들 감독 "강정호·머서 균등한 기회준다"고 경쟁구도 선언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백업 내야수로 주로 출전할 것으로 보였던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예상보다 일찍 주전 경쟁에 돌입했다.

강정호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계속된 시카고 컵스와 방문경기에서 유격수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를 치고 볼넷 1개를 골라냈다.

강정호는 최근 13경기에서 11차례 선발로 출전했다. 나흘 연속 선발 출전한 강정호는 최근 사흘 동안은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를 제치고 자신에게 익숙한 유격수를 맡았다.

머서의 부진이 강정호에게는 기회로 작용했다. 머서는 최근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등 운까지 따르지 않으며 타율 0.176에 OPS(출루율+장타율) 0.435로 헤매고 있다.

반면 강정호는 이날까지 타율 0.300에 OPS 0.824를 기록 중이다.

공격력도 공격력이지만 강정호가 사흘 연속 유격수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것은 안정된 수비 덕분이다.

피츠버그의 이날 선발은 A.J. 버넷. 버넷은 땅볼 타구 비율이 56.3%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8위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땅볼형 투수다. 그런 버넷의 뒤를 맡긴다는 것은 강정호의 수비력을 신뢰한다는 명백한 증거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강정호와 머서에게 균등한 출전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마디로 말해 두 선수에게 주전 경쟁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허들 감독은 "너무 앞서서 어느 선수에게 혜택을 줄 생각은 없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최고의 라인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 초반 부진한 타격으로 마이너리그행 위기를 겪었던 강정호는 이제는 전세가 완전히 달라져 머서와 3루수 조시 해리슨의 주전 자리를 위협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허들 감독은 이미 컵스와의 주말 3연전에 앞서 머서에게 이번 3연전에서 경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통보했다. 휴식을 줄 테니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타격 컨디션을 끌어올리라는 주문이었다.

머서는 지난해에도 초반에는 부진했다. 초반 31경기에서 타율 0.161에 그쳤던 머서는 6월 시작과 동시에 타율 0.278에 홈런 11개를 몰아치며 유격수 주전 자리를 굳혔다.

여기에 지난해 송구 실책이 단 1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탄탄한 수비를 자랑한다. 유격수 수비력에서는 리그 전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들 감독은 강정호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거포형 유격수 자니 페랄타에 비유하기도 했다. 페랄타와 비교한다는 것은 그만큼 강정호의 공격력이 돋보인다는 뜻이다.

머서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허들 감독은 "머서는 좌우 수비 범위가 (강정호보다) 넓다"면서 "두 선수는 매우 정확한 어깨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정호는 지난 15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는 몸에 맞는 공으로 두 차례 출루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강정호에 대한 집중 견제에 들어갔다는 신호다.

강정호가 견제와 경쟁을 뚫고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에 유격수 주전 자리를 굳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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